-“이재명 무죄 취지 판결로 이낙연 쏠림 진정될 것”…통합당은 “서울·부산시장 보선, 반전 계기로”
[홍영식의 정치판] 이재명 상승세 어디까지 … 친문 주류, 이낙연·이재명 사이 “집단행동 안해”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대선 판도와 직결된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두 사람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같다. 다른 것은 이 지사에 대한 무죄 취지 판결 여파는 1차적으로 당 내부를 향한 것인데 비해 박 전 시장 죽음의 파장은 여야 모두에게 던졌다는 점이다.

이 지사에 대한 판결은 민주당에 안도감을 줬다. 박 전 시장 죽음에 이어 이 지사마저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민주당으로선 졸지에 유력 대선 주자 두 명을 잃게 된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 이어 경기지사도 자기 당 소속 단체장의 흠결로 내년 재·보궐 선거 대상이 되는 것은 민주당으로선 큰 부담이다. 더욱이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도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마당이다.
[홍영식의 정치판] 이재명 상승세 어디까지 … 친문 주류, 이낙연·이재명 사이 “집단행동 안해”
◆“이낙연 측근으로 낙인 찍히려는 욕구 떨어질 것”

여권은 최근 악재의 연타를 맞았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대응 과정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민심 이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지율에서 확인된다. 7월 16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4.1%로 전주보다 4.6%포인트 하락했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국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 지지도는 4.3%포인트 하락한 35.4%를 나타냈다. 미래통합당(31.1%)과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그런 마당에 이 지사의 무죄 취지 판결은 민주당으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선 주자별·계파별 속내는 복잡하다. 이 지사의 경쟁 대선 주자들은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관건은 이 지사의 벼랑 끝 탈출이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선출하는 8월 전당대회와 대선 지형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다. 특히 이낙연 대세론을 잠재울 수 있느냐가 관심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한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관건이다. 이낙연 쏠림 현상은 어느 정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핵심 친문 의원의 전망이다. “재미있는 구도가 됐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낙연 독주·쏠림 현상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낙연 지지 쪽으로 갔다가 중립으로 돌아서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이낙연 측근으로 낙인 찍히려는 욕구가 좀 떨어질 것 같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의 분석이다. “이재명의 파급력이 올라갈 것이다. 이낙연 대세론은 무력화하는 수준까지는 안 가더라도 두사람 사이의 지지율은 좁혀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의원이 온전하게 도전 받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까딱하면 질 수 있어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 상승 추세를 보여 왔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4일과 6~7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 의원이 28.8%, 이 지사는 20.0%를 기록했다(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이 지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3% 수준에 그쳤으나 이 의원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7월 17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의원은 23.3%로 하향 곡선을 그은 반면 이 지사는 18.7%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적극 대응하면서 맡겨 놓으면 제대로 일을 할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게 큰 요인”이라며 “포퓰리즘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무적인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유권자들이 지지하고 싶어도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판결로 이 의원의 지지가 늘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지사의 중도층 공략도 가능해 이 의원과 투톱 체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지사가 영남 지지를 그러모으면 지지세는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8월 전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출마한 대구·경북(TK) 출신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과 이 지사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대법원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이) 지사와 함께 몸을 낮추고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걸림돌도 있다. 아직 당내 세력은 미약하다. 정성호·김영진·김경협·김병욱·김한정·이규민 등 주로 경기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이재명계로 꼽힌다. 최대 계파인 친문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2017년 대선 때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을 공격한 것 때문에 친문 세력이 등을 돌렸다. 다만 친문들이 집단적으로 단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친문 의원은 “친문 범위가 넓지만 오래전부터 문 대통령 곁에서 함께 일해 온 의원들은 ‘집단행동 같은 것은 하지 말자’고 방침을 정했다”며 “의원 각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기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언제 돌발 변수가 튀어나와 구도를 흔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설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선 구도가 뚜렷해지고 정권 재창출을 이뤄낼 만하다는 확신이 서는 주자가 나올 때까지는 관망하겠다는 것이 친문 주류의 기류다.

이 지사의 또 다른 한계는 확장성이다. 한 여론 조사 전문가는 “비록 이 지사가 재판의 걸림돌을 제거했지만 친형과의 갈등 과정에서 드러난 도덕성 문제, 급진적인 정책에 따른 포퓰리즘 논란 등은 지지세를 넓히는 데 한계나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영식의 정치판] 이재명 상승세 어디까지 … 친문 주류, 이낙연·이재명 사이 “집단행동 안해”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 대선 주자급까지 ‘호출’


2012년 대선을 약 1년 2개월 앞둔 2011년 10월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패하자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물갈이 됐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범했다. 그만큼 서울시장 선거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내년 4월 7일 ‘빅2 시장’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진다는 것은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대선을 11개월 정도 앞둔 시점이다. 전국 유권자의 약 26%가 사는 두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대선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대선 주자까지 호출해 전력을 다할 태세를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외형적으로는 통합당이 유리한 고지에 섰다. 모두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 때문에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민주당은 후보를 낼 명분도 약하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될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박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중대한 잘못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지만 두 시장직이 워낙 중요한 만큼 후보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민주당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합당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 박진·권영세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거론된다. 부산시장 후보로는 민주당에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통합당에선 김무성 전 의원과 김세연 전 의원, 이언주 전 의원, 조경태 의원, 이진복 의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