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임대료 내기 어려운 상황 적극 주장·입증할 수 있다면 차임 일부 감액은 가능
경제 사정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할까
최근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매출 급감으로 기본적인 운영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공장·사무실·점포 등을 임차해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월차임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임차인은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임대차를 종료하는 게 오히려 손실을 줄이는 방편일 수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임대차를 종료할 수 있을지 궁리하게 된다.



보통 임대차 계약서에는 임차인이 2~3기의 월차임을 지급하지 못하면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민법 제640조는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임대인이 해지권을 갖는다는 임대인 측의 ‘권리’다. 그런데 임차인 중에는 이러한 규정을 잘못 해석해 자신이 2기의 차임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대차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큰 오해다.


임대차 계약서에 위와 같은 규정이 있더라도 임대인이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해지권 행사 권리는 임대인에게 있어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당 임대차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신규 임차인을 구해 오는 방법이 있다. 임대인으로서는 별반 차이가 없을 수 있으므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는 임대인의 자유다. 만일 임대인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의 구속에서 법률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하는 것이 ‘사정 변경으로 인한 해지권’의 행사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는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했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계약 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사정이라 함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으로서, 일방 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고 있다(2013다26746호 판결).



따라서 위 판결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임차인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들이 ‘임차인의 매출 변동’을 계약의 기초 요소로 삼았다면 임차인의 매출이 급감하는 경우 위와 같은 해지권 행사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러한 요소를 계약의 객관적 기초로 삼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임차인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민법 제628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차임의 감액을 요구해 보는 것이 실효적일 수 있다.



민법 제628조는 ‘차임증감청구권’이라는 제목 하에 “임대물에 대한 공과 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 주장·입증할 수 있다면 차임의 일부를 감액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차임증감청구권은 재판 시가 아니나 ‘청구 시’에 그 효력이 인정되므로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임차인으로서는 미리 차임감액청구를 해두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체결한 계약은 그 계약의 내용대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법원칙이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렵고 본인의 사업장 역시 매출이 감소한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수정할 수는 없다.



다만 만일 임차인의 매출 변동을 임대차 계약의 기초로 삼았거나 기존의 약정 차임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매우 불합리해지는 사정 등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면 위와 같은 법리의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허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