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시장을 이끌어 왔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요기요·배달통으로 이어지는 ‘3강 구도’가 마침내 깨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한 쿠팡(쿠팡이츠)과 위메프(위메프오)가 도드라진 상승세를 보이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6월 배달 앱 이용자 수(안드로이드 기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위와 2위는 배민(970만1000명)과 요기요(492만6000명)로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부동의 3위였던 배달통(27만2000명)은 쿠팡이츠(39만1000명)에 밀려 4위로 주저앉았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지난 6월 집계한 배달 앱 월간 순이용자(안드로이드·iOS 합산) 조사 결과에서는 위메프오가 배달통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배달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달 강자’ 긴장하게 만드는 쿠팡
배달 앱 시장은 오랜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와 배달통이 그 뒤를 따르는 구조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 세 개 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치면 90%가 넘는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지난해 말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배달 시장의 독과점’ 우려가 쏟아졌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리서치 기업들이 조사한 수치는 이 같은 시장에 서서히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리서치 기관들의 조사가 배달 앱 시장의 현실을 100%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기준으로만 이용자 수를 조사한 결과도 있고 iOS 운영체제까지 모두 조사해도 소비자들이 실제 앱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할 때 이들이 도출해 낸 수치와 실제 점유율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의 3강 구도에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있어서만큼은 이견을 찾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배민 관계자도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한 이커머스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배달 앱 시장 공략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 왔다”며 “순이용자 수에서도 나타나듯이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 배달업계에서는 경계 대상 ‘1순위’로 쿠팡을 주저 없이 꼽는다. 쿠팡은 지난해 5월 주문한 음식을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쿠팡이츠를 처음 선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1년이 지난 현재 빠르게 성장하며 기존의 ‘배달 강자’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특히 배달업계는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를 예로 들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은 누적되는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류’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 가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주문한 물건을 소비자에게 전달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로켓 배송’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갔다. 비로소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커머스업계 최강자에 올랐고 2018년까지 매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실적도 지난해 7000억원대로 줄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위메프오는 최저 수수료로 ‘승부수’ 띄워
배달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후발 업체라는 약점을 단기간 내에 극복하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업주·고객·라이더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쿠팡이츠의 입점 식당 수를 늘리기 위해 입점 첫 3개월간 주문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받는 과감한 마케팅을 펼쳐 왔다. 올해 들어서는 그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연예인을 앞세운 모바일 광고를 대대적으로 노출하고 있고 첫 주문 고객에게 음식 값 수준의 고액 쿠폰을 제공하는 등 쿠팡이츠 알리기 작업이 한창이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에게 주는 배달비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 업계 1위 배민의 배달비는 건당 3000원 수준이다. 배달 거리가 늘어나더라도 4000원 이하다. 쿠팡이츠는 최소 5000원부터 시작해 거리와 날씨에 따라 최대 2만원까지 지급한다.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 라이더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쿠팡이츠가 최대 무기로 삼고 있는 ‘로켓배달’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로켓 배송으로 이커머스를 장악한 것처럼 배달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들고나온 셈이다.
배민을 예로 들면 라이더들이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받아 배달한다. 그러다 보니 주문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배달이 늦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쿠팡이츠는 라이더가 오로지 한 고객의 음식만 배달하는 ‘일대일 배차 시스템’ 구축하며 경쟁사보다 빠른 배달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로켓배달이 입소문을 타며 신규 고객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까지 배달 앱 시장에서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약 1%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 들어 다양한 전략들을 내세운 효과를 거두며 점유율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후발 주자 중 하나인 위메프오도 배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데 여념이 없다. 쿠팡이츠보다 한 달 이른 2019년 4월 론칭한 위메프오는 출시 이후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해 왔다. 최근에는 ‘공정 배달 위메프오’라는 이름의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았다. 입점한 업체들에 주 8000원의 서버 비용(부가세 10% 별도) 외에 별도의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배민이나 요기요 등은 보통 결제 금액의 6~12%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위메프오는 9월부터 이 같은 요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고객들에게도 최소 2%, 최대 30%에 달하는 고객 적립금 혜택과 주요 프랜차이즈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배달 시장에서도 출혈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후발 주자들로서는 ‘프로모션’ 만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좋은 방법도 없다.
◆IT 공룡들의 행보도 주목해야
이렇듯 올해 들어 유독 배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모습인데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지목한다.
비대면이 트렌드가 되면서 배달 시장을 바라보는 전망이 더욱 밝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은 2018년 15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 규모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올해는 과거보다 더 큰 폭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밝은 시장 전망은 이커머스 외에도 계속해 새로운 경쟁자들을 배달 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온라인 몰을 운영하는 식품 기업이나 플랫폼 사업자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것이 배달 앱 시장”이라며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다양한 기업들의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카카오와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의 향후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들이 앞으로 배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미 카카오는 2017년 자사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주문하기 서비스’를 론칭하며 배달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바 있다. 별도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안에서 결제 가능하고 카카오플러스친구를 통한 고객 관리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출시 초기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상품만 주문이 가능했지만 2018년부터 중소 사업자로 범위를 넓히며 영세 소상공인 유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2만여 곳의 가맹점을 보유하게 됐다.
다만 아직 점유율은 따로 집계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키우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조용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아직 직접적으로 배달 시장에 진출하지는 않았다. 2018년부터 스타트업 ‘프레시멘토’와 손잡고 서울 지역 시장 상품과 먹거리를 배달해 주는 ‘동네시장 장보기’를 선보였는데 여기서 네이버는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만 했다. 프레시멘토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반 식당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 주문’을 출시했지만 여전히 배달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식당에 미리 음식을 주문해 놓은 뒤 픽업해 가는 ‘포장주문’과 미리 주문한 뒤 식당에 도착하면 바로 식사할 수 있는 ‘미리주문’ 등의 서비스만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언제라도 여기에 ‘배달’ 기능까지 추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카카오 역시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카카오톡을 최대한 활용해 대대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펼친다면 업계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접하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본격적으로 배달 시장 공략에 나서면 업계에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배달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왔던 기존 업체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8호(2020.08.01 ~ 2020.08.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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