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자연 속 힐링 슬기로운 캠핑 생활]
- 평일 예약도 어려운 차박 전용 캠핑장 ‘북적’
- 소형·수입 SUV 시장도 ‘들썩’
‘차박 캠핑’의 매력에 푹 빠진 대한민국 여행자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차에서 잠자리를 청하고 시간과 일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떠나고 싶은 곳으로 떠나고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머무르면 그만이다.

자동차가 서는 곳이 집 앞마당이다. 관광지가 아닌 곳곳의 속살을 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안락함이 매력이다. 비록 호텔에 비해 숙소 면적이 비좁고 생활 편의 시설도 부족하지만 만족도만큼은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 부럽지 않다.

이것이 바로 차에서 머무르고 잠을 자는 ‘차박 캠핑’의 매력이다.

◆ 호텔·카지노는 쪽박인데, 차박 여행지는 대박

캠핑에도 유행이 있다. 텐트를 치고 즐기는 ‘노지 캠핑’, 도구가 갖춰진 공간에서 즐기는 ‘글램핑’, 전기와 수도 시설 등이 갖춰진 곳에 텐트와 캠핑 용품을 챙겨 가는 ‘오토캠핑’ 등 시기별로 인기를 끌었던 다양한 캠핑이 존재한다.

올해는 어떨까. 대세는 단연 차박이다. 7월 30일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차박’을 검색하자 관련 게시물이 25만4177개가 검색된다.

바다·숲·계곡 등을 배경으로 자동차와 함께 설치된 텐트 앞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앉아 있는 사진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뒤 트렁크에 누워 이불 밖으로 발가락을 빼꼼히 내민 사진이 즐비하다.

마치 화보와 같은 사진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여유와 낭만이 느껴진다. 이러니 너도나도 차박, 차박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차박 커뮤니티 회원 수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3만700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1만7000명에 이른다.

사실 차박의 유래는 낚시인이나 등산객이 차에서 대충 쪽잠을 자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다 일반 오토캠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차박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차박 마니아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관광공사가 SK텔레콤 빅데이터를 통해 2월부터 4월 말까지 국내 여행 패턴을 분석한 결과 캠핑장 수요는 전년 대비 전국 평균 73%나 급증했다.

강원도 영월(470%), 경상남도 함양(412%), 전라북도 군산(408%), 동해 양양(377%), 서해 서천(340%) 등 차박 명소로 알려진 곳들이 인기를 끌었다.

또한 차박 전용 오토캠핑장이 들어선 고산자연휴양림(전라권)과 밀양아리랑·함양 농월정(경남), 단양(충청) 소선암 등은 9월까지 평일 예약도 잡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제주도나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방 호텔·리조트를 제외하고 국내 여행·호텔·카지노·레저 등 관광 산업 전반이 침체인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위협에 국내 최대 워터파크인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의 입장객 수가 전년 대비 5% 안팎에 불과하고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OCC)도 10~20%대에 그치는 것과 달리 캠핑 수요는 날로 높아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바뀐 여행 스타일은 여행 용품 소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CJ대한통운이 최근 발간한 ‘일상생활 리포트 플러스’에 따르면 3~4월 여권 케이스와 비치웨어 물량은 각각 78%, 64% 줄었다.

매년 이맘때면 급증했던 수영 용품 수요도 77%나 감소했다. 반면 캠핑 필수품으로 꼽히는 차박용 매트 물량은 3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 4월 차박 캠핑 용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텐트를 치지 않고 차량 내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 매트’는 무려 636% 증가했다. 차박 캠핑 시 차량 뒷좌석을 접어 잠자는 공간을 만드는데 이때 평탄화 작업을 위해 차박 매트를 사용한다.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하기 위해 차박 전용 텐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차박 텐트’ 매출은 133% 증가했다. 차량 트렁크와 간단하게 연결하는 형태의 텐트인 ‘도킹 텐트’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전달 대비 판매율이 608% 치솟았다.

‘차량용 냉장고’는 90%, 차량에 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차량용 테이블’은 67% 증가했다.

◆ 차박 열풍에 SUV 쾌속 질주

차박 열풍은 자동차업계마저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새 차를 찾는 이들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야외 활동에 걸맞은 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박을 많이 떠나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최근 소형 SUV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눈에 띈다. 가장 저렴한 가격대에, 세련된 디자인에 첨단 품목 갖춘 신차가 계속 쏟아지며 가장 경쟁이 치열한 차급으로 급부상했다.

국산 모델만 지난 1년 사이 베뉴·셀토스·트레일블레이저·XM3 등이 새로 등장했다. 기존의 코나·스토닉·니로·캡처·티볼리·트랙스까지 포함하면 이들 차급의 경쟁 모델은 국내 5개 브랜드에서 10종에 달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 국산 소형 SUV 판매량은 총 11만8725대로, 지난해 상반기의 7만807대와 비교해 67.7% 증가했다.

전체 SUV 판매량 가운데 소형 SUV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국산 SUV 전체 판매량은 24만2934대였고 소형 SUV 차급의 비율은 29.1% 정도였다.

셀토스와 베뉴가 출시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SUV 전체 판매량은 30만9821대로 25% 정도 증가했다. 이 중 소형 SUV 차급의 비율은 38.3% 정도로 9.2%포인트 높아졌다.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SUV 선호 현상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록된 수입차는 12만8236대로 이 가운데 세단이 7만5433대(58.8%), SUV가 4만7665대(37.1%)를 차지했다.

매년 SUV 비율이 높아지면서 세단 비율이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진 것이다.

2003년부터 등록된 수입차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SUV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2003년 등록된 수입차 1만9481대 가운데 세단이 78.7%로 SUV(14.4%)에 비해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하지만 2012년 이후 SUV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며 세단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실제 2012년 등록된 수입차 중 세단 77.3%, SUV 21%에서 9년 뒤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세단은 18.5%포인트(58.8%) 하락한 반면 SUV는 16.1%포인트(37.1%) 증가했다.

한편 차박을 위한 차를 고를 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인원이다. 차박의 적정 인원은 2명, 아이를 포함해도 3명이 최대다. 아무리 큰 차량이라고 해도 4명 이상 나란히 자리에 눕기는 버겁다.

이때는 차량 위에 설치하는 루프톱 텐트나 SUV 차량의 테일게이트와 연결하는 도킹 텐트 등의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차박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파노라마 선루프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차량에 누워 낮 하늘의 구름과 밤하늘의 별빛을 구경하기에 제격이다. 또한 비 오는 날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 비좁은 차량의 불편함마저 낭만이 된다.
‘차박 캠핑’의 매력에 푹 빠진 대한민국 여행자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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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8호(2020.08.01 ~ 2020.08.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