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 ⑧재택근무·온라인 협업 툴
- 내년에도 전체 30% 재택근무
- 화상회의 플랫폼 줌, MS·시스코·구글 제치고 업계 1위
급변하는 미국의 근무 환경, 재택근무 바람 타고 ‘협업 툴’ 폭풍 성장
[최중혁 칼럼니스트] “2021년 7월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하겠습니다. 가족을 돌보는 일과 업무에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7월 27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 중 처음으로 내년까지 재택근무 연장 계획을 공식화했다.

구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당초 내년 1월부터 재택근무를 종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구글 직원들이 자녀들의 학교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구글은 재택근무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 내년 7월까지 재택근무하는 구글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 3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처음엔 기껏해야 몇 주 정도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 재택근무가 이제는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7월 30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50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15만 명이 넘은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많은 사무직 노동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리서치 기반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애널리틱스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전에 미국에서 고용된 사람 중 약 500만 명(전체 인구 중 3.6%)이 1주일에 적어도 2~3일 정도 집에서 일했지만 2021년 말이면 전체 30%에 해당하는 약 4200만 명이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릭 브린욜프슨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학 교수는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에서 팬데믹 전에 고용된 사람 중 절반이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그룹이 7월 맨해튼 도심에서 각 회사의 보안 회전문을 실제 통과하는 사람 수를 기초로 계산한 결과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복귀한 비율은 전체의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수록 구글과 같이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상황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재택근무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제적으로 장기간 재택근무 ‘실험’을 하게 된 미국 기업들이 효율성과 직원들의 만족감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적지 않아 팬데믹이 종료되면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탄력근무제가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미국 기업 임원 120명과 미국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원격 재택근무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임원의 절반 이상(55%)이 팬데믹 이후에도 1주일에 하루 이상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응답했고 직원 중 72%는 1주일에 적어도 이틀 이상 사무실을 비우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직원 중 3분의 1 가까이(32%)는 완전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그간 마케팅비를 쏟아부어야 겨우 디지털 기술로 업무를 전환시켰던 구경제 회사들도 이번 기회에 테크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기술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됐다.

그리고 한번 이용해 보니 너무 편하고 효율적인 점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디지털 산업에 편입되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롯됐지만 미국 기업들이 공백 없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특히 재택근무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업무를 돕는 온라인 협업 툴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 스타트업과 테크 공룡의 치열한 경쟁
급변하는 미국의 근무 환경, 재택근무 바람 타고 ‘협업 툴’ 폭풍 성장
“소프트웨어 산업 역사상 최고의 분기 중 하나다.”

미국 투자은행 DA데이비슨의 리시 잘루리아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 운영 업체인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줌비디오)의 1분기(2020년 2~4월) 실적 발표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온라인 협업 툴 업체 중 하나는 바로 줌비디오다.

2011년 시스코에서 화상 회의 서비스 웹엑스사업부 부사장 출신이었던 에릭 위안이 동료들과 함께 창업한 이 회사는 2019년 12월 1000만 명이었던 월별 줌 화상 회의 이용자가 올 4월 3억 명으로 30배 늘어난 덕분에 이번 1분기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배 증가한 3억2816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트릭스의 고투웨비나와 시스코의 웹엑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카이프, 구글의 구글 미트 등에 비하면 2019년 막 상장한 작은 스타트업 회사였지만 이번 팬데믹 이후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됐다.

인터넷 비즈니스 조사 기관 데이터나이즈가 도메인 수를 기준으로 미국 내 웹 콘퍼런스 업체의 점유율을 매긴 결과 줌비디오가 7월 30일 기준 미국 시장에서 38.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줌에 가입하지 않아도 e메일로 받은 온라인 링크만 있으면 화상 회의에 접속할 수 있어 편하게 이용하기 시작한 사용자들은 처음에 주로 화상 회의, 온라인 교육에 줌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친목 모임, 종교 행사, 결혼식 등 다양한 활동에까지 활용하면서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때 해커가 침입해 회의를 중단시키고 교란을 일으키는 ‘줌 바밍(Zoom bombing)’ 문제를 일으키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줌비디오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스톤의 글로벌 최고정보책임자(CIO)로 근무하던 해리 모슬리를 영입하고 암호화 기술 업체인 키베이스를 인수하는 등 보안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이런 논란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재택근무 증가로 놀랄 만하게 성장한 줌비디오도 지속적인 차별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선두 주자 지위를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구글 등 대형 테크 회사들이 급격히 성장하는 화상 회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2013년 설립된 협업 소프트웨어 회사로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에 특화된 경쟁력을 지닌 슬랙(Slack)도 코로나19 상황으로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대기업은 자체 메신저와 메일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만 소규모 회사들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팬데믹 이전부터 주로 글로벌 스타트업 회사들이 이용해 왔다.

슬랙은 이번 1분기(2020년 2~4월) 매출이 전년 대비 50% 늘어난 2억1710만 달러를 기록했고 1년 만에 유저가 약 25% 늘어 지난 3월 기준 유저 수는 약 1250만 명을 기록했다.

이에 강력한 경쟁 서비스는 바로 MS가 2016년 출시한 ‘팀즈’다. 팀 채팅, 통화, 일정 관리, 파일 공유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팀즈도 팬데믹 흐름과 스카이프와 윈도365 등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저 수가 지난 3월 4400만 명에서 6월 7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슬랙은 MS를 시장 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오피스 제품군에 팀즈를 묶어 팔았다고 주장하며 반독점 행위를 문제 삼아 유럽연합(EU)에 제소했다. 마찬가지로 협업 솔루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져 테크 공룡 기업의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재택근무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여기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협업 툴 업체들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ricjunghyuk.choi@gmail.com
급변하는 미국의 근무 환경, 재택근무 바람 타고 ‘협업 툴’ 폭풍 성장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8호(2020.08.01 ~ 2020.08.0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