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영업하는 신규팀 꾸려 MD 등 인사 발령
-“매출 부진 만회하려고 인력 감축 꾀해” VS “신규 영업 강화 전략일 뿐”
-성장 정체 논란에 직무 이동 둘러싼 내홍까지
[단독] '직무 이동 내홍’ 위메프 직원들, 첫 노조 설립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위메프가 일방적인 직무 이동 조치로 내홍에 휩싸였다. 최근 일부 상품기획자(MD)와 보조 MD(AMD) 등 직원들을 전화 영업이 주 업무인 ‘신규 영업 파트’(이하 ‘신규 파트’)로 보낸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분기 평가를 마친 뒤 5개의 신규 파트를 신설해 해당 파트에 MD와 AMD 등 총 35명의 인력을 파트당 7~8명씩 배치했다. 위메프는 영업본부에 카테고리별로 디지털 가전실·식품 유아동실·리빙 뷰티실·패션실·전략 소싱실을 두고 있다. 각 실 아래 신규 파트너사를 발굴하는 영업 파트 5개를 새로 만든 것이다.

◆ 공식 출범 앞둔 ‘위메프노동조합’

위메프는 신규 파트로 일부 직원을 이동시킨 조치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번 직무 이동을 사실상 강등 조치로 보고 있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 비중이 높은 기존 MD 업무와 달리 신규 파트는 전화 영업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경력 관리가 전혀 안 된다는 것이 직원들의 반응이다.

현재는 MD마다 관리 업체를 두고 기획전을 진행하고 상품 협의를 하며 기존 업무 분야의 연장선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방식이지만 신규 파트는 제로 베이스에서 기준 없는 콜(전화 영업)을 통해 입점 영업만 하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회사와 당사자 간 합의나 소통 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파트 직무 이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직원들은 첫 사내 노동조합인 ‘위메프노조’까지 만들었다. 지난 12일 설립 신고를 마쳤고 처리가 완료되는 대로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사무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사실상 첫 공식 노조라는 점에서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직원 A씨는 “신규 파트는 신입사원들이 주로 하던 단순 업무인 ‘아웃콜’만 하는 조직”이라며 “과·차장급 등 연차가 있는 직원들도 섞여 있어 이번 인사에 굴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파트에 대한 직원들 여론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B씨는 “회사가 대거 경력직 채용과 매출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자 단순 업무팀을 만들어 반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려는 것 같다”며 “내부에서는 인력 감축을 위한 부당한 직무 배치로 보는 시각이 많고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최강연 노무사는 “기존 하던 업무와 얼마나 차이가 큰지 계약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MD라는 특정 직무를 위해 채용 공고문을 보고 근로 계약서에도 MD 업무로 계약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기존 직무와 상관없고 동의하지 않은 업무로 돌렸다면 부당한 인사 발령을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메프는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해 영업에서 영업으로 동일 직군으로 이동한 것이고 MD 직이 영업 기반의 직무인 만큼 결코 부당한 직무 변경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신규 파트가 직원들을 내보내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오해라고 말했다. 위메프가 경쟁사 대비 신규 파트너 수가 적으므로 최저가격과 신규 파트너 발굴과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시행 중이고 그 일환으로 신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일일이 동의를 구하진 않았으나 회사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범위의 직무 이동이며 회사 히스토리를 살펴봐도 그동안 ‘신규 파트너사 지원 프로그램’ 도입을 비롯해 판매 수수료를 평균 10%에서 4%로 인하하고 정산 기한도 일주일로 단축하는 등 신규 파트너사 확대를 위해 공들여온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만큼 영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업에 특화한 신규 파트를 만들었고 앞으로 인원도 늘리고 해당 파트에 더 힘을 실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내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고 곧 직무 이동 관련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 '직무 이동 내홍’ 위메프 직원들, 첫 노조 설립
◆ 10년 장수 CEO 경영 공백…신사업·채용도 '속도 조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부재도 위메프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를 10년간 이끌어온 박은상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최근 무기한 휴직에 들어간 가운데 위메프는 부문별 조직장 중심의 임시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위메프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신사업들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3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가구 제조업에서부터 방송업·통신 판매업·화장품 도매업까지 기존 4개였던 자회사를 12개로 늘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사업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투자받은 직후 외형 성장을 위해 MD 1000명을 채용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채용 프로젝트는 현재 잠정 중단한 상태다.

실적 개선도 과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온라인 쇼핑 증가 수혜를 톡톡히 본 경쟁사들과 달리 위메프는 저조한 실적을 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5월 위메프 트래픽 수치(안드로이드 기준)는 838.7만으로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1000만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와이즈앱 앱별 이용자 수 조사에서도 위메프 이용자는 372만 명으로 지난해(500만 명) 대비 30%나 감소했다. 신선 식품에 강한 쿠팡·마켓컬리·SSG닷컴 등이 자체 물류 역량과 비대면 소비 트렌드 확산 효과에 힘입어 1분기 매출이 평균 30% 이상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적 악화에 이커머스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복지 혜택도 대폭 축소했다. 대표적으로 직원 1인당 연간 50만 원까지 쓸 수 있는 복지 포인트 제도를 폐지했다. 이커머스 업계 무한 출혈 경쟁도 부담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3월 배달·픽업 애플리케이션인 위메프오를 통해 배달 시장에도 진출, 쿠팡·배달의민족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9호(2020.08.08 ~ 2020.08.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