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90호 (2020년 08월 19일)

지하철역에 들어선 ‘메트로팜’...식물 공장서 쌈채소 기른다

기사입력 2020.08.18 오전 10:49

[비즈니스 포커스]
-쌈채소를 ‘찍어내듯’ 기르는 식물 공장
-살충제·제초제 없는 무농약 채소 24시간 재배
-친환경 ‘미래 농업’으로 각광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공장에서 공산품을 ‘찍어내듯’ 쌈채소 등의 식물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아니다. 한국에서도 1년 내내 햇빛 없이 실내에서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스마트 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에 관련 기술을 활용한 ‘메트로팜’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에 스마트 팜이 자리한 세계 첫 사례다. 메트로팜은 무농약 작물을 도심에서 생산할 수 있는 도심형 스마트 팜으로 주목 받고 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역사에 자리한 메트로팜을 찾아가 봤다.

(사진)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지하 1층의 ‘메트로팜’. /서범세 기자

(사진)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지하 1층의 ‘메트로팜’. /서범세 기자


◆자동화 시스템으로 빛·온도·습도 유지

메트로팜 상도역점은 상도역 지하 1층에 자리해 있다. 정보기술(IT)을 농업에 접목해 실내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곳이다. 층층이 쌓아 올린 총 7043개의 화분(약 70평)에서 이자트릭스·버터헤드·카이피라 등 8개 품종을 재배한다. 쌈이나 샐러드용으로 활용되는 작물로 모두 유럽 품종이다. 스마트 팜 전문 업체 팜에이트가 운영하고 있다.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에서 자라는 쌈채소. /서범세 기자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에서 자라는 쌈채소. /서범세 기자


팜에이트 관계자는 “쌈채소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유럽 품종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메트로팜의 핵심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를 활용한 인공조명이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블루 광이나 레드 광 등을 쪼여 광합성을 하도록 돕는다. 생육에 필요한 물과 필수 영양분인 양액(다량 원소·미량 원소)은 자동으로 순환돼 재활용된다. 온도는 섭씨 영상 20~24도, 습도는 65~75%로 유지한다.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 내부. /서범세 기자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 내부. /서범세 기자


메트로팜에서 재배하는 작물은 밀폐된 공간에서 적정 실내 공기 질을 유지하는 만큼 병충해 걱정이 없다. 제초제도 쓰지 않는다. 이곳에서 자란 작물이 무농약 채소로 각광받는 이유다. 여름철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 걱정 없이 매일 29.7kg의 작물이 일정하게 생산된다.

메트로팜 상도역점에는 사람 대신 로봇이 작물을 관리하는 ‘오토팜’도 있다. 로봇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컨테이너형 스마트 팜이다. 40개의 화분에서 매일 3.5kg의 새싹 채소(로메인·롤라로사)를 수확한다.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의 오토팜. /서범세 기자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의 오토팜. /서범세 기자


메트로팜 상도역점에서 생산된 작물의 일부는 내부 카페에서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곁들여 판매된다. 나머지는 자체 온라인몰과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된다. 팜에이트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2019년 5월 첫 조성), 7호선 상도역·천왕역, 2호선 을지로3가역·충정로역에서 각각 메트로팜을 운영하고 있다.

◆팜에이트, LG유플러스와 ‘미래형 스마트 팜’ 개발

스마트 팜은 1950년대 일조 시간이 부족한 북유럽에서 인공조명으로 빛을 보충해 식물을 재배하면서 시작됐다. 수경 재배 방식과 시설 원예가 결합하면서 농작물 재배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농장 형태로 발전했다.

세계 인구는 현재 약 77억 명에서 2050년 100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농산물 생산량을 70% 이상 늘려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스마트 팜은 다단 재배를 통해 적은 면적에서도 효율적으로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병충해나 자연재해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미래 농업의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력 감소와 이상 기후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농촌 사정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의 카페에서 판매하는 쌈채소. /서범세 기자

(사진) 메트로팜 상도역점의 카페에서 판매하는 쌈채소. /서범세 기자


팜에이트는 한국 IT 기업과 협업해 스마트 팜의 자동화 시스템 등을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LG CNS와 메트로팜 상도역점에서 자율 제어와 식품 안전 이력 관리가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 팜’에 대한 공동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메트로팜에 환경·생장 모니터링 센서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팜 통합 관제 플랫폼을 제공한다.

자료 : 팜에이트

자료 : 팜에이트


팜에이트 관계자는 “협업을 통해 메트로팜 등의 도심형 스마트 팜에 최적화한 시스템을 도출해 내는 등 한국 스마트 팜 산업의 발전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여찬동 팜에이트 재배팀 선임 “농가에 고효율 스마트 팜 보급 앞장설 것”

(사진) 여찬동 팜에이트 재배팀 선임. /서범세 기자

(사진) 여찬동 팜에이트 재배팀 선임. /서범세 기자


▶팜에이트는 어떤 회사인가.
“2004년 설립됐다. 약 300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본사는 경기 평택에 있다. 새싹 채소를 실내에서 재배하고 샐러드도 가공·유통하면서 이상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스마트 팜을 도입했다. 현재 평택 등에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팜을 운영하고 있다. 플랜티팜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국내 스마트 팜 보급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나.
“스마트 팜에서 재배한 식물 원물의 유통을 비롯해 샐러드 가공 등으로 100% 자체 소진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 팜에서 생산하는 원물만으로도 공급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다. 주요 거래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다. 자체 온라인몰을 비롯해 마켓컬리·쿠팡 등 온라인몰을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장마 등으로 잎채류 가격이 상승하는 여름철에도 일정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채소를 납품하는 만큼 고객사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하철역의 메트로팜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하철 역사의 유휴 공간에 스마트 팜을 조성해 달라는 서울교통공사의 의뢰로 메트로팜을 조성했다. 서울교통공사·서울시·팜에이트가 공동 사업으로 시범 모델을 도입했다. 역사 상가 임차료로 메트로팜 수익의 일부를 매달 교통공사에 납입하고 있다. 스마트 팜의 인식 제고와 도심형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게 됐다.”

▶LG유플러스 등 기업과의 협업 상황은 어떤가.
“메트로팜 상도역점에서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재배 등 농업 분야는 팜에이트가 기존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관련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센서 등 소프트웨어 부분의 자동화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는 작업이다.”

▶구상 중인 신사업은 어떤 게 있나.
“자체 운영 중인 농업법인 회사와 협력해 기술과 하드웨어를 농가에 보급하는 등 농민들이 어려워하는 원물 수급 향상 등에 도움을 제공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팜 시설을 구축하는 데는 평당 400만~500만원이 든다. 하지만 한 번 지은 시설은 유지·보수를 거쳐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 병해충 등의 걱정 없이 1년 내내 일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채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농촌을 비롯해 도심 등 전국에 상업적 스마트 팜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효율 스마트 팜 보급에 힘쓰겠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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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8-19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