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물류 서비스 접고 수익성에 집중
-흑자전환 발판으로 업계 첫 상장 추진


[편집자 주]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매년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커져 왔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비대면 소비’ 바람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이 더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온라인 쇼핑 구매 비율이 오프라인을 넘어서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터넷 전자 상거래(이커머스)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들은 이런 추세에 힘입어 매년 폭발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유통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급격히 자리를 이동 중이다. 유통업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 스토리와 미래 전략을 조명한다.
[이커머스 강자들]①티몬, ‘배송 전쟁’은 그만…‘반짝 특가’ 타임 커머스 전략으로 승부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벤처기업이 이제는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5명뿐이었던 직원 수는 1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2010년 설립된 티몬이 10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수치에서도 나타나듯이 매년 성장을 거듭한 끝에 온라인 유통 시장을 이끄는 주요 이커머스 기업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혔다.

티몬은 경쟁사들과 달리 ‘내실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부분에서 주목할 만하다. 점유율 확대보다 수익성 제고에 주력해 왔는데 최근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월 단위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하며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이커머스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목표는 연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이다. 안정적인 실적을 토대로 내년에는 이커머스 기업 중 최초로 증시 상장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업계 위기 감지하고 사업 모델 전환


지금은 이커머스 기업으로 불리고 있지만 티몬의 출발은 ‘소셜 커머스’였다. 정가보다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식당이나 주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판매하는 이 사업 모델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이 바로 티몬이다. 2010년 초 한국에 불어 닥친 소셜 커머스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커머스 강자들]①티몬, ‘배송 전쟁’은 그만…‘반짝 특가’ 타임 커머스 전략으로 승부
티몬은 2010년 5월 첫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설립자인 신현성 현 티몬 의장은 친구 4명과 함께 티몬을 설립했는데 이들이 첫째로 제공한 서비스는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홍대의 유명 맥줏집을 무려 ‘반값’에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티몬은 단숨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첫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 유명 맛집을 유치해 이용권을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행보를 이어 갔다. 그 결과 서비스 개시 7개월 만인 2010년 12월 매출 200억원을 올렸다. 티몬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이후 스토어·여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소셜 커머스 사업을 확대한 결과 티몬은 2013년 말 가입 회원 수 10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을 티몬의 고객으로 만든 셈이다.

이른 시간 안에 무섭게 덩치를 키우며 1000만 명이나 되는 고객을 확보했지만 티몬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주력인 소셜 커머스 사업에서 점차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티몬의 성공을 본 수많은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소셜 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들의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 시장을 바라보는 전망도 순식간에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식당 업주들은 소셜 커머스 이용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까지 속출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이용을 꺼리게 되면서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소셜 커머스의 인기는 빠르게 시들해지고 말았다.

업계에 따르면 소셜 커머스 열풍이 한창이던 2011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500여 개에 달했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대부분이 사라졌다. 2014년에는 티몬·쿠팡·위메프 등 손에 꼽을 정도의 업체만 시장에서 생존했다.

티몬이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일찌감치 이런 시장 상황을 간파해 사업 구조를 전환해 나갔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빠르게 늘면서 티몬은 소셜 커머스의 비율을 점차 낮추고 다양한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오픈 마켓’ 형태의 사업 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자연스럽게 소셜 커머스에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한 셈이다. 이에 따라 소셜 커머스 시장의 추락 속에서도 티몬은 계속 매출이 늘어날 수 있었다.

◆‘타임 커머스’ 집중해 월 기준 첫 흑자 달성


이커머스업계에서 티몬이 내세우는 전략은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외형을 늘리는데 주력한다. 미국 아마존의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적자를 감수하고 물류에 막대한 돈을 쏟으며 빠른 배송을 구현해 내는데 힘썼다.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를 이어 갔다.

그 결과 온라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흑자 전환은 물론 현지 유통 시장을 장악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티몬의 생각은 다르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까지 ‘온라인 강화’를 외치며 물류에 투자하고 나선 상황인 만큼 굳이 이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전략을 추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8년까지 직접 물류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큰 적자를 기록했고 2018년 12월 결국 물류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하며 배송 전쟁에서 빠졌다.

그 대신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통해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때 내놓은 전략이 시간마다 다양한 특가 상품을 제공하는 ‘타임 커머스’다.

티몬 관계자는 “타임 커머스라는 새로운 판매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티몬의 실적을 개선하는 새 무기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티몬이 선보인 타임 커머스는 기존 이커머스업계의 판매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이나 프로모션은 최소 1주일 이상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커머스 강자들]①티몬, ‘배송 전쟁’은 그만…‘반짝 특가’ 타임 커머스 전략으로 승부
티몬의 타임 커머스는 시간·분·초 단위로 쪼개 ‘특가’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최저가’에 ‘무료 배송’을 원칙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 접속하지 않으면 물건을 아예 구매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획기적인 방식으로 타임 커머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고 실적 개선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타임 커머스의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티몬 관계자에 타임 커머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오랜 기간 이어졌던 적자가 크게 줄었다.

티몬 관계자는 “이전까지 월 100억원에 가까웠던 적자가 점차 감소하더니 지난해 말에는 10억원대로 줄었고 올해 3월에는 마침내 월 영업이익이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타임 커머스를 이용하기 위해 유입된 고객들이 사이트 내부를 둘러보다가 다른 상품들을 구매하기도 하는 이른바 ‘선순환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커머스 강자들]①티몬, ‘배송 전쟁’은 그만…‘반짝 특가’ 타임 커머스 전략으로 승부
올해 티몬은 타임 커머스를 중심으로 계속해 수익성을 강화해 연간 흑자에 도전할 계획이다. 개선된 실적을 앞세워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IPO의 구체적인 방법과 세부 일정 수립 등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4월에는 상장 대표 주간사 회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기도 했다.

상장 시기는 주간사 회사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인데 대략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티몬이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 이커머스 기업 가운데 한국 증시에 입성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안정적인 자본 확충과 투명 경영을 위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IPO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0호(2020.08.17 ~ 2020.08.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