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⑪ 재택근무 :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

- CRM에서 ERP, 전자서명, 보안까지 수요 급증
- 2022년까지 연평균 16% 성장 전망
‘WFH’가 앞당긴 SaaS 시대…트윌리오·도큐사인 등 ‘폭풍 성장’
[최중혁 칼럼니스트] ‘워크 프롬 홈(Work from Home).’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이렇게 말한다. 짧게는 ‘WFH’라고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 중 하나다.

미국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디렉시온은 발 빠르게 WFH 약자를 달고 지난 6월 25일 ETF를 상장했다. 디렉시온은 재택근무와 연관되며 원격 통신과 사이버 보안, 프로젝트·문서 관리, 클라우드 기술이라는 네 가지 하위 테마를 갖고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운용사가 투자하는 기업들의 보유 비율을 살펴보면 유저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공하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기업들이 상위에 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회사는 재택근무 활성화로 수혜를 본 SaaS 기업 중 하나인 트윌리오로 비율은 약 4.45%다.

◆ 클라우드 산업에서 비율이 가장 높은 SaaS

클라우드 전체 산업에서도 SaaS의 비율이 가장 높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지난 7월 2020년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2578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중 SaaS 시장이 40.6%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버 등 인프라 구축해 필요한 가상 하드웨어 자원을 제공하는 인프라 서비스(IaaS),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툴을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PaaS)는 같은 해 각각 19.5%, 16.9%의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택근무의 증가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전자결제·보안 등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SaaS 이용을 늘리고 있다. SaaS는 클라우드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배포되고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으며 주로 구독 형태로 서비스한다.

이는 과거에 기업들이 온프레미스(on-premise : 소프트웨어를 서버에 직접 설치해 쓰는 방식) 형태로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계약 기간을 미리 정한 만큼 한 번에 구매해 해당 기간 동안 이용한 것과는 다소 변화된 방식이다.

이 때문에 SaaS 이용 기업들은 서버를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고 초기에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게 됐다. SaaS는 사용 용도에 따른 소프트웨어 타입별로 나눌 수 있고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그래서 각 분야별 강자도 각기 다르다. 사용 용도별로는 SaaS 내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인 42%를 차지하는 고객관계관리(CRM)와 17%로 둘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오피스 프로그램(사무 작업 프로그램), 공급망관리(SCM), 데이터 분석 등 분석 처리(BI), IT 서비스 관리(SM) 등으로 나뉜다.

그중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뚜렷하게 고객이 늘어난 미국 SaaS 기업들을 소개한다. 기업에 커뮤니케이션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윌리오는 코로나19로 인해 수혜를 본 대표적인 미국 SaaS 기업 중 하나다.

우버·리프트·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트윌리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트윌리오가 드라이버나 집을 렌트해 주는 주인과 해당 서비스 앱 내에서 메시지를 보내거나 휴대전화 문자·음성·e메일 등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모든 통신사의 네트워크에도 연결될 수 있는 오픈 소스 코드 기반의 플랫폼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한다. 기업으로선 트윌리오 서비스만 이용하면 복잡하게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서버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

트윌리오는 2020년 2분기에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나 늘어난 4억1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사용자 수는 2분기 말 기준 20만 명을 기록해 2019년 2분기 말과 비교해 24%가 늘어났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호텔이나 항공 고객들은 투자를 늘리지 못했지만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헬스케어·이커머스·교육 분야 등에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 한 번만 써 본 회사는 없다는 SaaS

미국에서 전자 서명을 도큐사인이라고 말한다.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우버, 검색 엔진을 구글이라는 대명사로 쓰는 것과 같다. 2003년에 설립돼 포천 500대 기업 중 300개 이상의 기업을 포함해 약 66만 사용자를 보유한 도큐사인은 재택근무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다.

특히 기업 간에 서명이 필요한 수많은 공식적인 합의와 공증에 전자 서명만큼 편리하고 안전한 것도 없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서명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데이터나이즈가 미국 웹 사이트들의 서비스 적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도큐사인은 미국 전자 서명업계에서 69.2%의 점유율을 차지해 6.2%의 점유율로 2위인 라이트시그니처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도큐사인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분기(2~4월)에 매출이 2억97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고 같은 기간 프로그램 다운로드 횟수는 127만 회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4% 늘어났다.

또한 미국 연방 정부가 업무 처리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어 미국에서 도큐사인의 이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트릭스 시스템즈는 재택근무에 빠질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서버·데스크톱·앱 등을 가상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만 있으면 업무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

시트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30년 넘게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 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용 소프트웨어의 원격 접속 제품을 제공하며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시트릭스는 포천 500대 기업 중 99%가 이용할 정도다.

이미 40만 개 고객사를 두고 있어 다른 SaaS 만큼 2020년 2분기(4~6월)에 매출 성장이 크진 않았다. 고무적인 것은 장기적인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될 전체 제품 중 구독 비율이 2분기에 76%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포인트나 성장했다.

시트릭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17억8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재택근무에서 사이버 보안도 무척 중요한 이슈다. 2019년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친 크라우드 스트라이크는 PC나 스마트폰 등에 대한 해킹, 악성 코드 감염 등의 위협을 미리 탐지해 막아주는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업계에서 1위다.

특히 EDR업계에서 처음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 크라우드 스트라이크는 팬데믹 기간에 보안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은 사용자들의 구독이 크게 증가해 2020년 2~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5% 증가한 1억7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가트너는 글로벌 SaaS 매출이 2022년까지 연평균 16%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은 한번 SaaS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편안함을 맛보면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 생산성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SaaS 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더욱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ericjunghyuk.choi@gmail.com
‘WFH’가 앞당긴 SaaS 시대…트윌리오·도큐사인 등 ‘폭풍 성장’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