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실거주’는 미래의 일, 임차인이 입증 쉽지 않아…‘손해 배상’을 엄격히 규정한 이유
재계약 거부한 집주인, 실거주 어떻게 입증할까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주거용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제도 시행이 주택 임대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체계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갱신요구권 틀을 상당 부분 차용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입법 과정에서의 깊은 고민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타인에게 임대해 수익을 얻는 목적이 대부분인 상가 점포와 달리 임대하지 않고 소유자가 직접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한 주거용 건물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임차인 갱신요구권 행사 예외 사유로 ‘임대인의 실거주’를 추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임대인 실거주’는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의 예외 사유인 만큼 이를 주장하는 임대인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하지만 임대인이 어느 정도까지 입증해야 하고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실무상 논란이 될 수 있다. 입증의 기본 원칙은 법관으로 하여금 ‘확신’의 단계까지 도달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겠다’는 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방해하기 위한 거짓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입증 방법을 제시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임대인의 진의를 둘러싼 의심과 갈등은 건물 명도라는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고 결국 이 재판에서 ‘실거주’에 대한 임대인의 입증 방법과 정도가 쟁점화 될 것이다. 재판에서의 입증은 과거의 사실 관계, 예를 들어 돈을 빌려 줬다거나 임대차 기간이 만료됐다거나 하는 이미 지나간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임차인의 갱신 요구 거절 사유로서의 ‘실거주’는 과거가 아닌 미래의 계획이라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다른 재판과 입증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 가지 정황상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이 갱신 요구를 거절하기 위한 ‘거짓’이라는 특별한 의문이 없다면 일단 임차인에게 명도하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계획과 관련된 문제를 엄격한 증거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입법 체계는 과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재건축을 이유로 한 임대인의 갱신 거절과 비슷한 구조다. 이 때문에 상가 임대인에게 실제 재건축 의사가 있는지가 재판에서 다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구체적인 시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분쟁이 예상되고 필요할 경우 입법으로 보완될 필요도 클 것이다.

결국 명도 이후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은 부분은 명도 소송이 아닌 별개의 손해 배상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개정법 역시 입법의 많은 부분을 손해배상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만약 이런 특례가 없다면 실거주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묵살한 임대인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손해의 입증 책임은 임차인에게 있는데 입증의 법리상 ‘엄격한 증명’을 요하고 있다.

기존 임대차 목적물에 2년을 더 살지 못하고 다른 곳에 조기 이사함으로써 발생한 상당인과 관계 있는 손해 입증이 법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개정법은 동법 제3호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인한 갱신 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이외에도 실 손해액에 대한 입증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제1호와 제2호에서 정한 두 가지 금액을 추가해 세 가지 액수 중 가장 큰 금액을 손해로 인정한 것이다.
재계약 거부한 집주인, 실거주 어떻게 입증할까
최광석 법무법인 로티스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