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따상’ 맛본 투자자, 타오르는 공모주 시장]-7월 공모금액 1조5000억원 ‘사상 최대’-‘대어급’ 상장 줄줄이 대기 중
[편집자주=‘동학개미’ 열풍으로 활황을 맞은 증시에 대한 관심이 기업공개(IPO) 공모주 투자로 번지고 있다. SK바이오팜 청약으로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맛본 개인 투자자들이 ‘제2의 바이오팜’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IPO 대어’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IPO 시장의 열기를 더욱 후끈하게 만든다. 하지만 급속도로 뜨거워지는 IPO 시장에 ‘과열’에 대한 경고도 잇따라 제기되는 중이다. 점점 더 뜨거워져만 가는 ‘따상’ 열기에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신중한’ IPO 투자법이 필요한 시기다.]
'따상 신드롬'에 뜨거워진 IPO 시장…‘제2의 바이오팜’ 누가 될까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증시가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며 상승 랠리를 이어 가고 있는 데다 최근 상장한 기업들이 연일 ‘따상’을 기록한 덕분이다. ‘따상’은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그 시작은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이다. 청약 증거금만 약 31조원을 기록, 지금까지 ‘30조원 신화’로 언급돼 왔던 제일모직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남겼다. 이어 9월에는 카카오게임즈, 10월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어 올 하반기 IPO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따상’신드롬' 낳은 SK바이오팜

지난 7월 국내 IPO 시장에 ‘흥행 대박’의 역사가 새롭게 쓰였다. 30조9899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청약 증거금을 그러모으며 청약 경쟁률만 323.02 대 1에 달했던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2일 상장 첫날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냈다. 상장 첫날 공모가(4만9000원) 대비 159.18%(7만8000원) 상승한 12만7000원까지 가격이 오르더니 상장 이틀째 16만5000원(공모가 대비 236.73% 상승), 사흘째는 21만4500원(공모가 대비 337.76% 상승)까지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신규 상장사가 3거래일 연속 가격 제한폭까지 주가가 상승한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었다. 8월 19일 현재 SK바이오팜은 16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어림잡아도 공모주 1주에 ‘4배’에 육박하는 시세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SK바이오팜의 ‘초대박 신화’에 시선이 쏠린 개인 투자자들을 자극한 것은 또 있다. 실제로 SK바이오팜 외에도 최근 IPO에 성공한 새내기 주식들의 성적이 상당히 좋다. 지난 7월 13일 상장한 외국 기업 기술특례 상장 1호인 미국 유전체 분석 기업 소마젠은 상장 이틀 만인 7월 15일 주가가 2만원을 넘어서며 공모가 대비(1만1000원) 최고 수익률 86%를 기록했다.

8월에도 IPO 흥행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8월 6일 상장한 미용 의료 기기 업체 이루다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9000원) 약 2배에 가까운 17만650원까지 주가가 올랐고 8월 10일 상장한 한국파마 역시 상장 첫날 공모가(9000원) 대비 84%의 수익률을 안겨 줬다.

이와 같은 IPO 흥행 열풍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8월 13일 기준으로 IPO를 진행한 기업은 50여 개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5개, 코스닥시장 39개, 코넥스시장 6개 종목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4개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여파로 상반기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것을 감안한다면 크게 선방한 셈이다.

특히 지난 7월부터 IPO 시장이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며 그 어느 때보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8월 12일 발표한 ‘7월 IPO 시장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상장한 기업은 총 18개로 올해 월간 최고 수준이다. 최근 4개년간 7월 상장 기업 수로도 최대치다. 유가증권시장 2개 기업, 코스닥시장 15개 기업, 코넥스시장에서 1개 기업이 상장했는데 유가증권시장 기업으로 SK바이오팜 외에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도 올해 리츠 회사 첫 신규 상장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공모 금액 면에서도 과거 대비 최고치였다. 지난 7월 공모 금액은 총 1조4969억원으로, SK바이오팜(9593억원)과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1185억원) 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공모 금액만 놓고 보면 유가증권시장 출범 후 최대치다.

7월 상장 기업들의 일반 청약 경쟁률 또한 727 대 1에 달하며 역대 최고 수준이다. 7월 상장한 18개 기업 중 스팩(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 회사) 상장 기업 3개와 코넥스시장 1개 기업을 제외하고 총 14개 기업이 이전 상장 및 신규 상장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14개라는 많은 수의 기업이 상장했는데도 일반청 약 평균 경쟁률이 4년간 최고치 수준이라는 것은 IPO 공모 시장이 그만큼 활성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제2의 SK바이오팜 누가 될까’

한 번 상승세를 탄 IPO 시장은 하반기에도 열기를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도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어급 기업들이 쏟아지면서 IPO 시장 규모가 5조~6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2016년 하반기 IPO 시장 규모 5조3000억원인데 올 하반기에 이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하반기 IPO 시장은 특히 ‘대형 종목 상장’이 줄지어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도 큰 기대를 모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8월 말 수요 예측을 진행할 예정인 ‘카카오게임즈’와 지난 8월 7일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이 중 ‘하반기 IPO 최대어’로 손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장 후 약 3조~5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이 밖에 카카오뱅크·태광실업·바디프렌드 등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쯤 상장을 준비 중이다.

2020년 상장을 목표로 오랫동안 공을 들여 온 치킨프랜차이즈 전문 업체 교촌에프앤비의 상장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 4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뒤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교촌에프앤비는 ‘프랜차이즈 1호 직상장 기업’의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부진했던 2018년과 2019년은 활황기였던 2017년과 비교해 전체 공모 금액 규모가 60~70% 정도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대형 공모주도 없었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부양책에 힘입어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주식 시장의 매력이 높아지며 최근 IPO를 미뤘던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택트(비대면) 경제 부상,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을 계기로 신성장 산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올해 공모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의 ‘심플한 공모주 투자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총 69개 종목이 상장 심사를 청구 또는 승인 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종목은 단연 바이오와 2차전지 그리고 소프트웨어 업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IPO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바이오 기업들뿐만 아니라 반도체·핀테크·게임을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주들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핀테크·인공지능(AI)·빅데이터·애드테크 등 시장의 관심을 이끌 신산업군의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을 전후로 모태펀드의 확대 등 국내 스타트업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는데 한국 벤처 투자사(VC)들이 스타트업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M&A보다 IPO를 선택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속속 탄생하며 대형 IPO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공모주 펀드나 장외 주식 시장(K-OTC)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넓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8월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공모주 펀드 109개 상품에 최근 3개월간 7876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2540억원씩 설정액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주식형 펀드는 2조6787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따상 신드롬'에 뜨거워진 IPO 시장…‘제2의 바이오팜’ 누가 될까

◆공모주 펀드, 장외 주식도 인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12일까지 K-OTC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80억1571만원으로 전월 대비 16.6%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치다. 인기 종목은 IPO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거뜬히 넘어설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따상’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종목을 선점하기 위해 장외 주식 시장으로 눈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사인 오상헬스케어는 올해 초 4300원대에 거래됐지만 현재 주가는 9만원을 넘어선다. 게임 회사 크래프톤은 지난 3월 거래 가격 40만원대에서 현재는 주가가 11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PO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며 배정받는 주식 수가 얼마 안 돼 개인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높은 수익을 거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8월 16일 이후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불거지며 IPO 시장 또한 그 열기가 한풀 꺾인 게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한 ‘묻지 마 투자’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PO 투자로 개인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최대 몇 십만원 수준”이라며 “대출까지 동원해 무리하게 공모주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돋보기] IPO 시장에서 주목 받는 ‘넷마블·카카오·SK그룹’…이들의 공통점은?

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출격으로 시장이 들썩거리면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주목받고 있다. 넷마블·카카오·SK그룹이 대표적인 수혜주다.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은 올 하반기 IPO 시장의 ‘양대 스타’인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등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손에 쥐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과 친척 관계인 방준혁 의장은 2018년 총 2014억3100만원을 투자했다. 빅히트의 지분 25.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빅히트의 기업 가치는 약 3조~5조원 정도로로, 넷마블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같은 해 2월에는 카카오게임즈에 500억원을 투자해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5.64%를 확보했다. 이 역시 CJE&M 게임사업부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와의 인연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가치 역시 1조5000억~2조원 수준이다. 넷마블의 지분 가치는 최소 850억~최대 1130억원 정도다.

넷마블은 이 밖에 올 하반기 IPO 채비에 나선 카카오뱅크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3월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40억원을 들여 3.94%의 지분을 취득했다. 시장이 예상하는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는 약 4조원으로, 넷마블의 지분 가치는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와 SK그룹은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계열사들의 상장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자회사 IPO 모멘텀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기업들로 꼽힌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지·카카오뱅크의 상장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현재 IPO 일정 진행 중인 카카오게임즈 외에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주간사회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 중이다. 웹툰이나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계열사로, 기업 가치를 최대 5조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는 아직 상장 주간사회사를 선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장 계획은 공식화한 상태다. 현재 기업 가치가 10조원 정도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커머스 등도 상장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의 성공적인 상장 이후 잇따라 10여개 계열사들의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2차전지 관련 소재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SK아이테크놀로지(SKIET)와 SK케미칼의 자회사로 백신 전문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주간사회사 선정 작업을 마치고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SKIET의 기업 가치는 5조원 수준,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조원 수준이다. 공식적으로 상장을 밝힌 의약품 위탁 생산(CMO) 업체 SK팜테코 외에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매직의 상장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 기업인 SK실트론, 에너지 기업인 SK E&S도 상장 후보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1호(2020.08.22 ~ 2020.08.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