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서울 최초 도입
- “20·30 내 집 마련 기회가 온다”
집값 20%면 서울에 ‘내 집 마련’ 가능해진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서울에 있는 집은 서민들이 평범하게 돈을 모아 사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어 온 집값 폭등을 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돈이 없는 서민들과 20·30세대들에게는 ‘인(In) 서울’ 집 마련은 먼 꿈이 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집을 살 때 초반에 분양가의 일부분만 납부하고 이후 장기간 거주하면서 나머지는 분할해 납부해 나가는 공공 분양 방식, 이른바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 도입이다.

이렇게 하면 초기 자금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집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취지다. 물론 아직 사업의 성패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내용이 많아 한동안 혼선이 예상된다.

◆ 업그레이드된 분양 주택 이번엔 성공(?)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안정적 주거 공급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정책이다. 공급과 적정성 문제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한국에서도 몇 차례 비슷한 정책이 추진된 바 있다. 2008년 분납 임대 주택, 2011년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주택 소유에 대한 이익이 공공에 귀속되는 임대 주택의 변형 방식이라는 한계가 지적되며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과거의 실패 요인을 분석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을 이번에 꺼내들었다. 구입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이 처음 입주할 때 분양가의 20~40% 수준의 일정 지분만 내고 20~30년 장기간 거주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분할로 사들여 주택을 갖는 방식이다.

공공이라는 성격은 갖추되 임대 형태는 지운 것이다. 더욱이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서울 전 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40%로 묶어 놓은 상황에 집을 구입하기 위해선 자기 자본금이 부담인데 지분 적립형 주택은 초기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관계 기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과 서울시가 협력해 세부 공급 계획도 마련했다. 우선 입주자 선정 방법은 특별 공급 70%(신혼부부 40%, 생애 최초 30%), 일반 공급 30%(1순위 20%, 2순위 10%)다.

소득 기준은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 방안을 고려해 소폭 완화한다. 도시 노동자 월평균 소득의 150%로 완화하되 자산은 부동산(토지+건물) 합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 이하를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무주택자를 위해 순위별 추점을 적용할 방침이다.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의 유형도 두 가지로 구성해 수요자 선택의 범위를 넓혔다. 주택은 ‘공공 분양 모델’과 ‘임대 후 분양 모델’로 나뉜다. 공공 분양은 처음부터 지분 분양으로 공급하는 방식이고 임대 후 분양은 8년 임대 후 지분 분양 전환 방식이다.

운영 기간은 분양가 기준으로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은 30년형을 기본으로 하고 9억원 이하는 수분양자가 20년 또는 30년형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실수요자의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때 최초 분양가에 정기 예금 금리 정도만 가산해 받기로 했다. 지분을 분양받는 시점에서 미래에 납입해야 하는 전체 금액이 확정되는 셈이다.

전매 제한이 종료되면 주택 처분도 가능해진다. 제삼자에게 주택 전체를 시가로 매각해 처분 시점의 지분 비율로 공공과 나눠 가지게 된다.
집값 20%면 서울에 ‘내 집 마련’ 가능해진다
◆ 전매제한·가격·대출이 관건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이 현시점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집 마련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안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허술한 측면도 있어 이를 어떻게 보완해 성공적으로 실현해 낼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먼저 ‘전매 제한 기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호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전매 제한 기간을 길게 설정하면 거주 이전을 과도하게 제한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이를 짧게 두면 투기 꼼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워낙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아직 가이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다만 정부는 20년, 서울시는 10년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의 가격도 중요한 변수다. ‘분양 전환 공공 임대 주택(아파트)’이 분양 전환 시점에 갈등과 부작용을 겪는 것이 좋은 본보기다.

2003년 도입된 10년 공공 임대 아파트는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 조건으로 10년 동안 임대한 다음 입주민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경기 성남시 판교 10년 공공 임대 아파트 등에서 임대 만기가 돼 분양 전환이 이뤄지면서 갈등이 커진 상황이다.

분양가를 시세 기준으로 평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최초 주택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달라는 입주민 주장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 내 거주자가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현재 은행에서 집합 건물에 대한 담보 대출을 받을 때 건물이 공동 소유일 경우 두 사람 모두 담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

하지만 일부 지분은 개인이, 일부 지분은 공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나눠 갖는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에는 현행 담보 적용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분 공유형 분양 주택 성공을 위해선 적절한 금융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중은행들은 아직 지분 공유형 주택 관련 금융 상품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지분 공유형 주택이란 개념이 아직 생소한데다 적용 사례가 적어 은행들이 이를 겨냥한 금융 상품을 설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2028년까지 1만7000가구의 지분 적립형 분양 주택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첫 시범 대상지인 노원구 하계5단지를 비롯해 서울의료원과 용산 정비창 부지,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서울지방조달청 등을 예정지로 꼽고 있다.

이들 택지 모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어서 뜨거운 청약 열기가 예상된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3호(2020.09.07 ~ 2020.09.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