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 국책 기금의 보증으로 전세 자금 대출이 쉽게 이뤄지는 점 악용한 사기 빈발


들러리 수분양자를 동원한 임대차 보증금 대출 사기 사건의 전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구조적인 대형 사기 정황이 엿보이는 부동산 거래를 알게 됐다. 한 언론사가 일부 지역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동산 거래가 빈발해 취재 중이었는데 사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문제의 부동산 거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완공한 빌라 주택에 들러리 집주인을 구하고 그 사람이 분양받는 식으로 이전 등기한 다음 그 집의 임차인을 구한다. 임대차 보증금 대부분은 대출금으로 충당된다. 이 모든 과정을 브로커를 끼고 진행하는데 브로커에게는 엄청난 금액의 수수료가 지불된다. 예를 들어 1채 가격이 2억원 정도인 빌라 거래에 브로커 수수료로 2000만원이라는 거액이 지급되는 것이다. 브로커는 그중에서 3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자신이 구한 들러리 집주인에게 분배한다.

◆ 정부 보증 전세 대출, ‘공공연한 불법’ 야기 우려
사건 구조를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부동산 대출 사기라는 의심을 하게 됐다. 거래 대금 대부분을 금융회사 대출금으로 충당하는데 대출 명목은 임대차 보증금 대출이었고 이를 위해 정상적으로 분양된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있어 들러리 수분양자를 조직적으로 모집하는 방식을 취했다.
당연히 금융회사에는 정상적인 수분양자가 아니라 돈을 주고 모집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회사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대출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 자체만으로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아파트와 달리 정해진 분양 가격이 없어 정상가를 판단하기 어려운 빌라나 다세대 주택의 특성을 이용해 정상가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분양 금액을 정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적당한 임대차 보증금을 정하고 보증금에 비례한 대출을 받게 되면서 정상적인 금액 이상을 대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어차피 들러리 수분양자는 분양 가격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들의 관심은 애초부터 정상적인 분양이나 임대차가 아니라 금융회사 대출 그것도 최대치 금액의 대출로 수익을 실현하는 데 있었을 것이다. 현격한 집값 상승이 없다면 이런 구조에서는 임대차 기간 종료 후 당연히 보증금 반환이 불가하고 세입자의 대출금 반환도 어려워지면서 결국 주택 경매로 이어진다. 부실한 담보 때문에 당연히 상당 금액이 회수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전세 자금 대출 과정에서 대부분 국책 보증 기금의 보증을 받기 때문에 거의 피해가 없다. 금융회사에 손해가 없는 구조이다 보니 금융회사 직원도 주의가 해이할 수 있고 심지어 대출 사기에 함께 공모할 유인도 커진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거래인 셈이다.
필자를 찾아온 언론사가 취재한 지역에서만 이런 의심 거래가 수천 채에 이르고 애초부터 정상적인 분양이나 임대차를 배제한 채 이런 방법으로 기획된 빌라 건축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공공연한 불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소위 정상 영업을 하다가 미분양·미임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탈법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애초부터 정상 영업과의 공존이 불가할 수밖에 없다. 정상 영업을 하는 순간 정상적인 가격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집값의 10%에 달하는 브로커 수수료 등 부풀린 가격이 드러나 이런 방식의 불법 영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원에도 팔리지 않던 물건을 들러리를 끼고 110원에 판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므로 쉽게 적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는 국책 기금의 보증으로 전세 자금 대출이 쉽게 이뤄지는 점을 악용해 처음부터 기획된 고도의 사기 사건인 셈이다. 이 같은 임대차 보증금 대출 사기 사건이 단순히 갭 투자 사고가 아닌 브로커와 들러리 수분양자를 동원한 고도화되고 조직화된 대형 사기 사건으로 재조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광석 법무법인 로티스 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4호(2020.09.14 ~ 2020.09.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