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⑬ 코로나19 피해 업종 : 호텔
- “예년 수준 회복까지 3~4년은 더 걸려”
- 주택 장기 수요는 전년 대비 700% 이상 신장
[최중혁 칼럼니스트]
1. “우리 호텔은 이제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연말이면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에 있는 힐튼 타임스퀘어가 오는 10월부터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워낙 위치가 좋아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필자도 종종 이용했던 호텔이었는데 더 이상 방문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478개의 객실 규모의 이 호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부터 문을 닫았고 4월부터 호텔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힐튼 타임스퀘어를 소유 중인 선스톤호텔인베스터스는 오는 11월 7720만 달러 상당의 대출금이 만기가 되기 때문에 담보였던 이 호텔을 내놓는 것을 고려 중이다.
2. “모든 방이 만실입니다.”
지난 8월 필자는 기나긴 재택근무에 지쳐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법한 곳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최종 낙점한 곳은 미시간 주 북부에 있는 픽처드 락스 내셔널 레이크쇼어다. 미국 국립공원 중 하나인 이곳은 개발이 많이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상태이기 때문에 캠핑을 하는 것 외에는 공원 내에서 잘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어렵사리 예약한 곳이 바로 국립공원 입구에서 가까운 소도시에 자리한 힐튼 호텔 계열의 3성급 호텔 햄튼 인이다. 84개의 객실 규모인 이곳은 방문했던 때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예약이 마감됐다.
◆ 비즈니스 수요 타격으로 호텔 매출 급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은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는 바로 호텔 산업이다. 데이터 분석 회사 STR에 따르면 호텔 산업의 실적을 가늠하는 기준인 가용 객실당 매출(RevPAR)이 미국 고급 호텔은 2020년 1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3% 감소한 후 2분기에 80.6% 급감했다. 반면 저가 호텔은 1분기 13.3% 감소에 이어 2분기에 44.4% 감소해 고급 호텔에 비해 타격이 적은 편이었다. 글로벌 1위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도 2020년 2분기에 레지던스 인을 포함해 저가 호텔 부문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6% 감소했지만 JW 메리어트, 리츠칼튼, W 호텔 등 고급 호텔 부문 매출은 93.3% 감소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서 북미를 기준으로 고급 호텔은 하루 평균 이용 요금이 293.47달러, 저가 호텔은 99.63달러 수준이다.
매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힐튼 월드 와이드, 하얏트 호텔 코퍼레이션 등 글로벌 메이저 호텔 업체들의 수익은 주로 대도시의 고급 호텔이나 출장으로 방문하는 비즈니스 여행객, 기업 콘퍼런스 등에서 거둔다. UBS에 따르면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메리어트와 힐튼이 전 세계 수익의 약 70%를 창출하고 있다. 비즈니스 여행객으로부터 매출을 창출하는 주요 항공사 또한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전체 승객의 약 10%이지만 전체 수익에서는 55~75%를 차지한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상황에 시타델증권은 직원들이 안전한 곳에서 업무를 계속하도록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포 시즌스 호텔을 통째로 확보한 것처럼 예외적인 상황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급 호텔은 출장 대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오프라인 행사가 제한돼 저가 호텔에 비해 타격이 컸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고급 호텔과 저가 호텔에 온도 차이가 있지만 호텔 산업 전체적으로는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에 상장된 주요 호텔 업체들의 2020년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참담하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2분기에 매출 14억64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 감소했고 2009년 금융 위기 당시 적자를 낸 이후 처음으로 이번 분기에 2억34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힐튼 월드 와이드는 2분기 매출이 5억7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고 하얏트 호텔도 같은 분기에 2억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1% 줄었다.
◆ 코로나19가 여행 패턴을 바꾸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전 세계에서 1900명을 감원한 에어비앤비는 최근 들어 숨통이 트이고 있다. 지난 7월 8일 기준 이 회사는 전 세계 예약 규모가 100만 박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3월 이후 처음이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발발 후 예약 숫자는 지난 5월에 전년 동월 대비 70% 감소했고 6월엔 30%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재택근무 기간이 장기화되자 비행기를 타지 않고 국경을 넘지도 않으며 단지 자동차로만 이동해 한곳에 머무르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다. 그간 억눌려 있던 ‘여행 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에어비앤비에서 장기로 머무르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또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굳이 회사 근처에 거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평소에 거주하고 싶은 지역으로 떠나 장기간 체류하는 수요도 급격히 늘었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많은 사무직 종사자들은 비싼 렌트비와 높은 인구 밀도, 거기에 캘리포니아 산불에 따른 대기 오염 등을 이유로 실리콘밸리를 떠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에어비앤비는 장기 숙박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작년에 올해로 미뤄 놓았던 기업공개(IPO) 일정을 올 연말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 8월 1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
메리어트도 에어비앤비의 고급 브랜드에 맞서 작년 4월에 론칭한 홈앤드빌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여행객들이 호텔 객실이 아닌 독립된 주택, 최고급 저택, 성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주택 대여 서비스인 홈앤드빌라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의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 이상 늘어났고 매출은 80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다른 투숙객과 동선이 겹치는 것이 우려되지만 친구나 가족들과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팬데믹 이후 호텔 이용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는 요소는 이제 위생이다. 미국 호텔숙박협회가 최근 2019년 호텔에서 5박 이상을 보낸 약 700명의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안전·가격·위치 등 호텔 숙박을 결정할 수 있는 8가지 요소를 제시했을 때 응답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인 34%가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미국 호텔들은 청소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힐튼은 ‘클린 스테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객실 내 스위치·손잡이·전화기 등 빈번하게 이용하는 영역의 청소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홍보했다. 힐튼은 또한 청소가 끝난 객실은 입구를 스티커로 밀봉해 투숙객이 오기 전까지 출입을 막고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웨스틴 휴스턴 메디컬센터 호텔은 라이솔 제품을 넘어 표백제까지 투입하고 로봇 2대를 구매해 공용 구역과 객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메리어트와 같은 미국 메이저 호텔들은 투숙객들이 요청하지 않는 한 투숙 기간 동안 매일 객실 청소하는 것을 중단했다. 호텔 이용객들도 같은 시트와 수건을 며칠간 재사용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반응이다.
팬데믹 이후 여름휴가 수요로 호텔 산업이 조금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투자은행 UBS의 로빈 팔리 애널리스트는 가용 객실당 매출이 2023~2024년은 돼야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투자은행 베어드의 마이클 벨리사리오 애널리스트도 2023년까지 가용 객실당 매출은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며 고급 호텔들의 수요 회복이 저가 호텔보다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철학자 베이컨은 “여행이란 젊은이들에게 교육의 일부이며 연장자들에겐 경험의 일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우리 삶의 발전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마음껏 여행을 다니고 호텔 산업도 반등하길 기대한다.
ericjunghyuk.choi@gmail.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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