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신규 브랜드의 성공 법칙]
-전동 카트 장점 활용 ‘극강 신선도’로 승부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한국야쿠르트 잇츠온, HMR 후발 주자에서 ‘밀키트 최강자’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50년 전 한국 최초로 유산균 발효유 제품을 출시하고 이 사업에만 집중해 오던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7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밝히며 가정 간편식(HMR)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잇츠온’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고 사업의 첫발을 대디뎠는데 현재 흐름만 놓고 보면 한국야쿠르트의 이 도전은 ‘성공적’이다.

잇츠온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 180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야쿠르트 역시 단숨에 HMR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올해 전망은 더욱 긍정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밥’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집계한 잇츠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과감한 투자와 ‘운용의 묘’ 살려 신사업 진출


한국야쿠르트가 HMR 시장 진출에 대한 첫 계획을 세운 것은 2014년이다. 당시 HMR 시장 규모가 매년 급격하게 커지는 추세를 감안해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후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면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 나갔고 3년여 만인 2017년 잇츠온을 세상에 내놓았다.

신규 브랜드 준비 과정을 들여다보면 내부적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기로 결정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할 만하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미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쟁사들과 다른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주문한 상품을 택배 운전사가 아닌 ‘프레시 매니저(구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자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적극 활용한 셈이다. 한국야쿠르트에는 약 1만 명에 달하는 프레시 매니저가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이 몰고 다니는 전동 카트에 상품을 담아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면 비용을 아끼면서 경쟁사를 뛰어넘는 효율적인 HMR 배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단행한 과감한 투자도 돋보인다.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 하반기 프레시 매니저들의 전동 카트를 전면 교체해 나가기로 했다. ‘코코’라는 이름의 신형 전동 카트를 도입하고 보급에 나선 것이다. 기존 전동 카트는 사람이 직접 밀어야 앞으로 움직였지만 코코는 배달원들이 그 위에 올라타 편하게 운행할 수 있는 전동차 형태로 제작됐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한국야쿠르트 잇츠온, HMR 후발 주자에서 ‘밀키트 최강자’로
24시간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 대용량(220L)의 냉장 시스템을 탑재했고 최대 시속 8km까지 내도록 하는 등 배송 과정에서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코코 한 대의 가격은 약 800만원에 달하지만 사업 다각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비용을 주저 없이 투입했다.

물류 인프라에도 대규모로 투자했다. 코코 보급과 함께 2014년 신갈에 새로운 통합물류센터를 착공했다. 전국적으로 냉장 배송을 할 수 있는 체계를 한층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였다.

2017년이 되자 코코 보급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고 새 물류센터도 가동 준비를 마쳤다. 3년여 동안의 노력 끝에 HMR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셈이다. 그리고 그해 7월 한국야쿠르트는 잇츠온 브랜드를 전격 론칭하고 시장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선택과 집중’으로 소비자 공략


브랜드 출시 이후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돋보였다. 우선 ‘선택’ 측면에서 보면 한국야쿠르트는 HMR 중에서도 완제품보다 반조리 상태로 신선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밀키트’를 주력 상품으로 정했다. 밀키트는 현재 많은 이들이 즐겨 찾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겐 낯선 형태의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키트를 내세우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문화가 점차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해외 시장들의 동향도 들여다봤는데 이미 미국 등에서는 밀키트가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머지 많아 소비자들이 밀키트를 찾고 소비할 것이라고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됐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완제품 HMR은 CJ제일제당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이미 많았고 새롭게 도입한 전동 카트와 물류센터를 활용해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해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구축한 것도 밀키트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 한국야쿠르트는 2017년 9월 첫 밀키트 상품을 선보였는데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빠르게 잇츠온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타이밍도 좋았다.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부터 경쟁사들이 잇달아 관련 제품들을 내놓았고 밀키트 시장은 급격하게 커져 갔다. 한 발 앞서 밀키트를 선보인 덕분에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내부의 역량을 집중한 것도 잇츠온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예로 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명칭을 2019년 지금의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발효유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선식품을 전동 카트에 넣고 다니게 된 데 따른 결정이었다. 발효유를 넘어 HMR 시장에서 반드시 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잇츠온은 상품 구성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까다롭고 세분화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계속해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제품은 밀키트 전문 제조 회사와 협업해 생산한다. 한국야쿠르트가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철저히 파악해 상품을 기획하고 이들에게 제조를 맡기는 방식이다.
[신규 브랜드 성공 법칙]한국야쿠르트 잇츠온, HMR 후발 주자에서 ‘밀키트 최강자’로
그중에서도 ‘셰프의 밀키트’는 최근 ‘집밥 시대’를 맞아 매출 상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셰프의 밀키트는 전국의 유명 셰프들과 손잡고 이들의 레시피를 활용해 만들었다. 레스토랑의 메뉴를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극강의 신선도’ 또한 잇츠온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특히 밀키트 제품은 미리 제품을 만들어 놓지 않는다. 야쿠르트의 온라인 몰인 ‘하이프레시’에서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그 즉시 생산에 들어가 다음 날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배송을 완료한다.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잇츠온의 제품 카테고리를 더욱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 인구 증가로 케어 푸드 시장이 각광받는 추세인 만큼 ‘잇츠온 케어’를 론칭하기도 했다. 수술 후 균형 잡힌 영양 보충이 필요한 환자나 식욕·저작 기능 저하로 일반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환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고려해 만든 제품이다.

밀키트는 세계 각지의 유명 요리를 만들고 셰프와의 협업을 더욱 늘려 나갈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들을 계속 소비자들에게 선보여 매출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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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5호(2020.09.19 ~ 2020.09.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