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빡빡한 업무 속에서 무턱대고 주인의식 강요해선 안 돼…즐겁게 일하는 환경 만들어야

직원들을 설레게 해야 ‘오너십’이 생긴다 [김용우의 경영전략]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최근 ‘오너십(ownership)’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다시 늘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굳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빠른 변화가 일상이 된 만큼 리더가 세세한 업무 가이드를 줄 수가 없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리더보다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더 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직원들이 스스로 고객 가치를 발견하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에 몰입하는 오너십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세분화된 직무, 정해진 성과 목표, 처리해야 할 일이 빡빡하게 짜여 있는 일상 속에서 직원들이 오너십을 갖기는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리서치 업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0% 이상이 일에 몰입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의 일상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들고 심하면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니얼 M. 케이블 런던비즈니스스쿨 조직행동학 교수가 쓴 책 ‘그 회사는 직원을 설레게 한다(Alive at Work)’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인간의 타고난 생물학적 특징인 탐색 시스템의 스위치를 올려 직원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탐색 시스템은 세계를 탐험하고 환경을 학습하고 주변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자연스러운 충동을 만드는 두뇌 시스템이다. 그런데 산업혁명과 함께 근대의 경영 관리 방식이 도입된 이후 기업들은 탐험하고 학습하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을 억눌러 왔다. 단기 성과, 세분화된 직무, 빡빡한 업무 처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고 기존의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을 버릴 수는 없다.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탐색 시스템의 스위치를 올리는 방법을 찾아보자.
직원들을 설레게 해야 ‘오너십’이 생긴다 [김용우의 경영전략]
◆최고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고 공유한다


직원 누구나 ‘이 일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최고의 순간’이 있다. 이 최고의 순간을 스스로 발견하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탐색 시스템의 스위치를 올릴 수 있다.


인도의 정보통신 회사 위프로(Wipro)의 신입 사원 교육 사례를 보자. 첫째 그룹은 마치 그 일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행동했던 ‘최고의 자기 모습’의 이야기를 쓰고 공유하게 했다. 둘째 그룹은 위프로의 가치관을 설명하고 위프로의 일원이 된 것이 자랑스러운 부분을 토론하게 했다. 그리고 셋째 그룹은 수행해야 할 직무 훈련을 실시했다.


교육 후 6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고객이 매우 만족하는 비율에서 첫째 그룹이 셋째 그룹보다 11% 높게 나왔다. 그리고 계속 일하고 있을 확률도 32% 높았다. 둘째 그룹도 셋째 그룹에 비해 퇴직 비율이 14% 낮았지만 고객 만족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최고의 자기 모습을 알려 준다


최고의 자기 모습을 친구·동료·가족 등 사회적 관계가 있는 다른 사람들이 알려 줄 때 그 효과가 더욱 크다고 한다. 하버드케네디스쿨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 적용한 사례다. 교육에 참여한 리더 246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남에게 최고의 영향을 미쳤던 이야기를 쓰게 했다.


첫째 그룹은 지인들이 작성한 최고의 자기 모습 보고서를 전달하고 둘째 그룹은 전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진행된 7일 동안의 문제 해결 실습에서 첫째 그룹의 수행 결과가 월등하게 좋게 나왔다. 여기에서 ‘최고의 자기 모습’은 언젠가 되고 싶은 희망이 아니다. 실제 자신의 삶 속에 살아 있는 본래의 자기 모습이다. 이런 최고의 자기 모습을 발견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려 주면 동료나 고객들과 더 좋은 방향으로 상호 작용하게 된다.


◆ 일의 가치를 고객을 통해 체험한다


앞선 최고의 자기 모습을 한층 더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고객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애덤 그랜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장학 기금을 모금하는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사례가 있다.


첫째 그룹은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둘째 그룹은 전화 걸기에 앞서 10분간 장학금 수혜 학생의 감사 편지를 관리자가 읽어 주게 했다. 셋째 그룹에는 편지를 읽어 주고 직접 그 학생을 만나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 결과 셋째 그룹의 주당 통화 시간이 평균 142% 증가했고 기금 실적도 171% 늘어났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 그룹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고객에게 잠깐 감사 인사를 받았을 뿐인데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외적 동기가 아니라 내적 동기로 탐색하고 시도하고 학습하는 탐색 시스템에 불이 켜지고 스스로 오너십을 갖게 만든 것이다.


◆일의 목적(why)을 이야기로 만든다


지금까지 살펴본 자신과 타인이 발견한 최고의 자기 모습과 고객을 통해 직접 체험한 자기 일의 가치를 바탕으로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의 목적을 이야기로 만들면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 중에 “저는 청소를 합니다”라고 생각하는 직원과 “저는 환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병원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고 있어요”라고 생각하는 직원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누가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오너십을 발휘하게 될까.


◆안전지대를 만들어 준다


이쯤 되면 스스로 신이 나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그렇다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 마음대로 일을 하게 할 수는 없다. 틀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영국 식료품 배달 회사의 사례가 있다. 창고 관리자가 주간 배송 회의를 통해 트럭 운전사를 권위와 성과 압박 등으로 관리하면서 서로의 관계도 성과도 나쁜 상황이었다.


회사는 “최고의 배달 서비스를 위해 무엇을 도와 줄까요”라는 질문으로 회의 방식을 바꾸게 했다. 그리고 관리자를 위한 코칭 교육도 실시했다. 그러자 트럭 운전사는 여러 가지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말했고 관리자는 즉시 할 수 있는 것부터 반영했다. 서로의 관계도 성과도 모두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과정을 이끌 리더의 행동이다. 매일 단기 실적을 챙기는 리더가 갑자기 고객을 모셔와 감사 인사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면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들려고 별것을 다 하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사람의 감정은 아주 똑똑하다. 리더 스스로 자신의 최고의 모습과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탐색 시스템의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는 오너십을 가지고 일에 몰입하고 일의 의미를 찾으면서 건강한 삶을 이어 갈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