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따라잡기]


- 기반 디지털 전환의 두 가지 전략…
- 개선 통한 경쟁 우위보다 새로운 거래 창출하는 블루오션 찾아라


[Hello AI]‘피자 이모티콘 보내면 주문 완료’… 디지털 전환으로 업계 1위 된 도미노피자


[한경비즈니스 칼럼=박성혁 카이스트 교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경영 분야 키워드다. 수많은 기업들이 최우선 과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수행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기업 강의나 경영 자문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싶은데 어떤 주제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올바른 답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용어 정의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①기업의 현행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해 비용 절감 또는 서비스 품질 향상과 같은 경쟁 우위 요인을 만들어 내거나 ②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래를 창출해 디지털 경제를 탄생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관점 중 기업의 경영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는 달라진다.


경영 전략 관점에서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해 보면 ①은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 전략하에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주장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추구하는 것이고 ②둘째는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블루오션 전략하에서 비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쪽에 더 가깝다.


먼저 ①을 추구하게 되면 단기적으로 기업의 현행 프로세스 개선에 목표를 두고 AI 솔루션을 일부 적용해 보면서 성과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공정 관리 문제인 불량품 탐지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지 인식 딥러닝 알고리즘(CNN)을 탑재한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기존보다 높은 정확도로 불량품을 탐지해 내는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딥러닝 기반의 AI 기술을 적용해 제조 공정상의 효율을 개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업체로는 코스닥 상장 기업인 라온피플의 머신 비전 솔루션이나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Cognex)가 2019년 인수한 것으로 유명한 수아랩의 딥러닝 머신 비전 솔루션이 있다. 이들 솔루션은 사람의 눈으로는 속도를 따라가기도 어렵고 정밀한 판독이 불가능하게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는 제조 공정 라인에서도 불량품을 정확하게 판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사하게 금융 분야에서는 신용 평가 모형을 개발할 때 딥러닝 기반의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기존 모형보다 높은 사업적 성과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다빈치랩스 솔루션 사례가 있다. 모두 기존 프로세스상에 AI 기술이 적용돼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다. 시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기술인 것도 맞고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달성 가능한 두 가지 종류의 혁신 ①과 ② 중에서 무엇이 더 크고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인지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반드시 고민해보기를 권장한다. 그리고 ②에 해당하는 새로운 거래를 담아 내는 디지털 경제를 탄생시키는 일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 이것은 처음부터 사업을 시작해 성공시켜야 한다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성공하면 디지털 경제가 창출되는 큰 성과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경제는 곧 거래라는 관점에서 여기에서 의미하는 디지털 경제 역시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창출되는 거래에 해당한다. 단순히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었던 거래를 그대로 디지털 환경으로 옮기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되고 기존 시장에서 담아 내지 못했던 새로운 거래를 창출하도록 만든다면 위대한 성과를 만들게 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의 저서 ‘블루오션시프트’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탁월한 가치를 제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들이 발생시키는 새로운 거래를 창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을 넘어 소위 비파괴적 혁신을 달성했다는 명성까지도 따르게 된다. 여기서 AI는 디지털 경제에서 체결되는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손쉬운 정보 탐색과 매칭, 개인화 추천, 미래 수요 예측과 같은 첨단 서비스를 담당하는 주연 배우가 될 수 있다.


이것을 손쉽게 설명해 주는 다음의 두 가지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첫째 사례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도큐사인(Docusign)의 전자 서명 서비스다.


이 회사의 비전은 ‘어그리먼트 클라우드(agreement cloud)’이며 이해 당사자들 간 계약을 준비하고 체결하며 사후 문서를 관리하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더 이상 계약서를 상호간에 주고받기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우편을 보내고 받는 행위가 필요 없게 됐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두꺼운 계약서의 모든 페이지마다 도장을 날인하는 번거로움 역시 없애버렸다. 또한 날인 이력 관리뿐만 아니라 사후 계약서를 관리하는 업무까지도 모두 디지털화해 줌으로써 고객이 기존에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을 크게 줄여 주면서도 고객 가치를 향상시켜 준 모범 사례가 됐다. 인류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수행해 온 종이 서명 문화를 디지털로 담아낸 것만으로도 창출된 디지털 경제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둘째 사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의 대표 주자가 되기에는 이 기업이 속한 분야가 별로 첨단화된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보이는 사례다. 그 주인공은 미국 도미노피자의 온라인 주문 혁신 플랫폼인 ‘도미노는 어디에나(Domino’s Anyware)’다.


피자를 주문하기 위해서는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배달시키는 것이 이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물론 인터넷 시대에 맞게 온라인 주문이 가능한 사이트를 신설하고 운영해 왔지만 전문 이커머스 사이트와 비교할 때 경쟁력을 찾기 힘든 수준으로 운영돼 온 수준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미국 도미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편의성을 자랑하는 온라인 주문 플랫폼을 만들었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피자 시장의 2위 사업자에서 1위 사업자로 올라설 만큼 전체 매출 중에서 온라인 매출 비율이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 만큼 영업이익률 역시 큰 폭으로 향상돼 다른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도미노는 어디에나’는 말 그대로 피자를 언제 어디서나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채널을 대거 추가했는데 음성 인식 스피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심지어 기업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에서도 주문 가능), 문자 메시지, 트위터, 스마트 TV, 스마트 워치, 차량 내 주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주문 채널을 운영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장 혁신적인 채널은 문자 메시지를 통한 주문인데 고객이 휴대전화에서 문자로 피자 이모티콘을 전송하자마자 주문완료 문자를 받게 되는 수준이다. 한국으로 치면 김밥 이모티콘을 하나 전송했을 뿐인데 바로 김밥 주문이 완료되고 배달까지 해주는 셈이다. 물론 해당 서비스는 사전에 문자 메시지를 통한 간편 주문 서비스에 등록해 둔 고객에 한해 제공되는 것이지만 한 번 만 등록해 두면 미국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피자를 가장 편한 방법으로 주문할 수 있다.


핵심은 기존 오프라인 거래 행위를 디지털 거래로 전환시켰다는 점이다. 그것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넘어가는 수준으로 달성했고 지금도 온라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도미노가 더 이상 피자 기업이 아니라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평가받는 순간이다. 증가된 영업이익보다 주가가 더 많이 성장한 이유는 (더 높은 PER 적용), 시장에서는 이 기업을 IT 기업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에 사는 누가 어떤 피자를 주문하는지, 왜 주문량이 변화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빅데이터 또한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수집돼 주문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데 일등 공신으로 사용될 것이다. 디지털 거래를 담아 내는 플랫폼은 고객 행동 이력 수집과 분석, 챗봇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매칭을 위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AI 기술이 활용되기 때문에 소위 지능화된 기계가 주문을 받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시대를 앞당기게 된다.


실제로 각 산업 분야의 1위 기업들은 기존 오프라인 거래를 디지털 전환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고 디지털 매출 비율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같이 분야를 막론하고 디지털 거래로 하나라도 더 담아 내는 시대가 됐다. 시대적 흐름에서 코로나19에 의해 비대면 채널이 강조되는 언택트 시대가 찾아 온 것 역시 이러한 변화의 방향에 맥을 같이하고 있다. 단순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ization)이 아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거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7호(2020.09.26 ~ 2020.10.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