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그린 스완’이 온다]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인터뷰
-“파리협정은 도전적 목표, 방향성 합의가 중요”
“기후는 누적된 결과물…당장 탄소 배출 중단해도 지구는 쉽게 식지 않을 것”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파리협정과 같은 전 지구적 공동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목표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관련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가 한창이다.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비가역적기후변화연구센터는 기후 변화의 다양한 원인을 연구하며 각기 다른 임계점과 지역적 특징을 가진 대기와 해양 등 기후 요소들을 추적한다. 이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과연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기후 변화로 향하고 있는지,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예측한다.

궁극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한 통계 예측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센터는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아 차세대 기후 변화 대응 글로벌 싱크탱크로도 기대를 모은다. 안 교수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차 기후 변화 평가 보고서의 주요 집필진 중 한 명이다. 엘니뇨 현상의 메커니즘을 규명해 미래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핵심 원리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 국제 공동 연구진과 함께 수십 개의 기후 모형들을 고려해 확률 예측이 가능한 새로운 통계 기법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안 교수는 “파리협정만으로는 북극 해빙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렵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다양한 기후 변화 대응 움직임에 또 다른 이정표를 제시했다.

인류의 숙제인 파리협정이 제시한 ‘1.5도’ 목표는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 기후 변화의 티핑 포인트(임계점을 넘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순간)가 발현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비가역기후변화연구센터는 이 같은 물음에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예측과 전망을 제시한다. 10월 14일 안 교수를 만나 파리협정의 목표치의 실현 가능성과 미래 기후 예측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기후는 누적된 결과물…당장 탄소 배출 중단해도 지구는 쉽게 식지 않을 것”
-‘비가역적기후변화연구센터’는 어떤 연구를 하는 곳입니까.

“자연 현상은 비가역적입니다. 기후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어 합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280ppm 정도라고 할 때 지금은 400ppm 정도 됩니다. 앞으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600~700ppm까지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을 다시 400ppm 정도로 끌어내렸을 때 현재와 같은 기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2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 상승했습니다.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은 뭡니까.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화석 연료의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의 증가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산화탄소가 400ppm이 증가했는데 그것만으로 지금 현재의 온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지 또는 그것보다 더 많이 증가했을 때 거기에 숨어 있는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일지 그 불확실성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들에 대해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로 일컬어지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는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지구 평균 표면 온도(GMST)가 지난 1만2000년 사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봅니까.

“이산화탄소는 방출된 이후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길게는 몇 백 년까지 이어질 수 있죠. 현재 나타나는 온도 변화는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결정한 것이 지금 나타나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완벽하게 줄인다고 해도 지구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고 당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계속 올라갈 겁니다.”

-탄소 배출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만약 기온이 지금보다 1도 상승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올여름 긴 장마와 폭염, 미국의 산불 같은 현상은 단순히 자연 변동성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지난 50~60년의 관측 결과를 봐도 희귀한 현상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명확한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이상 기상, 이상 기후 현상들은 대부분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 내고 있고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누적되고 늘어나는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040년이면 1.5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일각에선 지구가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고도 합니다.

“기후를 구성하고 있는 바다·대기·식생·빙권 등 기후 요소(climate element)들이 가진 특성과 기후 변화에 저항할 수 있는 저항력이 모두 다르고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티핑 포인트도 달라집니다. 현재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정도 높아진 상태인데 1.5도라고 했을 때 어떤 기후 요소가 티핑 포인트에 들어갈 것인지 예측하는 문제는 아직 상당히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구 온도를 1.5도로 유지한다고 해도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열대 지역의 산호초입니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그것이 바다에 녹아 들어 산호초가 산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학계에서는 산호초는 티핑 포인트를 이미 넘어섰으므로 1.5도를 유지하더라도 산화 현상을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그린란드와 남극의 육빙이 녹아 내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여러 가지 질병 증가와 연관이 있을까요.

“코로나19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다만 기후 변화와 관련해 열대 지역에서 일어나는 콜레라와 같은 질병은 전파의 경계가 조금 더 확대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기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로 인한 전파력과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열대 지역에서 일어나는 질병이 더 유행하거나 전파 경계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기후는 누적된 결과물…당장 탄소 배출 중단해도 지구는 쉽게 식지 않을 것”
-파리협정과 같은 기후 위기 대응 전략들이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봅니까.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파리협정의 목표가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거대 국가들이 과연 그것에 동의하고 따라줄지, 정책 입안자들의 시각과 방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지금의 기후 변화는 자연 변동일 뿐 인위적인 것이 아니고 환경 오염과 상관없다는 시각이라면 기후 변화에 대해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겠죠. 그렇다면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겁니다.

시민 의식과 같은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여야 할지 예측치를 산출하는 연구도 중요합니다. 세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Net) 배출량 ‘0’을 달성하는 넷 제로 에미션(Net Zero Emission)이 목표인데 그런 방향만 가지고도 우리가 1.5도 이내로 유지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것은 과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기후학자들이 할 일이죠. 이렇듯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과 방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줄 수 있는 기후학자들의 노력과 정책을 지키는 시민 의식까지 이 모든 것들이 이뤄질 때 목표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이 충분하다고 봅니까.

“한국은 산업이 주가 된 나라여서 인구수와 경제 규모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꽤 높습니다. 파리협약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인류가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는 쪽의 산업들을 계속 확충해 나가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합니다.”

-앞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이 기후 변화를 ‘관리’하면서 기후 위기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까요.

“기후는 굉장히 비선형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입니다. 그 비선형 속에 특이점들 숨어 있는데 특이점이 결국은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그 티핑 포인트가 과연 어디에 존재할지, 어떤 시스템이 존재할지 관련 메커니즘을 찾는 연구들이 우리의 목표인 지구 온도를 1.5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의 성공에 매우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후 변화의 다양한 원인을 추적하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예측과 전망을 제시하는 비가역적기후변화연구센터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탈석탄·탈원전 정책과 같이 엄격한 기후 정책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화석 연료는 줄여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실행 방안들은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바로 해야 하는 겁니다. 성장과 기후 위기 대응의 공존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화석 연료의 계속된 사용은 산업혁명이라는 단계를 계속 끌고 나가겠다는 것과 다름없죠. 왜냐하면 에너지의 관점에서 우리가 어떤 에너지를 사용했는지, 그 에너지를 통해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산업혁명 이전인 1만 년 전 농업이 시작됐습니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이미 우리는 인위적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방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산업혁명에서는 화석 연료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데 이것이 고갈될 것이냐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인류 발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기후 변화라는 것은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엄청난 속도의 발전을 거듭했는데 앞으로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분명히 우리에게 불행이 닥칠 겁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는다고 전망됐는데 오히려 공장이 돌아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금까지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죠. 앞으로 새로운 에너지는 계속 개발될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경제 구조에 맞는 직업군이 생겨날 겁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과정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을 정책적으로 더 끌어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해야 합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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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