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심화된 불평등의 주범은 바로 反자본주의 [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동학 개미’, ‘주린이’, ‘영끌’이란 신조어가 있다. 어린이처럼 초보인 개인이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각에 맞서 영혼까지 그러모아 투자하는 신드롬이다. 암울한 미래를 이겨 내려는 발버둥이 본질이다.


이러면서 한국은 인구당 주식 거래 계좌가 0.61개로 미국의 2배로 늘었다. 국민 55%가 주식을 보유한 미국보다 비율이 높을 것이다.


특이하게도 2030 청년 투자자가 50% 증가했다. 20대는 정부가 임금·고용 결정을 좌우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 등으로 체감 실업률이 25%로 올라 일자리의 꿈이, 30대는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으로 재산 형성의 꿈이 사라졌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 최악이다. 2030의 주식 신드롬은 정책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욕구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불평등은 자본주의에 내재해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주의화에서 보듯이 사회주의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든 가장 성공한 종교라고 주장했다.


20세기 자본주의가 산업혁명으로 인한 불평등을 복지와 소득 재분배로 해소하려고 했듯이 디지털 기술 혁명도 자본주의 제도의 진화를 요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더해져 필요성과 시급성이 커졌다.


디지털화로 노동 소득의 비중이 줄고 금융 등 자산 소득은 늘고 노동 소득도 숙련에 따라 달라 불평등이 악화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원격 노동, 원격 교육, 원격 소비 등도 불평등을 키운다. 재택근무와 자동화 등으로 변화에 대응하면 피해가 작지만 그렇지 못하면 크다. 자본주의 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혁신할까, 아니면 과거처럼 새로운 자본주의 제도로 해소할까.


자본주의에 대한 불만과 불평등의 증대는 공통적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은 불만의 정도와 불평등의 원인이 다르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에델만 신뢰지수(2019년)를 보면 자본주의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비율은 조사 대상 28개국 평균이 56%다.


선진국은 프랑스(69%)·이탈리아(61%)·스페인(60%), 신흥 국가는 태국(74%)과 인도(74%)가 높다. 반면 한국(46%)은 낮아 미국(47%)·홍콩(45%)과 함께 친(親)자본주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조사도 그렇다.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를 보면 10명 중 9명은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보지만 자본주의에는 긍정적이다.


노력에 따른 소득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10점 만점에 6.5점으로 소득이 공평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경쟁으로 사회가 발전한다는 의견이 6.5점으로 경쟁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보다 많다.


주식 신드롬은 기술 혁신의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로 발전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통한 재산 형성처럼 주식의 장기 보유로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신기술에 필요한 숙련을 누구든지 언제나 배울 수 있는 직업 훈련이 국민의 사회적 권리가 돼야 한다. 노조의 특권화 등 진입 장벽을 높이고 이동성을 저해하는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정반대다.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노동 시장의 역동성을 해치고 있다.

동학운동이 학정에 대한 분노였고 반(反)자본주의 정책이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점을 외면하면 2030은 정권 심판에 나설 것이다. 자본주의 제도 혁신으로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