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


일하는 패러다임은 변했지만 인사·조직 관리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
워킹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한준기의 경영 전략]
[한경비즈니스 칼럼=한준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최근 들어 프로젝트나 워크숍 등을 진행할 때 기업의 임원들에게 부쩍 자주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의 구성원들은 어떤 상황, 어떤 타이밍에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나요”다. 이러한 질문에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나 고위급 간부들은 약간 당황하면서도 그저 멋쩍은 표정을 지을 뿐 근거 있는 자신에 찬 답변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만일 동일한 질문을 프로스포츠팀 감독에게 해 본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니 굳이 프로팀까지 갈 필요도 없고 아마추어팀의 감독에게 어떤 선수가 언제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성적을 내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별 어려움 없이 질문에 답할 것이다. 관찰, 데이터 기록, 체계적이고 진정한 성과 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응용까지 적정 수준의 인력·조직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보편화되고 있는 세 가지 트렌드


우리는 지금 변화의 파도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명제하에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가 이뤄진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감내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실험으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결과를 또 다른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일하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인력과 조직도 디지털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세상이다. 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제 문자 그대로 국가와 기업 구별 없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됐다. ‘웃픈’ 현실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 변화 추진의 일등 공신이다. 그 어느 정부나 기업도 쉽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일의 패러다임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힘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일하는 패러다임 변화라는 측면에서 세 가지 트렌드를 인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지한다는 것은 현실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고 이해한다는 것은 조직에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고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일하는 공간이 바뀌고 일하는 인력이 바뀌고 있고 일하는 방식 역시 바뀌고 있다. 일하는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한 시대다. 가상현실(VR) 환경에서도 일하고 사무실의 개념도 창의적 발상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일하는 인력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까지 한 공간에서 호흡을 맞춘다. 긱 이코노미의 확산 속에서 다양한 노동력 활용이 가능하고 인공지능(AI)까지 새로운 노동력으로 노동 시장에 등장했다. 일하는 방식도 더 유연해지고 있다. 고정적 노동 시간이 건강하게 파괴됐고 전통적인 조직 형태가 무너지고 단순한 태스크보다 근본적인 미션 중심의 일하는 모양새로 전환되고 있다.


스마트해져야 할 조직 관리의 세 가지 포인트

그러면 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무엇부터 챙겨야 할까. 기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목표 설정과 성과 관리 그리고 상호 스마트한 연결성은 기본이 됐다. 게다가 업무 장소가 버추얼 공간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습을 놓고 보면 우리의 변화와 노력은 외견상 그렇게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외적 현황과 정말 제대로 되고 있는지, 그래서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이슈다. 우선 세 가지 주요 과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보자.


첫째,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부합하는 성과 관리다. 언택트 시대의 성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적어도 성과 관리의 총체적 개념, 구성원의 마인드 세트, 관리자의 코칭과 피드백이 달라져야 한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기 전 무려 10년 이상을 이미 ‘언택트’의 성과 관리를 경험해 봤다. 커리어 대부분의 시간을 매트릭스 조직의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해 보스는 늘 해외에 머물렀고 서로 물리적으로는 기껏 연간 3~4차례 정도 만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수립하고 추진하고 공정한 평가를 받는 데 거의 문제가 없었다. 단순한 통제와 관리는 없었다. 미션과 프로젝트가 중심이 됐다. 개인의 피동적이며 고정된 마인드(fixed mindset)가 성장형 마인드(growth mindset)로 바뀌어야 한다. 낮은 수준의 주도성은 이 시대에는 치명적 결함으로 작용한다. 성과는 단순히 숫자와 알파벳 몇 글자로 채점하는 것이 아니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면서 관리자의 눈에 노출되는 빈도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지속적 관찰과 기록과 상호 소통과 피드백을 통한 성장이 주가 된다는 것을 이제 명심해야 한다.


둘째, 상호 연결성이다. 오늘날 일터의 현주소를 설명할 때 ‘4D’를 꼽는다. 다양해진 구성원(Diverse), 분산된 업무 시간과 근무 공간(Dispersed), 디지털 기술 변화(Digital), 역동성 증가(Dynamic)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진정한 심리적·물리적 연결이 더 어려워졌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더욱 연결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대면 보고나 e메일, 전화 보고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온·오프라인상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이벤트도 필요하다. 버추얼 공간에서 하는 ‘먹방’ 스타일의 팀 회식이나 채팅방에서의 정기적인 잡담과 안부를 나눔으로써 연결됨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버추얼 공간에서의 워크숍과 코칭 역시 해볼 만하다. 효과면에서 큰 차이가 없고 여러 번 해보니 이 또한 몰랐던 효율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셋째, 디지털 인사 관리 시스템에 내재된 각종 데이터가 사장되는 것을 막자. 시스템 내의 자료들을 의미 있는 정보로 재해석해 활용해야 한다. 최근 여러 기업들은 직원들의 신체적·심리적 웰빙을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정보는 문자 그대로 저장된 데이터 수준에 대부분 머무르는 듯하다. 구성원들의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해 재해석할 수만 있다면 구성원들의 신체·심리적 리듬 상태가 어떻고 조직의 핵심 역량은 무엇이고 조직의 컬러가 무엇이고 개인·조직의 프로필 특성과 어떤 프로필을 가진 구성원들이 언제 최상의 성과를 내는지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인력 재배치나 조직 개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에 구축된 데이터에서 인사이트(insight)를 이끌어 내는 작업을 해보자.


이미 대중화되고 있는 디지털 인사 관리와 바이러스로 앞당겨진 워킹 패러다임 변화와 ‘언택트’의 시대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조직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조직이 성장하고 동시에 구성원 개인도 성장해야 하는 인사·조직 관리의 원칙이 바뀐 것은 결코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는 결국 모두를 위한 촉진제가 돼야지 밀려서 한 변화, 외부 홍보나 내부 구성원에게 생색내기 식의 복리 후생 프로그램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용적인 응용과 행동 변화의 때는 바로 지금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