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건설관리본부장
- “현장과 유기적인 디지털 연계 구축할 것”

움직임은 내부에서 일고 있다. 경영 효율화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 일하는 방식, 스태프 조직과 현장 운영 체계 등 기존 경영 프레임을 바꾸고 있다.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미래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핵심, 바로 건설관리본부의 변화다. 방향키를 잡은 선장부터 파격이다. 28년 동안 현장 업무를 맡아 온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건설관리본부장이 선봉장으로 발탁됐다.
하 본부장은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운영 중인 시공 책임형(CM형) 생산 체계를 처음 현장에 적용, 시스템화한 주역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CM형 시스템 도입 이후 실적 대비 영업이익률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미 한 번의 혁신을 일궈 냈던 만큼 회사 내부에서는 하 본부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내부 분위기 역시 하 본부장이 추진하는 혁신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현재 대내외적인 변화의 바람이 거세기 때문이다. 하원기 본부장을 10월 21일 만나 그가 추진하고 있는 변화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부담감이 상당합니다. 이 자리(건설관리본부장)에 앉은 지 4개월가량 됐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조직 관리, 방향성 제시 등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특히 외부의 변화가 거센 만큼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고요.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즉, 외부의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죠. 그래야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 내부 관리나 지원 업무보다 현장 경험이 많잖아요. 어려움은 없나요.
“배워야 할 점이 많죠. 하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업에서 가장 기본은 현장이니까요. 현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정확히 알아야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시정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2016년 ‘비전 아이파크 평택’ 현장 소장을 하고 있을 당시 처음 CM형 생산 체계 구축을 준비했는데, 현장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최고 경영진이 제게 바라는 역할 역시 현장과 본부의 효율성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만약 현장을 몰랐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죠.”
▶ 취임 직후 조직 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조직은 가장 기본이면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시계 속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리면서 돌아가야 시·분·초가 움직이듯이 조직도 각자의 역할에 맞게 구성원을 구성해 움직여야 하죠. 지금 최적의 조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난 9월 건설관리본부를 지속 가능한 성장과 스스로 생각하고 팀원이 먼저 제안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이번 개편에서 스마트프리콘팀을 신설해 설계, 원가 정보 등 착공 이전 단계부터 업무를 통합 관리하고 현장의 빌딩 정보 모델링(BIM :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업무를 지원하도록 해 현장과 유기적인 디지털로 연계해 나갈 계획입니다.”
▶ HDC현대산업개발은 지금까지 잘 성장해 왔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그동안 정말 잘해 왔습니다. 건설 회사 중 매출 대비 수익성이 업계 최고죠.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그동안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대내외적인 변화가 심할 때는 더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 조직 개편이 진행되고 1개월 남짓 지났습니다.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뒤숭숭했죠. 하지만 직원들이 많은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고 서로 고민해 주고 독려해 주고 있죠. 앞으로 올해 연말까지 조직 개편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직원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 일반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요.
“일단 자주 만납니다. 팀별로 그리고 직급별로 식사나 티타임을 갖는 형식이죠. 주로 직원과 후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방식은 자유로운 토론 형식입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의견도 잘 개진하고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생각의 다양성이 좋다고 할까요. 저 역시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 최근 건설관리본부에 여성 팀장과 소장 등 총 3명을 리더로 발탁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여성이어서 뽑은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역량이 되니까 뽑은 것이죠. 특히 제가 생각하는 리더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닙니다. 조직을 문제없이 원만하게 이끌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미래로 이끌 수 있는 관리자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뽑힌 3명의 팀장은 섬세함·꼼꼼함·친화감·업무 추진 능력 등이 탁월합니다.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성별에 관계 없이 발탁할 것입니다.”
▶ 대내외적인 변화의 바람이 큰가요.
“그럼요. 코로나19를 제외하더라도 건설업은 4차 산업혁명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산업입니다. 인력 문제 때문이죠. 그동안 건설 현장은 대표적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건설용 로봇, 원격 건설 장비, 드론 등이 도입되고 있어요. 앞으로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건설사들의 역량이 갈리게 될 겁니다.”
▶ 최근에 새로 도입한 것이 있나요.
“일단 대표적으로 I-PMS(IPARK Project Management System)가 있어요. I-PMS는 현장의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인력·자재 관리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예산과 공정 관리를 디지털화해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리스크 관리 효과와 함께 현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 스마트프리콘팀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설계와 원가 정보 등 착공 이전 단계부터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현장의 BIM 업무를 지원하도록 해 현장과 유기적으로 디지털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스마트 프리콘 시스템이 구축되면 현장에 가보지 않아도 발주자와 시공자, 시공자와 노동자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될 겁니다. 4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완성도는 20~30% 수준입니다. 앞으로 4~5년 내에 완전 도입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시공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어디인가요.
“모든 사업장이 다 중요합니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니 참 어렵네요. 일단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은 역시 광운대 역세권 프로젝트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스타일에 맞게 모든 문화와 건물 산업 구조 등의 시스템을 만들어 작은 스마트 도시를 만들 겁니다.”
▶ 앞으로 건설관리본부의 목표나 본부장이 추구하는 경영 방침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자동차로 비유하면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직원 모두가 스스로 개발하고 창조하고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자기 실무형 직무 중심의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임직원의 소통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0호(2020.10.26 ~ 2020.11.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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