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락다운’ 다시 시작될 것이란 전망 우세… EU, 2차 피해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
코로나19 2차 웨이브로 얼어붙는 유럽 경제 [글로벌 현장]
[한경비즈니스 칼럼=베를린(독일) = 이은서 한경비즈니스 유럽 통신원]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2차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유럽질병관리본부가 10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럽 31개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약 550만 명(사망 약 20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7월부터 시작됐고 10월 22일 1차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4월 1일(하루 확진자 3만5000여 명)에 비해 약 4.5배 증가한 16만여 명에 이른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103만 명), 프랑스(100만 명), 영국(81만 명), 이탈리아(47만 명), 독일(40만 명) 등 5개국에서 이미 40만 명 이상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밖에 누적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인 나라도 7개국에 달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유럽질병관리본부는 “유럽연합(EU) 지역에 상당한 추가 확산이 진행돼 공공 보건에 주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히며 “고령층의 확진 증가와 진단 검사 양성률의 증가 등으로 볼 때 진단 검사 확대에 따른 증가라기보다 실질적인 바이러스 전파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지역의 확산 양상에 맞게 개입 조치가 필요하므로 “개별 국가별 사회적 거리 두기, 대규모 행사 자제, 개인위생 철저, 마스크 착용 권장 등 대응 조치를 지속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방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공장소 폐쇄와 재택 권고 조치 등의 봉쇄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 했다. 유럽 전역엔 올 초와 비슷한 대규모 락다운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재확산되는 코로나19에 문 닫는 공공 시설

영국은 신규 방역 지침에 따라 가장 심각한 지역인 리버풀을 지난 10월 12일 ‘매우 위험’ 단계로 격상하고 헬스장과 스포츠센터 등을 잠정 폐쇄했다. 10월 15일부터 영국의 북아일랜드 지역에는 락다운이 실시됐고 레스토랑은 테이크아웃 서비스만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규제에 들어갔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스페인은 정부에서 10월 25일부터 15일간 전국에 국가 경계령을 재발동했다.


이탈리아도 10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영화관과 체육관 등의 대중 밀집 시설을 폐쇄하고 식당과 술집의 영업을 오후 6시까지로 제한했다. 또 필수적인 사유 이외의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10월 17일부터 최소 4주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 8개 대도시의 통행을 금지하는 등 초강경 정책을 펼쳤다. 유럽 중 그나마 상황이 가장 나았던 독일은 옌스 슈판 연방 보건부 장관이 코로나19 양성 확진 판정을 받으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와 같은 완전한 락다운만은 피하겠다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뒤집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유럽 경제도 얼어붙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중소기업 절반은 향후 1년 이내에 사업이 존폐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조사에 응한 기업의 10%는 6개월 이내에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유럽의 주가지수도 각국의 이동 제한 조치 강화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은 이동 제한 조치 직전에 367.48을 기록했지만 1주일 만인 10월 23일 1.4% 정도 하락한 362.50으로 거래를 마쳤고 매일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 심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정보 제공 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0월 영국의 복합 구매자관리지수는 52.9로 지난 4개월 내 최저점을 찍었다. 독일 IFO경제연구소도 기업환경지수가 9월 93.2였던 것이 6개월 만에 하락해 10월 92.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6개월 동안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기업기대지수도 9월 97.4에서 10월 95.0으로 떨어졌다. 독일개발은행이 내놓은 전망도 회색빛이기는 마찬가지다. 독일개발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중소기업의 일자리 총 110만 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타 주변 유럽 국가에 비해 코로나19의 타격이 큰 편이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프랑스 기업들의 매출 감소 금액은 약 500억 유로로 독일(430억 유로)과 이탈리아(230억 유로)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랑스의 주요 산업인 항공과 관광 산업 등 프랑스의 주요 산업이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프랑스의 주요 산업 분야인 식품 산업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1분기 수출이 4% 감소했다. 이는 2019년 동기 대비 약 13억 유로 손실을 의미한다.


‘최악의 상황’ 피하기 위한 각 국가와 EU의 노력

2차 확산이 올 것이라는 전망은 애초에 있었지만 이것이 현실화하자 각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자녀를 돌봐야 하는 등의 이유로 소득 손실을 본 부모를 위해 순소득의 67%를 주정부가 보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장기화할 것인지, 다른 전염병 위기가 언제 또다시 닥칠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 시스템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끼면서 독일 연방의회는 독일 내 의료 디지털화와 병원 시설 현대화에 30억 유로의 예산을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 안에는 어린이 질병 수당의 연장과 간호사 특별 수당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 경제부는 코로나19의 2차 유행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료 인하 유도 방안을 마련 중이다. 프랑스 농림식품부는 식품 수출과 관련해 큰 타격을 본 기업을 위해 약 2억5000만 유로 규모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1500개 기업의 해외 전시회 참가비용 중 50%를 지원하고 산업의 디지털화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코로나19의 2차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U는 10월 20일 170억 유로 규모의 SURE 사회적 채권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SURE(Support to mitigate Unemployment Risks in an Emergency)는 실업 위험 완화 긴급 지원 프로그램으로, 노동자의 고용 유지 등을 위해 회원국의 보증을 토대로 금융 시장에서 1000억 유로를 조달해 회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 지원 등을 위해 발행하는 특수 목적 채권인 사회적 채권의 형태로 발행될 예정이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회원국의 고용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노동자 고용 유지와 자영업자의 소득 손실을 보전한다.


10년 만기 100억 유로와 20년 만기 70억 유로로 나뉘어 발행되고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로 주문 규모가 발행 규모의 13배를 초과하는 2330억 유로에 달해 낮은 금리로 발행될 예정이다. 발행 금리와 만기 등의 자금 조달 조건(발행 금리, 만기 등)은 SURE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는 모든 회원국에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1호(2020.10.31 ~ 2020.11.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