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

“한반도 운전자론 기능 상실·순진한 대북 접근 한계대북 굴종적 유화 정책 근본 변화 요구”

“바이든, 북핵 보여주기 식 ‘쇼’아닌 실질적 성과 추구”
“맹목적 종전선언 매달리면 첫 단추 잘못 꿰…안보 위협”
“미국 CPTPP 복귀 예상…우리도 적절한 시기에 가입해야”

“바이든 독대 때 ‘오바마 부통령직 제의에 처음에는 거절’ 얘기”


“서울시장 출마? 그 얘기는 안하겠다…‘先黨後私’ 입각해 결정”

“안철수 신당 창당·김종인 비대위 체제 전환 현실성 없어”
박진 “바이든 시대, 변화의 큰 파도 몰려오는데 문재인 정부 준비 안 돼”
[홍영식 대기자 · 좌동욱 한국경제 기자]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주목 받고 있다. 국회의원 중 몇 안 되는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으로 꼽히는 데다 외교통일위원장 시절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당선인과 독대한 경험도 있어 그렇다.

그는 “바이든의 당선으로 미국 외교 정책에 큰 변화가 몰려오는데 문재인 정부는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북한 편향적인 유화 정책에 집착하거나 맹목적인 종전 선언에 매달리면 첫 단추를 잘못 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 의원은 “그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선당후사(先黨後私)에 입각해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2008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단독으로 만났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습니까.

“양국 의회 외교위원장끼리 차 한잔 마시자고 해서 봤죠. 바이든 당선인은 온화하고 합리적이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아주 많았습니다. 한·미, 미·중 관계뿐만 아니라 본인의 거취 문제까지 얘기했어요. 당시 대선 주자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부통령직을 제의 받았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죠.
“바이든 당선인이 맡고 있던 상원 외교위원장은 막강한 자리예요. 대통령과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고 중요한 외교 정책에 대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바마 후보는 상원외교위원회 맨 끝에 앉아 있던 초선 의원이었죠. 바이든 위원장을 멘토로 여겼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스물아홉 살 때 미국 최연소 상원의원 기록을 갖고 있는 의회 스타입니다. 후배가 대선에 나오면서 부통령을 제의하니 갈등이 없을 수 없었겠죠.. 부통령직을 제의할 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이든 당선인은 농담조로 ‘대통령은 빨리 도전할수록 좋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본인도 그전에 대선에 도전했는데 안 됐죠. 면담을 마치고 귀국해 3주 정도 지나니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직을 수락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자녀들이 부통령직을 수락하는 게 좋겠다고 했답니다. 질 바이든 여사는 남편이 국무장관이 되는 것을 걱정했다고 해요. 국무장관을 하면 외국을 다녀야 하니…. 또 부통령을 하면 워싱턴D.C. 관저에서 가족들이 살 수 있어 좋았겠죠.”

▶바이든 당선인은 한반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까.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36년간 활동하면서 한국 문제를 계속 다뤘고 몇 차례 방한해 휴전선에도 갔죠. 북핵 문제, 한·미 동맹 문제, 주한미군 역할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겁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외교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해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까.

“트럼프 행정부보다 북한 비핵화를 원칙에 근거해 보다 엄격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여주기 식의 ‘쇼’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추구할 것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 비핵화 정책을 추진할 겁니다.”

▶이 때문에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을 골간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부딪치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첫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합니다. 미·북이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 정상 회담을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실패했죠. 지난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형 방사포 등 신형 무기들을 총출동시켰습니다. ‘순진한 대북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이미 기능을 상실했어요. 굴종적 대북 유화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됩니다. 종전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종전 선언을 하려면 환경과 조건이 맞아야 의미가 있습니다. 맹목적으로 매달리면 한반도 안보를 위험하게 할 수 있어요. 바이든 당선인은 종전 선언 문제를 급하게 다루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가장 우선순위가 될 겁니다. 실무적인 협상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의 ‘톱다운(top down)’이 아닌 ‘보텀업(buttom up)’ 방식을 얘기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게 정석 아닙니까.”

▶바이든 행정부는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까.

“방위비는 그동안 한·미가 거의 반반씩 부담했고 평택 미군 기지 건설비용은 한국이 90%를 부담했어요. 바이든 당선인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겁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처럼 갑자기 우리에게 5배를 내라든지 방위비 분담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카드로 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보다 동맹을 존중하고 동맹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차별화하는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방위비 협상은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바마 정부 때의 대북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까.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미·북 간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죠. 바이든 당선인은 전략적 인내 논리를 부분적으로 유지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할 수 있게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봅니다. 전략적 인내와 유연성 발휘가 바이든 당선인이 추구하는 것입니다.”
박진 “바이든 시대, 변화의 큰 파도 몰려오는데 문재인 정부 준비 안 돼”
박진 국민의힘 의원 약력 : 1956년 서울 출생. 경기고·서울대 법대 졸업. 정치학박사(영국 옥스퍼드대). 외무고시 합격. 대통령 공보비서관·대통령 정무기획비서관. 제 16~18대, 21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변인.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한미협회 제6대 회장.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때와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까.

“봉쇄보다 관여, 즉 컨테인먼트(containment)’보다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쟁하고 견제하되 협력도 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할 겁니다. 무역 보조금, 지식재산권, 5세대 이동통신(5G) 분야에서는 견제하기 위해 분명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봅니다. 바이든 캠프는 중국이 과거와 달리 팽창적이고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위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중국에 대한 진단은 비슷한데 처방은 다를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 미·중 간 신냉전을 통해 중국을 몰아세우는 일종의 봉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는데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일방적인 관세 폭탄, 끝이 없는 신냉전 방식으로 풀어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회의체 ‘쿼드(Quad)’를 추진하면서 한국에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죠.

“굳이 ‘쿼드’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미국·일본·인도·호주는 협력해 갈 겁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다자주의를 통해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도 협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쿼드 참여에 대한 공식 요청이 없었다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쿼드 동참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국익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추진하고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이 CPTPP에 복귀하는 게 정상이라고 봅니다. 미국을 빼고 자유 무역을 얘기할 수 없죠. 한국도 적절한 시기에 여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합니까.

“제로섬이 되면 안 되죠. CPTPP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해양 세력과 아시아 대륙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미국과는 튼튼한 혈맹 관계를 다지고 중국과는 소통해 가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입체적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한·미 동맹 중심의 전략을 추진하되 중국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도전과 기회를 함께 맞고 있어요. 미·중 사이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죠. 미국의 제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화웨이 반도체 수출길이 막혔죠. 분명히 손해이지만 거꾸로 기업들이 수출을 다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동남아·남미·중동 시장 모두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미국·일본 등 3국 사이 협력이 광장히 중요해요. 문재인 정부 들어 한·미 관계는 방위비, 무역 적자, 대북 정책 등에서 삐걱거리고 표류했는데 우리는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 수용할 수 있고 존중할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요구해야 합니다.”

▶한·일 관계가 최악입니다.

“감정에 치우친 외교를 지양하고 한·미·일이 협력하면 우리 기업들에 새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 변화에 맞춰 한국의 외교 안보 라인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까.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죠.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정치적·외교적 정책이 변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재인 정부는 준비가 안 돼 있어요. 사고의 전환 준비도 안 돼 있어요. 미국의 새 정부가 외교 정책을 전부 재검토하는 단계로 들어갈 텐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또 한·미 간 어떤 동맹의 신뢰를 쌓을 것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할 필요 있습니다. 지금처럼 대북 유화 정책만 집착하거나 종전 선언에만 매달리면 첫 단추를 잘못 꿸 우려가 있습니다.”

▶사고의 전환은 무슨 의미입니까.

“좀 더 균형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서프라이즈’나 일방적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생산적인 동맹 관계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여권에선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 햇볕 정책을 지지했다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햇볕 정책이 그 당시 취지는 순수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햇볕은 아래로 안 가고 위로 갔기 때문에 실패한 정책입니다. 이걸 바이든 당선인도 인식하고 있어요.”

▶위로 갔다는 것은 어떤 의미죠.

“우리가 제공한 경제적 지원, 즉 햇볕이 북한 지도부와 상층부로 가고 주민에게로 안 갔다는 뜻입니다. 햇볕 정책 논리는 햇볕을 쬐어 외투를 벗고 양지로 나오게 하는 것인데 그 온기가 전부 위로 가는 바람에 실패했습니다. 바이든 캠프는 많은 분석을 통해 햇볕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데 출마 뜻이 있습니까.

“우리 당에서 경선을 통해 좋은 분을 후보로 내보낼 것입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 의원들 모임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출마할 것이냐에 대한 답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대선 출마 얘기도 있습니다.

“‘선당후사(先黨後私)이기 때문에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김 위원장 체제 연말 위기론이 나오는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위기 상황이죠. ‘4·15 총선’이 끝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해 실망한 중도표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못 간 것 같아요. 김 위원장이 사명감을 갖고 하고 있는 가운데 당이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해야 할 절실한 시점입니다.”

▶비대위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뜻입니까.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신당 창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현실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밖에 있는 분들과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고 그분들이 국민의힘에 들어와 같이하는 것은 환영인데 지금의 비대위 체제를 바꾼다든지, 신당을 만드는 것은 현실성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