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윤 총장 지지율 선두권 형성 반면 文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율 40%선 붕괴
추 장관, 공수처법 통과 뒤 사퇴…윤 총장은 징계위 결정 뒤 해임 가능성
윤 총장 법적 소송 땐 사태 장기화 되면서 사태 복잡 … 여권, 고심
윤 총장, 사퇴땐…“의원들 줄 설 것” vs “총장 갑옷 벗으면 힘 빠질 것”
‘추미애 덫’ 에 빠진 여권…윤석열 키우고 與 지지율은 급락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 대기자] ‘윤석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이냐. 지난해 하반기 ‘조국 사태’ 이후 정치권의 핵심 화두다. 정치에 몸담은 적도 없고 정치권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은 ‘여의도 이방인’이 대선판에 블랙홀을 만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하반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두고 여권과 대결 구도를 형성했을 때만 해도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지나가는 미풍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태풍 구름이 형성됐고, 국정감사 이후엔 ‘윤석열 바람’이 대망론이 되면서 정치권을 들쑤시고 있다. 다음 대선이 약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관심은 ‘윤석열 돌풍’이 더 강해질지, 미풍이 될지 여부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윤 총장의 지지율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를 공격하면 할수록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본격 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25일이다. 추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에서 “윤 총장이 제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는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감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리얼미터의 7월 조사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전달보다 3.7%포인트 오른 13.8%로 나타났다(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1.9%포인트. 이하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 추 장관이 때리면 때릴수록 지지율 올라

또 한 번 그의 지지율이 점프한 것은 10월 국정 감사를 거치면서다. 추 장관은 라임 펀드 사기 사건 의혹과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고 윤 총장은 국정 감사에서 “위법하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직후인 10월 26일부터 5일간 실시된 리얼미터의 조사(오마이뉴스 의뢰.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76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1.9%포인트)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은 17.2%를 기록했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 조치 직후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 조사(11월 30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 윤 총장은 24.5%의 지지율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22.5%), 이재명 경기지사(19.1%)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추미애 덫’ 에 빠진 여권…윤석열 키우고 與 지지율은 급락 [홍영식의 정치판]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은 여야 모두에 복잡한 셈법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여권은 곤혹스럽다. 추 장관이 대립각을 세우면 세울수록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동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12월 첫째 주 조사에선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9%, 부정 평가는 51%로 나타났다(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11월 30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6.4%포인트 내린 37.4%로 조사됐다.
콘크리트 지지율로 꼽히는 40% 선이 무너진 것이다. 최근 들어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가 두드러져 국민의힘에 추월당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 진보층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진 것에 여당은 긴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위원회를 연기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추 장관의 직진 일변도에 제동을 걸었지만 ‘추-윤 갈등’에 대한 해법 마련은 마땅하지 않다. 여당 내에선 추 장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윤 총장과 요란하게 싸웠지만 결국 개혁은 뒤로 밀려나고 윤 총장의 몸값만 올려 놓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떨어뜨렸다”고 한탄했다. 이어 “검찰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수술하는 데는 큰 칼과 작은 칼을 적정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큰 칼만 휘두르다가 결과적으로 여권 전체가 ‘추미애 덫’에 걸려 탈출구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그를 물러나게 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국회 통과를 명분 삼아 추 장관도 교체하는 수순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먹고 살기 힘든다. 새 인물들로 (관심을)경제 분야로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양자 교체론을 언급한 것이다.

양자 교체도 윤 총장이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법적 소송으로 갈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한 명만 교체하는 것도 부담이다. 윤 총장만 그대로 두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울산시장 선거 하명 의혹,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등 정권을 흔들 사건들을 파헤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은 윤 총장 직무 복귀 첫날 월성 1호기 수사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윤 총장만 교체한다면 여론 악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여론은 추 장관 잘못 쪽으로 기울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관련해 한국리서치 등이 11월 30일부터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이 38%로, 윤 총장 책임(18%)보다 두 배 이상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월 4일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 해결 방안’을 물은 결과 “추 장관만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44.3%로, “윤 총장만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30.8%)보다 많았다. “동반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12.2%였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이런 마당에 윤 총장만 해임하면 자칫 현 정권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권 맞서는 건 좋지만…”, ‘대망론’ ‘견제’ 두 기류

국민의힘도 속내는 복잡하다. 지금은 정권과 맞서 싸우는 윤 총장 두둔에 나서고 있지만 그가 국민의힘 대선판에 나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두 기류가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견제에 나서고 있다. 윤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나서면 그에게 힘이 쏠리면서 당내 다른 주자들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가 최근 윤 총장에게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면 그를 국민의힘 주자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진석 의원을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은 ‘충청 대망론’을 띄우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은 충남 공주 출신이다. 윤 총장과 대학(서울대 법대)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온 유기준 전 의원은 “(윤 총장이) 정치에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주장이다.

▶윤 총장이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제3지대에 머무를 것 같나, 국민의힘에 들어올 것 같나.

“국민의힘에 들어와 장악해야지. 제3지대에서 대선 주자가 성공한 예가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정치 아마추어들이 제3지대에서 도모하다 실패했다.”

▶정치 아마추어인데 당을 장악할 수 있을까.

“여론 조사 1, 2위 하면 의원들이 바로 줄을 선다. 황교안 전 대표도 정치 경험 없이 들어왔지만 의원들이 바로 달라붙었잖아.”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오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뛰어나지. 대학 시절부터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문외한인 윤 총장이 대선판에 뛰어들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금은 검찰총장으로서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는 이미지가 투영되면서 ‘반문 정서’에 힘입고 있지만 총장이라는 갑옷을 벗게 되면 그런 이미지가 약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총장의 높은 지지율은 문재인 정권에 맞서면서 ‘언더독 이펙트(약자라고 생각될 때 동정하는 현상)’에 기반한 동정 때문”이라며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윤 총장 때리기가 멈춰도 그가 보수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