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스마트 워치]


헬스케어 기능 활용해 감염 확인 효과 입증…전 세계에서 판매 급증
코로나19 이후 각광받는 ‘스마트 워치’ 시장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한경비즈니스 칼럼=최중혁 칼럼니스트 ericjunghyuk.choi@gmail.com] “스마트 워치를 차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필자는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경험했다. 다행히 매번 음성 진단을 받았지만 검사를 위해 코와 목을 찌르는 고통을 또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로 검사 없이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다소 엉뚱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최근 이 이야기가 실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코로나19 이후 각광받는 ‘스마트 워치’ 시장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글로벌 시장 규모 20% 증가

미국 스크립스연구소는 10월 29일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스마트 워치나 피트니스 트래커를 통해 측정한 생체 데이터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스마트 워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면 단순히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나 온도 측정 등을 설문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다.


이 연구는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있던 지난 3월 25일부터 6월 7일까지 미국에서 애플워치나 핏빗 등 웨어러블 기기를 보유한 3만529명의 참가자를 통해 이뤄졌다.


비슷한 연구는 다른 연구팀에서도 진행됐다. 스탠퍼드대 의대의 마이클 스나이더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도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심장박동수, 하루 도보 수, 수면 시간, 혈액 내 산소포화도 등의 데이터 변화로 코로나19 감염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웨어러블 기기 제조업체 핏빗도 자사의 제품 이용자 중 10만 명 이상의 자원자를 받아 실시한 실험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 중 약 절반이 증상 발발의 하루에서 이틀 정도 일찍 바이러스 감염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웨어러블 사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높아 헬스케어 기능을 보유한 기기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과거엔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니며 건강을 관리하는 스마트 밴드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기능이 더욱 강화된 스마트 워치가 출시되기 시작하자 가격이 2배 이상 비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변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워치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올 상반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0% 늘어난 약 4200만 대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을 포함해 유럽 등 세계 전역에서 판매가 증가했다.


미국 스마트 워치 대표 업체 중 하나인 가민은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2020년 1~9월)까지 스마트 워치 실적이 포함된 피트니스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8억4700만 달러(약 9368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골프와 러닝 등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들이 각광 받으며 전문가들이 이용할 만큼 맞춤형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워치의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가민의 피트니스 부문 매출은 총 5개의 사업 부문 중 가장 많은 매출 비율인 30%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만 놓고 봤을 때도 코로나19의 우려가 한창 높아졌던 2020년 2분기 가민 스마트 워치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70만 대를 기록해 8.1%의 점유율을 보였다. 미국 점유율 1위는 37.6%를 기록한 애플이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2020년 상반기 기준(매출 기준)으로 애플이 스마트 워치 판매 1위, 가민이 2위다.


전통적으로 위치 추적 장치 관련 매출을 주력으로 했던 가민은 자동차와 항공사업부의 수요 감소로 해당 부문의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지만 피트니스 부문의 매출 증가가 감소된 매출을 상쇄한 것이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스마트 워치 회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요가 호조다. 가민은 6월 30일 핀란드에 본사를 둔 생리적 데이터 알고리즘 분석 회사 퍼스트비트 애널리틱스를 인수했다. 스마트 워치 매출을 더욱 확장하려는 행보다.


반면 2007년 설립돼 스마트 밴드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핏빗은 2020년 3분기 누적(2020년 1~9월) 기준으로 8억1340억 달러(약 8996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감소했다. 평균 100달러 이하인 스마트 밴드의 실적은 호조였지만 고가의 스마트 워치는 애플이나 가민과 같은 경쟁사에 밀려 점유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핏빗의 2020년 2분기 스마트 워치 판매는 16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핏빗도 최근 피부 전기 활동(EDA) 센서를 탑재해 피부의 습도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변화를 감지하는 신제품 스마트 워치 ‘센스’를 출시해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핏빗 센스는 수면 무호흡을 감지하는 기능도 처음으로 탑재했다며 건강을 강조한다.


지난 9월 출시된 애플워치 6도 헬스케어 기능을 집어넣었다. 애플워치 6의 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시계 뒷면의 클러스터를 이용해 혈액의 반사광을 측정한 뒤 혈액 색깔을 바탕으로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 꼭 맞는 신규 기능이 추가됐다.


개인 정보 침해 우려도 제기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의 성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판매가 늘어날수록 개인 정보에 대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은 가장 우선적으로 꼽히는 문제다.


구글은 2019년 11월 21억 달러(약 2조3209억원)에 핏빗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이 핏빗에서 수집한 개인의 헬스 데이터 등 민감한 정보를 광고 사업 등에 오·남용할 수 있다며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은 의료 데이터의 사용을 제한하고 공개를 보호하는 의료정보보호법(HIPAA)을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03년 프라이버시 보호 부분이 대폭 강화된 이 법은 개인 건강 데이터에는 적용되지 않고 단지 의료 시스템을 통한 환자 정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유럽만큼 제재가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 보건 정책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도 유럽과 같이 개인 헬스 데이터를 사용자 동의 없이 판매하거나 공유하는 것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온라인을 통한 자신의 건강 관련 데이터 공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증가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는 미국인 4522명을 대상으로 ‘2020 헬스케어 소비자 서베이’를 진행한 결과 원격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2019년 15%에서 2020년 초 19%로 늘었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4월엔 28%까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또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약 80%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 진료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변했다.


겨울철 들어 전 세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직 안전한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겪고 있다. 스마트 워치가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점차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스마트 워치의 판매는 2260만 대로, 전년 대비 1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 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1년 피트니스 밴드와 스마트 워치를 포함한 웨어러블 밴드는 19% 성장한 2억 대의 출하량이 예상된다. 올해 성장보다 더 많은 성장이 기대되는 것이다. 팬데믹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이 사태가 결국 끝나고 나면 우리 손목에 웨어러블 기기를 하나씩 차고 있을지 모른다. 코로나19가 바꿀 우리의 풍경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각광받는 ‘스마트 워치’ 시장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