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에어택시 ‘버터플라이’ 공개한 한화시스템 김석균 상무…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 출신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한화시스템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의 한계를 넘어설 미래 먹거리로 확보한 사업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다. UAM은 자동차와 지하철, 버스 중심의 교통 체계에 개인용 비행체(PAV)를 연계해 3차원 교통 시스템을 만드는 획기적인 변화다. 정부는 2025년 드론 택시 최초 상용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1월 초 미국 오버에어와 공동 개발 중인 PAV ‘버터플라이’를 최초 공개하고 에어택시가 뜨고 내리는 ‘버티허브’ 구축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세계적인 항공기 엔진 제조사 영국 롤스로이스 출신 김석균 상무를 영입해 신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김 상무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한화시스템은 UAM에 필요한 기술들을 모두 내재화하고 있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기체 개발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UAM 산업 전반을 아우르며 ‘글로벌 UAM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는 게 한화시스템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에 합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롤스로이스에서 근무 연수로는 14년, 석·박사 과정까지 포함하면 20년 동안 일해 왔습니다. 시스템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로서 제품 개발에서 양산 단계, 실제 서비스 운영까지 두루 경험하며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의 글로벌 시스템을 배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화시스템 UAM 사업 합류 배경은 ‘글로벌 넘버원’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트업을 세워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 분야에서 저의 경험이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한화시스템에서 맡게 된 역할은 무엇입니까.
“UAM사업부에 합류한 뒤 본사뿐만 아니라 용인과 구미 등에 있는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화시스템이 방산 업체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UAM에 필요한 요소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부서에 내재된 기술을 한곳에 모아 UAM사업부를 통해 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계획입니다. 글로벌 경쟁 업체가 많지만 좋은 잠재력을 제대로 발현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PAV 개발 현황이 궁금합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1월 1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가 주최하는 UAM의 서울 실증 및 드론택시 시연 비행 행사에 UAM 팀 코리아 업계 대표로 참가해 PAV 기체 ‘버터플라이(Butterfly)’의 실물 모형을 국내외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후 DX 코리아 2020에서 ‘버터플라이’의 군용 실물 모형도 최초 공개했습니다. 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전기 동력 분산 수직 이착륙기 ‘버터플라이’는 국방 분야에 적용하면 군의 기동력 향상은 물론 멀티 미션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PAV가 기체라면 UAM는 도심 항공 체계에 해당합니다. 온디맨드 모빌리티 서비스로 ‘에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PAV와 UAM 시장에서의 한화 시스템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버터플라이’에는 한화시스템의 센서·레이다·통신 및 항공전자 기술과 오버에어의 특허 기술인 ‘에너지 절감 비행기술’ 등이 적용됩니다. 4개의 틸트로터(tilt-rotor)가 장착된 전기식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타입으로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버터플라이 틸트로터는 기존 헬리콥터와 달리 대형 로터 4개가 전방과 후방의 날개에 장착돼 있어 이륙할 때는 수직으로 사용하고 운항할 때는 방향을 바꿔 수평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은 에너지로 장시간 운항이 가능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더 빠르게 운항할 수 있습니다. 도심 항공에 최적화된 고효율·저소음 에어택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버터플라이’ 기체가 태울 수 있는 무게와 비행시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버터플라이는 최소 10분 만에 고속 충전할 수 있어 연속 운항이 가능합니다. 최대 시속은 320km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약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고 100% 전기로 구동돼 친환경적입니다. 버터플라이에는 1명의 조종사와 4명의 승객 그리고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향후 원격 조종이 가능해지면 최대 5명까지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요금은 모범택시 수준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비행시간은 30여 분인데 운항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탑재 중량인 페이로드(payload : 승객 수하물 중량의 합계)를 높이려면 추진 동력과 배터리 증량을 높여야 합니다.”
한화시스템 UAM 구축 계획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입니까.
“한화시스템은 오버에어와 UAM 기체 개발뿐만 아니라 운항 서비스, 인프라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 협력 관계 확대 등 전방위적인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UAM 시장의 글로벌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버터플라이 기체 개발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용 eVTOL 기체 개발과 함께 ‘군용 개발’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군용 eVTOL은 빠르고, 조용하고, 저렴하면서 높은 안정성까지 갖춰 군의 기동력 향상은 물론 군 특수작전용·수송용·공격용 등 다양한 군용 플랫폼과 구조·응급·방제 등에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UAM 사업의 국내외 경쟁 구도는 어떻게 되나요.
“PAV 개발 업체만 하더라도 300개 이상 됩니다. 먼저 국내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주요 타깃 시장은 글로벌입니다. 국내에선 소모적인 경쟁을 하기보다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향후 국내 UAM 구축과 확대 계획은 어떻습니까.
“에어택시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와 핵심 기술이 실증돼야 하고 테스트베드도 단계별로 구축돼야 합니다. 한화시스템은 UAM 통합 감시, 관제, 항로 운항, 이착륙 시설, 탑승 서비스 관련 소요 기술과 사업 모델이 기체 개발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는 한국공항공사(KAC)와 ‘UAM 세계 시장 선도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관련 소요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공동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항공사와 에어택시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버티허브(verti-hub)’를 김포공항에 구축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김포공항에 구축하는 ‘버티허브’는 기존 공항과 어떻게 다릅니까.
“이착륙 시설은 항공기 이륙과 착륙을 지원하는 시설과 탑승객을 태우는 시설, 충전과 정비를 위한 시설 등으로 구축될 예정입니다. 국토부가 밝힌 교통수요 기반 후보지에 따르면 UAM 이착륙 시설은 앞으로 서울역·청량리역·고속버스터미널·김포공항 등 교통 요지에 구축될 것입니다. 기존 공항과 같이 긴 활주로를 필요로 하지 않고 도심 속 좁은 공간에서도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기존 교통 시스템인 버스·지하철·철도·자동차 등 교통 체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환승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꽉 막힌 도로로 멀게만 느껴지던 길들이 새로운 도심 항공 교통을 통해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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