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 제주포럼에서 팬데믹 기후변화 위기 해법으로 ‘이기적 이타주의’ 제안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15회 제주포럼이 지난 5일부터 제주에서 열린 가운데 7일 폐막 세션을 끝으로 행사의 막을 내렸다.


폐막 세션은 자크 아탈리 유럽부흥개발은행 설립자 및 전 총재의 온라인 발표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현장발표로 진행됐다. 좌장은 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이 맡았다.
자크 아탈리 전 총재와 최재천 교수는 이날 인류가 자연을 착취·남용해 팬데믹, 기후변화 등과 같은 큰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상기했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자크 아탈리 전 총재는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수재'라고 불리는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 이다. 1943년 알제리에서 태어난 아탈리는 프랑스 최고의 이공계 엘리트 학교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명문 그랑제콜 에콜 드 민에서는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그 후 프랑스 고급관료 양성학교인 국립행정학교(ENA)를 거쳐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학, 행정학, 경제학 등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공부를 한 아탈리 전 총재는 모교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소르본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미테랑 사회당 당수의 경제고문을 역임했다. 1981년 미테랑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10여 년간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설립을 주도해 초대 총재를 지냈다. 교수, 정치인, 행정관료 등을 두루 거친 아탈리의 탁월한 혜안과 과학적인 분석은 언제나 프랑스 지성계에 방향타가 돼온 인물이다.


자크 아탈리 전 총재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이기적 이타주의'를 제안했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의 이타적인 노력과 희생을 통해 우리 또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우리는 '긍정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20년 전인 1999년 ‘21세기 사전’에서 지구촌에 대규모 전염병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2018년에 펴낸 ‘미래대예측’에서는 팽배한 이기주의가 경제불황과 전염병 확산을 더 가속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그는 결국 이 같은 위기에 대한 해법은 ‘이기적 이타주의’라고 강조했다. 남을 위하는 게 결국은 자신을 위하는 길이란 것을 깨닫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창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한때 서구사회에서 배척받던 마스크가 대중화된 것처럼 말이다.


아울러 그는 미래에는 삶·죽음과 직접 연관된 생활경제(the Economy of life) 분야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생활경제 분야는 보건과 위생, 식품과 농업, 교육과 연구, 디지털 정보와 보안, 청정에너지, 예술 등을 일컫는다. 그는 “이 가운데 보건과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재천 교수는 "팬데믹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미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심비우스', 즉 공생하는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회사에서 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이슈와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통찰력 있는 의견과 소중한 지혜를 공유해 매우 유익했다"며 "이번 제주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세계지도자와 저명인사에게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이번 제주포럼은 다자협력 재건을 위한 흥미롭고 건설적인 토론의 장이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안보패러다임으로써 '인본안보(humane security)'라는 개념을 제안한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