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따라잡기]
구글 검색 광고 위협하는 아마존…구매 정보 축적한 이커머스 기업들이 새로운 강자로 [한경비즈니스 칼럼=박성혁 카이스트 교수] “돈 버는 인공지능(AI)도 있나요.” 필자가 강의를 하다 보면 이러한 질문을 종종 듣는다. ‘알파고’를 탄생시킨 덕분에 AI를 가장 잘 만들고 활용할 것 같은 구글의 사례를 보면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구글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심지어 80% 이상입니다.
구글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들은 AI가 운영하는 셈이고 서비스 트래픽을 광고 매출로 전환시키는 것도 AI이므로 AI이야말로 돈 버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네이버·어도비·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리딩 기업들은 AI 기반의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큰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광고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
AI가 광고 매출을 어떻게 발생시키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광고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면 설명하기가 쉽다. 광고 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이해관계인은 광고주·매체·사용자다. 매체와 사용자 간의 이해관계는 매체가 서비스를 잘 만들면(예를 들어 페이스북) 사용자가 무상으로 열심히 사용하는 공생 관계에 있다. 문제는 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되다 보면 매체가 돈을 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지 않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때 구원 투수의 역할을 하는 광고주가 등장하는데 광고주는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홍보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한다. 매체가 필요한 돈을 광고주가 지급해 주는 대가로 매체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해 주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세 주체가 각자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순환 구조가 광고 시장이 돌아가는 힘의 원천이 된다. 사용자들이 매체를 많이 사용할수록 광고 수익을 더 많이 발생시킬 수 있다. 트래픽이 증가하면 더 많은 광고를 보여줄 수 있게 되므로 광고주로부터 광고 노출에 대한 대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기여한 만큼의 광고비를 정산 받는 것도 같은 원리다.
광고를 보여줌으로써 사용자들이 느끼는 반감은 없을까. 최근에는 아마존·알리바바·이베이와 같은 대표적인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서도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B2C(Tmall)보다 B2B(Alibaba, 1688)와 C2C(Taobao)로 시작해 온 역사가 더 긴 알리바바를 보면 상품 판매 수수료 매출보다 광고에 의한 매출이 더 많다. 시장 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비교적 광고를 늦게 시작한 아마존은 2020년 10조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전만 하더라도 10조원이 되는 광고 매출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대규모 광고 매출 덕분에 적자를 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광고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아마존의 수익성 개선을 견인할 쌍두마차가 될 것이라는 견해에는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광고와 커머스가 하나의 사이트 내에서 공존하게 해 준 일등 공신은 AI 기반의 맞춤형 광고다.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신뢰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상도인데 광고비를 낸 브랜드를 갑자기 좋은 위치에 보여준다고 하면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일 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끼어든 광고를 공존시키는 방법을 커머스 사이트들이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도 광고 AI의 세련됨 덕분에 마치 스팸 메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노하우를 구현하게 됨으로써 좋은 상품을 정직하게 판매한다는 커머스 플랫폼의 본질적인 고객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서 말이다.
수집되는 고객 데이터에 대한 가치 측면에서 봐도 아마존과 같은 커머스 플랫폼이 구글에 뒤처지지 않는다.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은 사용자의 관심사 데이터를 수집하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마치 일기장과 같이 사용자의 일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반면 아마존과 같은 커머스 플랫폼은 돈을 써 물건을 구매했거나 돈 쓰기 직전의 신호를 포착한다. 즉, 가치가 가장 높은 목적 구매성 정보를 안정적으로 수집하는 셈이다. 광고주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디지털 마케팅 시장의 주류였던 검색 엔진이나 SNS보다 더 높은 효율(예를 들어 광고 투자 대비 성과)을 새롭게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이어졌을까. 후발 주자로 들어온 아마존의 검색 광고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미국 시장 내 3위 매체로 성장하고 있고 심지어 구글의 검색 광고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연속 마이너스 성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교화된 AI 기반의 광고가 업종에 대한 경계까지 없애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네이버는 구글과 아마존을 결합한 모델
한국 사례는 어떨까. 사실 네이버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구글의 검색 엔진과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영역을 합쳐 놓은 완전체다. 비록 한국 시장에만 국한돼 있고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패권은 아예 놓쳐 버렸지만 커머스와 광고 영역은 모두 완벽하게 잘하고 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은 2위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을 포함해 한국의 주요 커머스 플랫폼들은 마치 아마존이 완벽하게 광고와 공존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반인반마가 될 것이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 개인화 광고를 완벽하게 구현하면서도 시장에서 더 나은 광고 효율을 기록할 수 있는 AI 기반의 광고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에 성공해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아마존 역시 관련 애드테크 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해당 미션을 달성해 온 만큼 그에 준하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광고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통 방식과 하이브리드로 결합하는 아이디어가 커머스 플랫폼을 대상으로만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트래픽이 있는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서 광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월 구독 방식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도 광고 아닌 광고가 세련되게 제공되는 AI를 통해 더 많은 매출을 발생시킬 것이고 고객의 서비스 사용성 역시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한계가 없다면 오프라인 매장 역시도 대상이 아닐까. 이미 벌써 성공한 사례가 있다. 미국의 윌그린(Walgreen) 약국 체인에서는 쿨러스크린(Cooler Screen)이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도입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음료나 냉동식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바라보고 열어 봐야 하는 냉장고 문 자체를 디지털 스크린으로 바꾸고 단순히 상품 이미지를 광고판에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고객의 나이와 연령대를 고려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 고객 구매 성공률을 성공적으로 향상시킨 바 있다. 현재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야말로 디지털 마케팅을 오프라인에서 가능하게 해 주는 인프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무인 자율주행 시대가 오게 되면 자동차 안에서 자유로가 높아진 운전자에게 AI가 디지털 광고를 시연할 기회 역시 증가할 것이다. 빅데이터와 이를 돈 버는 데 활용해 온 AI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발전된 기술은 마치 철기 문명의 역할을 할 것이고 광고 도입 측면에서 도약을 기대하는 이커머스 산업을 청동기 문명 취급하면서 계몽하게 될 것이고 오프라인이라는 석기시대에는 두세 단계를 뛰어넘게 하는 혁신을 일으킬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했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2호(2020.11.09 ~ 2020.1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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