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의원 34명 포함 조합원 총 78명 자발적 간담회 개최
- 330억 규모 국공유지 매입 자금 놓고 대책 논의
- 사업 부진 직무대행 체제에 실망감 표출
흑석9구역, 조합장 직무대행 교체로 사업 정상화 모색하나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계파(집행부, 비대위, 직무대행측) 간 갈등으로 난항에 빠진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사회와 대의원회의 정족수 부족으로 새로운 집행부 구성이 미뤄지면서 사업이 차질을 빚자 대의원과 조합원을 중심으로 현재 조합장 역할을 담당 중인 직무대행 체제를 교체하려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흑석9구역 대의원 34명을 비롯해 조합원 총 78명이 지난 7일 토요일 오후 5시 흑석동 주민센터 4층에서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조합의 현안인 국공유지 매입 계약을 위한 방안 마련과 직무대행 체제의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론 등의 안건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의원과 조합원들은 현재 직무대행 체제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정리된 상태에서 임원선거를 다시 진행하자는 의견에 힘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의원과 조합원들은 현재 사업의 가장 급선무인 국공유지 매입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관련 답변을 회피하는 직무대행 체제에 큰 실망감을 표출했으며, 직무대행 체제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정리된 상태에서 임원선거를 다시 진행하자는 의견이 큰 지지를 받았다.

현재 흑석9구역은 이달 말까지 부지 내 국공유지 매입 계약을 체결해야하는 상황이다. 약 330억 규모로 이달 말까지 조합이 매입 계약을 완료하지 못하면, 지가상승으로 감정평가 금액이 올라 더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해야 해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직무대행이 자금 대여를 거절하면 대의원이 주도적으로 자금 대여를 진행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향후 롯데건설로부터 자금 대여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법무법인을 통한 자문을 받아 국공유지 매입 실행안 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 롯데건설과 시공 계약 해지 재고려 논의도

더 나아가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금이라도 롯데건설과의 시공 계약 해지를 재고려 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특히 사업 진행 과정에서 롯데건설과의 소송이 우려되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해도 설계 및 인허가 관련 문제를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원의 금전적 손해가 클 것이 예상되는바, 실익이 없는 시공사의 재선정이 필요한 것인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주요 골자다.

실제로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신반포 15차 조합도 최초 선정한 시공사와 결별을 택했지만, 공사비 증가로 갈등을 빚고 있으며, 특히 신반포 15차의 경우 이전 시공사와의 소송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됐다.

또한 방배5구역의 경우 시공사의 손해배상 소송과 각종 금융비용 증가 등의 난항을 겪으며, 2016년에 착공하기로 했던 사업 계획이 아직 실현 안 되는 상황이다.

이날 참석한 조합원들은 간담회에서 나온 주요 의견을 관철하고자 직무대행 측에 관련 내용을 촉구하였으나 직무대행 측에서는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조합원은 “기존 집행부와는 다를 것이라 기대했던 현재의 직무대행 체제가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이뤄낸 사업적 성과가 없다”며 “조합원들은 당면한 현안을 조합원과 공유하기 위해 설명회와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해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하기로 중지를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 이익을 증진하고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시 롯데건설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는 것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방향을 논의할 것이다”고 귀띔했다.

한편, 흑석9구역은 동작구 흑석동 90번지 일대에 약 9만5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반포 인근에 있는 ‘준강남권’ 입지에 많은 시공사와 조합원들의 기대를 받았던 알짜 사업장이다.

지난 2018년 5월 흑석9구역 조합은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정하고 속도를 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5월 당시 흑석9구역 비상대책위원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조합 집행부에 대한 해임 안건을 처리했다.

이어 흑석9구역 조합은 새로운 조합장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조합 업무를 진행하며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에 계약 해지 공문도 발송했다. 지난 9월 기존 조합 집행부의 임시총회 관련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직무대행 체제하의 사업이 이제 탄력을 받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이사회와 대의원회의 정족수 부족으로 사업이 한 치 앞도 못 나가고 있다. 동작구청은 지난 10월 조합 정관에 따라 대의원회 보궐선거를 선행하고, 대의원회가 정상화되어야 조합장과 조합 임원의 보궐선거가 가능하다고 흑석9구역 조합에 공문을 회신했다.

대의원, 조합장, 조합 임원 등의 보궐선거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은 물리적으로 아무리 빨라도 약 11개월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곧 조합원의 손해로 직결이 된다.

사업이 지연되자 이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현재 흑석9구역 조합은 기존 조합 집행부, 비대위, 직무대행측 등으로 내분이 격화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