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경제에서는 법인세 인상·고소득층 증세가 핵심…韓, 미국의 ‘대북 정책’ 신경 써야
‘트럼프 감세’ 지우고 ‘부자 증세’로...바이든 시대 미국의 선택 [글로벌 현장]
[한경비즈니스 칼럼=워싱턴(미국) = 주용석 한국경제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미국 대선 개표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미국이 4년 만에 정권 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전방위 소송전에 돌입하기로 했지만 뚜렷한 ‘부정 선거 증거’가 없는 한 결과를 뒤집기 쉽지 않다는 게 미 언론의 중론이다. 이변이 없는 한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낮 12시부터 미국 46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트럼프 감세’ 지우고 ‘부자 증세’로...바이든 시대 미국의 선택 [글로벌 현장]
‘트럼프 감세’ 지우고 ‘부자 증세’로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 정책은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층 증세, 최저임금 인상, 친환경 인프라 투자 등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증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석유와 가스 같은 화석 연료를 대체할 태양광·풍력·전기차 등 친환경 인프라와 산업에 집중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 분배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조세 정책에선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층 증세가 핵심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때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췄는데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절반 정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15%의 최저한세율도 도입할 방침이다. 최저한세율은 기업들이 각종 세금 감면 후에도 반드시 내야 하는 세율이다. 그만큼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 개인은 연소득 40만 달러(약 4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이 집중 타깃이다. 40만 달러 초과분에 대해선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고 급여세도 추가 부과할 계획이다.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39.6%에서 37%로 낮아졌는데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원상 복귀시킬 예정이다. 세부 방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슈퍼 부자’를 대상으로 한 부유세 도입도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기간 언급한 적이 있다. 미국의 제조업을 강화하기 위한 세제 정책도 추진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밖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기업엔 세금을 올리고 폐쇄된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재개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민간 기관들은 ‘바이든 증세’가 현실화하면 임기 4년간 1조4000억 달러, 10년간 최소 2조4000억 달러에서 최대 4조 달러의 세수가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렇게 걷은 세금을 중산층 지원과 친환경 인프라 투자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는 4년간 친환경 인프라 투자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자리와 노동 분야에선 미국 제품 우선 구매 등에 4년간 4000억 달러를 투자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자 생활 향상 등을 위해 최저임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했다. 현재 미 연방 정부가 정한 최저 시급은 7.5달러다. 이를 15달러로 올리겠다는 게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의 공약이다. 하지만 미국은 주별로 경제력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연방 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뉴욕·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최저 시급을 일정 기간에 걸쳐 1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경제력이 떨어지는 주나 도시에선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감당할 수 없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바이든 당선인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도 지지한다.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실리콘밸리가 올해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자금줄’ 역할을 한 만큼 초강경 대책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바이드노믹스’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바이드노믹스가 트럼프노믹스보다 경기 부양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재정 지출 확대 이득이 증세로 인한 부작용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후버연구소는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모두 실행되면 2030년 미국 경제는 미 의회예산국(CBO) 전망 대비 일자리는 490만 개, 국내총생산(GDP)은 2조6000억 달러, 가계 중간 소득은 6500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감세’ 지우고 ‘부자 증세’로...바이든 시대 미국의 선택 [글로벌 현장]
“김정은은 폭력배, 핵 능력 축소 전제돼야 만나”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도 트럼프 시대와는 큰 차이가 예상된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사회학 교수)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은 정상 궤도로 가겠지만 대북 정책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을 거래 관계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동맹 중시’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 동맹은 나아지겠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 초 국내 문제에 신경을 쓰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만큼 상당 기간 대북 정책에 신경 쓸 여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이 바이든 정부 초기 상황 관리를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신 소장은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감축 가능성은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미군 감축 위협을 철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으로 경제가 약화된 만큼 바이든 정부도 동맹국들이 지금보다 방위비를 더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내다봤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기간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등에 대하 과도한 방위비 인상 요구를 “갈취”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대선 2차 TV 토론 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력배(thug)”라고 지칭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성과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의 정당성만 높여 줬다고 비난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핵 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면 만날 수 있다”고 밝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협의체)와 여기에 한국 등을 포함하는 쿼드 플러스를 계속 추진할지도 관심이다. 쿼드와 쿼드 플러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경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밀었던 정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외교 정책을 재검토하고 아시아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이상 쿼드를 강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바이든 시대에도 중국 견제 필요성이 큰 만큼 쿼드와 쿼드 플러스 관련 정책을 계속 이어 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중국 견제란 측면에선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지난 10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일방적 관세 부과나 철회 대신 동맹과 공조를 통해 규칙에 기반해 대응하겠지만 중국과의 전반적 관계는 계속 나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