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SK(주)의 자회사 SK임업, 2013년 한국 1호 탄소 배출권 획득
-임업 기술 해외 전파…기후 위기 극복 지원도
남산 45배 숲 키우는 SK임업…‘ESG 경영’ 타고 가치 재발견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SK그룹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통한 근본적 혁신(딥 체인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 8개사는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100% 조달하기로 했다.

SK(주)는 또한 자회사인 SK임업을 앞세워 일찌감치 탄소 배출권을 획득하는 등 숲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이다. SK임업이 전국에 조성한 숲의 경제적 가치는 5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30년간 매년 탄소 3만7000톤 흡수

SK임업은 고(故) 최종현 SK 회장이 1972년 설립한 곳이다. 국내외 우수 품종을 선정해 숲을 조성하는 등 ‘기업 임업’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학문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장학 재원 조달도 SK가 조림 사업을 시작한 이유였다.
남산 45배 숲 키우는 SK임업…‘ESG 경영’ 타고 가치 재발견
SK입업은 1978년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현 그랜드워커힐서울) 조경 공사를 시작으로 한국 유일의 산림 조경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50년간 SK임업이 조성한 숲은 전국 네 곳, 약 4500ha(1361만2500평)에 달한다. 이는 서울 남산의 약 45배 수준이다. 자작나무 등 400만 그루의 나무가 ‘SK숲’에서 자라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1998년 취임 후 일찌감치 온실가스 배출 규제 시대에 대비해 왔다. SK임업은 SK(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이듬해인 2013년 탄소 배출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1호이자 아시아에선 열셋째, 세계 마흔다섯째 사례였다. 최 회장의 앞선 판단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 시대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는 신기후 체제가 시작되는 내년 1월부터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은 이를 위해 선진국의 재정과 기술을 지원받아 산림을 보존하게 된다. 선진국은 산림 조성과 보전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인정받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SK는 2012년 강원도 고성군 내 축구장 크기 70배의 황폐지에 잣나무·낙엽송·자작나무 등 25만 그루를 심었다. 한국 최초로 숲 조성을 통해 흡수된 온실가스를 장기간 저장하고 측정해 배출권으로 인정받는 ‘조림(A·R)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SK임업은 이를 바탕으로 2013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최종 인가를 받으며 탄소 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SK임업은 현재 충북 충주와 영동, 충남 천안, 강원도 횡성에서 사회 공헌형 ‘산림 탄소 상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 탄소 상쇄 사업은 자발적 탄소 흡수원 증진 활동을 추진하고 그 결과로 얻어진 산림 탄소 흡수량에 대해 정부가 완화한 기준으로 인증하는 제도다. 사업을 통해 발생한 산림 탄소 흡수량은 당사자 간 자발적 거래와 소각을 통해 사회 공헌과 탄소 중립 행사를 추진할 수 있다.
남산 45배 숲 키우는 SK임업…‘ESG 경영’ 타고 가치 재발견
SK(주) 관계자는 “SK가 등록한 산림을 통해 향후 30년 간 매년 3만7000톤 정도의 탄소가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소 흡수 외에도 나무가 가진 대기·수질 정화, 토사 붕괴·유출 방지, 오랜 조림 사업을 통해 쌓아 온 산림 경영 노하우와 임산물을 통한 수익 등 산림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SK는 보유한 산림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2019년 소셜 벤처 임팩트스퀘어가 SK임업 횡성사업소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회의·워크숍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지원했다. 지난 6월에는 이를 확장해 산림 분야 사회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산림 자원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창출 아이디어 공모전 ‘숲에서 소셜 비즈니스를 수펙스하다’를 모집했다.
남산 45배 숲 키우는 SK임업…‘ESG 경영’ 타고 가치 재발견
SK와 최종 업무 협약을 맺은 4곳의 사회적 기업들은 장애인과 사회적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연간 이용객 5000명 이상을 목표로 숲 체험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 마을 공동체 등과 협력해 연관 일자리와 소득 창출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SK는 또한 그룹사의 역량을 결합해 산림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SK임업과 SK텔링크가 힘을 합쳐 서울광장에 이동식 대형 수목 화분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숲을 가꾸기 힘든 도심의 녹시율(녹지가 보이는 비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한국 최초의 대형 수목 이동식 플랜터인 ‘모바일 플랜터’는 원격 무선 관리 시스템인 사물인터넷(IoT) 통신 모듈로 관리할 수 있다. 미세먼지 저감과 도시 열섬 현상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
남산 45배 숲 키우는 SK임업…‘ESG 경영’ 타고 가치 재발견
◆숲 조성 노하우 제삼국에 전파하기도

SK의 숲 조성 노하우는 제삼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SK임업은 산림청과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에티오피아 남부 소재 커피 농장에 약 9917㎡(3000평) 규모의 양묘장을 조성하고 약 69만4214㎡(21만 평) 부지에 유칼립투스 등 7만 그루를 심어 산림 생태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현지인에게 혼농 임업 등의 임업 기술을 전수해 환경 오염 없이 고품질의 스페셜 티 커피를 생산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SK임업은 지난 7월 산림청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해외 산림 사업 발굴 이행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해외 산림 사업 대상지를 확보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나 연구 분석 업무, 해외 정부 기관과의 네트워킹 등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SK임업 관계자는 “회사의 전문성과 산림청의 네트워크 역량이 만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전 세계적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민·관 협력의 좋은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이 밖에 한국국제협력단이 발주한 우즈베키스탄 나보이 지역 조림 사업과 우정의 숲 조성 사업, 지역 사회 개발 역량 강화(환경 분야)를 위한 베트남 꽝지성 농촌 공동체 개발 사업에도 동참했다.

SK(주) 관계자는 “SK임업이 환경·사회·동반 성장 등에 기여한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44억원에 달한다”며 “SK는 고유의 노하우와 적극적 협력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전 세계적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민·관 협력 모델을 꾸준히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환경 경영’ 치고 나가는 최태원 SK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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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은 그룹의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2020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계열사 CEO들은 ESG에 기반을 둔 성장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SK는 최 회장이 강조한 ‘ESG 경영’ 중 환경 부문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SKC·SK실트론·SK머티리얼즈·SK브로드밴드·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8개사는 11월 2일 한국 RE100위원회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 기업이 RE100에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한 첫 사례다.

‘재생에너지 100%’의 약자인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고 약속한 다국적 기업 연합체다.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 기구 더클라이밋그룹이 2014년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세계 264개 기업이 가입했다. 신청서를 내면 런던 본사의 검토를 거쳐 가입이 최종 확정된다. 가입 후 1년 안에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받는다.

SK는 RE100 가입을 계기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ESG 실천 기업이라는 신뢰를 확보할 계획이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3호(2020.11.16 ~ 2020.11.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