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대선 행보 나선 김태호 무소속 의원

“문재인 정권 폭정 맞서 안철수·윤석열·김동연 다 나와 새 플랫폼 올라 국민 평가 받자”


“진보와 태극기 부대 모두 포괄하는 대선 새 플랫폼 만들어야”
“안철수, 나홀론 안돼…경선 당원 비율 없애면 국민의힘 들어올 것”

“돌아보면 욕심 앞서…칼 어디에 쓸까 아닌 차볼까 앞세워”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과오 사과하되 사면으로 연결돼야”
“현재 지지도로 대선 전망, 1년 뒤 일기예보 하는 것과 비슷”
“신공항 백지화, 선거철만 되면 죽었다 살리는 일 국민 우롱”
김태호 “부동산 규제 모두 없애는 모라토리엄 선언해야”
[홍영식 대기자·좌동욱 한국경제 기자/사진=서범세 기자] 김태호 의원(무소속)은 2016년 20대 총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작업 때 날이 매섭게 서 있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던 그는 유승민 전 의원 공천 등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맹공을 가했다. 유 전 의원에겐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 원인이던 공천 갈등의 한복판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20대 총선에 불출마했고 4년의 정치 공백을 거친 뒤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총선 뒤 반년 간 조용히 지내며 국민의힘 복당을 추진해 온 그는 최근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의 화두는 통합과 단합이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진보든, 보수든, 안철수든, 윤석열이든, 김동연이든 모두 손잡고 새 플랫폼에 올라 국민의 심판을 받고 단합하자”고 했다.

지난 4년간 어떻게 보냈습니까.
“욕심만 앞세우다 보니 한계를 느꼈죠. 더 이상 국민이, 국가가 어떻다 말하는 것 자체가 기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20대 총선을 1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어요.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 적을 두고 실리콘밸리의 혁신가 등을 많이 만났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곳이 구글인지, 페이스북인지 물으니 스탠퍼드대라고 하더라고요. 그 대학 출신들이 돈을 벌면 인재를 배출해 달라고 기부한다는 거예요. 미국 신흥 부자의 70~80%가 유산을 받아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부를 일으켰습니다. 이게 미국의 저력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어 중국으로 가 베이징대에 적을 두고 중국의 강·약점,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어요.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돌아보면 항상 욕심이 앞섰습니다. 칼을 잡으면 그 칼을 어떤 가치와 비전을 위해 쓰고 싶다는 마음을 단단히 다져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칼을 차볼까’라는 정치 공학을 더 앞세웠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주도하는 마포포럼 강연에서 4년 전 일을 거론하며 “‘김 전 대표를 날리고 유 전 의원을 날리고 그다음은 누구겠느냐’는 게 내 수준이었다. 내 욕심이었다”고 고백한 이유입니까.
“유 전 의원의 희망22 사무실 개소식에 가서 진심으로 잘되길 바란다고 했죠. 내 욕심만 차려 많이 아프게 한 것 같다, 빚을 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대선 경쟁자로서 경선에서 만날 것 아닙니까.
“옛날 같은 마음은 아닙니다. 선의의 경쟁을 해야죠. 나라 상황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어요. 성공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네거티브 경쟁이 아닌 서로의 장점을 생각해 주면서 힘을 합쳐 한 번 해 보자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대선 출마 의사는 언제 밝힐 예정입니까.
“이 정도면 부족하지만 출마할 수 있겠다는 타이밍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이 너무 낮게 나옵니다.
“우리가 많은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고백과 리더십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문재인 정권 폭주를 견제해 달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선판에 내 지분과 기득권을 따지는 게 아니라 다 비워 놓고 모두 나와 국민이 그 사람들을 평가할 수 있게 완전 경선에 가까운 룰을 만드는 겁니다. 그래야 야권의 분열을 막습니다. 향기로운 꽃이 있으면 벌이 날아오듯이 단합을 위한 새판·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판을 짜야 합니까. 진보도 포괄해야 한다고 했는데….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다 열어 놓아야 합니다. 태극기 부대는 물론 정의당도 들어올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이 평가하는 게 기준이 되는 거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해선 안 됩니다.”

정의당 참여가 가능하겠습니까.
“그 정도까지 열어야 한다는 것이죠. 더 중요한 것은 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 정치 구조에서는 보수가 정권을 다시 잡아도 달라질 것은 없어요. 서로 적폐로 몰고 승자 독식하면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시 싸우고…. 이 낭패 구조를 바꾸려면 협치와 국민 통합의 토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돼요. 만약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제일 먼저 내각제와 중대선거구제를 추진할 겁니다. 왜 중대선거구제냐 하면, 소선거구제에선 대개 40% 안팎의 지지율을 받고 당선돼요. 유권자 10명 중 4명만 자기가 찍은 사람이 되고 6명은 자기가 찍은 사람이 안 되는 구조예요. 그러면 이 6명은 자기 지역구 의원을 보고 싶어 하지 않죠.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보통 2~5명이 뽑혀요. 그 지역구 10명 중 8~9명은 자기가 찍은 사람이 당선돼요. 통합의 환경이 조성됩니다. 또 지역구도 타파에도 도움이 됩니다.”

새 플랫폼은 국민의힘이 중심이 돼야 합니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신당을 거론했습니다.
“안 대표는 나 홀로 가서는 아무리 좋은 정치 철학을 갖고 있어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새 플랫폼을 주장한 것은 경선 때 당원 반영을 빼라는 요구로 보입니다. 이 정도 요구를 들어주면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들어오지 않으면 사심이 있다고 봐야죠.”

윤석열 총장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치 리더십·경제·외교·안보 역량 등 검증된 게 없습니다.
“윤 총장도 방금 말한 새 플랫폼, 새판 위에 올라올 것으로 봅니다. 이 판 위에서 역사를 보는 시각, 글로벌한 시각, 통합 리더십 등 역량을 보여줘야죠. 철저한 검증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훌륭한 후보가 될 수 있죠.”

정치 경험 없이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항상 새로운 사람을 찾습니다. 하지만 리더십은 그냥 갖춰지는 게 아니죠. 지금처럼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잖아요. 이 때문에 대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언론에서도 일찍 검증을 시작해 주기 바랍니다.”

대선 주자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론됩니다.
“김 전 부총리든, 윤 총장이든 대선판에 다 나오면 좋겠습니다. 나와서 국민들의 평가를 한 번 받읍시다. 리더십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구덩이에도 빠져 봐야 합니다.”
김태호 “부동산 규제 모두 없애는 모라토리엄 선언해야”
김태호 무소속 의원 약력 : 1962년 경남 거창 출생. 거창농고·서울대 농업교육과 졸업. 교육학박사(서울대). 경남도의회 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 제18~19대, 제21대 국회의원. 제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
“판단하기 이릅니다. 파산 직전에 우리 좀 살려달라고 모신 분인데 이 이상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기회가 아직 있습니다. 김 위원장에게 주어진 최고 중요한 역할은 대선 플랫폼, 판을 까는 일입니다.”

김 위원장이 상법 등 기업 규제 3법에 찬성하면서 좌클릭한다는 비판과 함께 자칫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살짝 바람피우는 정도로 봅니다. 집토끼가 결국 어디로 가겠습니까. 확장성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그런 시도도 이해합니다. 다만 반독점 등 공정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반시장적 정책이 장기적으로 보면 불평등을 가져올 단초를 만든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문제를 놓고 당내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현 정부의 적폐몰이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런 시각도 있지만 고백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국민 화합 차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차기 대선 주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세 가지죠. 첫째, 파당적 진영 논리를 품어낼 수 있는 통합 리더십입니다. 둘째,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아빠·엄마 찬스가 아니라 반칙과 특권에 단호한 리더십입니다. 셋째, 20~30대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리더십입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리더십 부재 때문입니다. 무명 가수가 미스터 트롯 경연장에 나와 스타가 됐듯이 묻혀 있는 후보들이 제대로 실력을 보이고 평가 받을 무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듯이 그런 무대가 만들어지면 지금 지지율보다 더 높게 나올 겁니다. 지금 지지율을 갖고 대선을 전망하는 것은 현재 기준으로 1년 뒤 일기 예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선 1년여 전 지지율이 선거에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어요.”

정부가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정치공학적으로 신공항이 도마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랜드 플랜 속에서 평가를 세계적 전문가에게 맡기자고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덕도로 못 박으면 다른 지역에서 또 들고일어납니다. 선거철만 되면 죽었다 살리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에요.”

2016년 김해공항 확장도 국제적으로 공인 받은 기관이 평가해 결론 내린 것 아닙니까.
“그 부분도 정치적 배경이 있었다고 봅니다. 가덕도냐, 제3의 대안이냐를 놓고 워낙 팽팽하니까….”

대구·경북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합의가 되겠습니까.
“그게 대통령 리더십입니다. 국가의 핵심 이익이 무엇이냐가 제일 중요한 거죠. ‘여야 이리로 와’라고 해서 폭탄주를 마시든, 골프를 하든 해서 국가를 위해 이리로 가는 게 맞는다고 설득해야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남북 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해 줘야죠. 하지만 그 노력의 바탕에 깔려 있는 외교적 관계에 대한 신뢰도는 망가졌습니다. 기반이 좀 튼튼해야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있는데 모래 위에 집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일 관계죠. 안보·경제·자유라는 가치 바탕 위에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축이 흔들리면 대접받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자칫 이쪽저쪽 눈치 보다가는 ‘이솝 우화’의 박쥐같은 신세가 되기 십상입니다.”

미국 바이든 시대에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까.
“선택을 강요받을 겁니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의 가치 기반을 많이 흔들었습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가치 동맹 차원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런 것을 뛰어넘는 새 시스템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받을 때 우리는 미국에 ‘이 정도로 하면 이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우리가 배가 고프면 안 되잖아. 핵심 기술을 주고 중국에도 이야기를 잘 해 달라’고 요구해야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염두에 두고 있는 대책이 있습니까.
“정부가 대책을 24회 내놓았는 데도 집값 폭등과 전월세 대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돈이 풀렸지만 실물 경제에 투입되지 않고 있어요. 통화 증가율과 부동산 매매 지수, 증권 투자 예치금이 똑같이 올라갑니다. 어느 수준에서는 부동산 진폭이 굉장히 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시장에 맡겨야죠. 부동산 규제를 없애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합니다. 물론 정부의 역할이 있죠. 공공 주택은 역세권 등에 아파트를 원가로 공급하고 이사 갈 땐 살 때와 같은 조건으로 반납하게 하는 싱가포르의 환매 조건부 분양 제도를 시행해야 합니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해 청년 내집주택 등을 공급하자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저 멀리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서울로 출근하는데 두 시간 걸리면 좋아하겠습니까. 이런 공공 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 공급 확대로 가야 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