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 : 인물]
‘독립 경영·일감 몰아주기 해소’...구본준 LG그룹 고문, 계열분리 ‘시동’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LG하우시스·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이다.

재계에 따르면 LG는 11월 말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계열 분리안을 결정한다. 2018년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한 이후 LG 안팎에서 끊임없이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런 예상이 마침내 현실화한 셈이다.

구 고문은 현재 LG 지주사인 (주)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조원 정도다. 구 고문은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고 독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상사의 시가총액은 약 7100억원, LG하우시스는 약 5100억원 정도다. 따라서 구 고문이 보유한 현재 지분 가치로 충분히 충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미 계열 분리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주)LG에 팔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한 바 있다.
또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를 매각하기도 했다.

구 고문이 계열 분리에 나서는 것은 LG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전자와 화학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LG상사나 판토스가 계열 분리 되면 기업집단 내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LG그룹의 해외 물류를 책임져 온 판토스는 LG전자와 LG화학 등이 주요 고객이다.

판토스의 기업집단 내 내부 거래 비율은 60%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적이 돼 왔다. 법적으로 계열 분리를 마무리 지으면 이 같은 내부 거래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4호(2020.11.23 ~ 2020.11.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