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워킹맨’ 출간한 안병광 유니온약품그룹 회장
- “인복은 먼저 애쓰고 베풀어야 돌아온다”
안병광 회장 “처음엔 내성적인 꼴찌 영업맨...생각 바꾸니 성공 보였죠”
[한국경제매거진 = 김은아 기자] 수능과 고시 수석 합격자들은 한결같이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다”고 말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바로 그 길, 기본에 충실하라고 얘기한다. 이는 시험이 아니라 인생에도 해당되는 듯싶다. 한국유니온약품 그룹을 설립한 안병광 회장의 삶이 이를 증명한다.


제약회사 영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실적 꼴찌를 도맡곤 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매출 7000억원대 제약 회사를 일궈 냈다. 이 과정을 담담히 써내려 간 책 ‘여전히 워킹맨’에서 공개한 자수성가 비결은 정석(定石)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긍정과 감사로 채워라’, ‘인연을 소중히 하라’, ‘자신의 능력을 믿고 큰 꿈을 꿔라’ 등등이다. ‘힘 빼기의 기술’과 ‘관계 다이어트’ 같은 처세가 유행하는 요즘, 이 고전적인 조언은 남다른 울림을 남긴다.



‘여전히 워킹맨’을 통해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을 공개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약업계에 40년을 종사하다 보니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졌습니다. 아무리 높은 빌딩이라도 1층 벽돌부터 하나씩 쌓아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첫 벽돌을 놓을 때 선배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물려준 것처럼 다음 세대를 위해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요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요즘은 혼술·혼밥 문화가 주류 아닙니까. 세상 흐름을 따라 비즈니스도 지나치게 ‘스마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 감성을 나누고 함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영업이었죠. 요즘은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기계와 기계가 만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같이’의 가치를 만들어 가던 경험을 책을 통해서나마 나누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강조한 것도 인연입니다.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뀝니다. 큰 나무 밑에는 그늘이 져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릅니다. 존경할 만한 큰 사람 밑에는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훌륭한 선배들을 만나고 그들이 준 용기와 격려로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에게 무료 심장 수술을 해주는 부천 세종병원 박영관 회장님도 그렇고 혈혈단신의 몸으로 유학까지 마치고 돌아와 길병원과 가천대학을 세운 이길여 회장님도 제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한 분들입니다.”


‘인복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조언을 하고 싶습니까.
“인복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자신이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인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한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합니다. 인복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애쓰고 힘쓰지 않으면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작든 크든 상대방을 위해 먼저 베푼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큰 복으로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20대 시절의 좌절과 실패의 경험도 공개했습니다. 지금 와서 당시를 돌아보면 어떻습니까.
“20대의 안병광은 다른 사람보다 암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은 1년 만에 실패했고 3만원짜리 월세방에 살 때는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었죠. 하지만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진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용기, 나쁘게 말하면 똥배짱이죠.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되새기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방황도 했습니다. 그러다 제약 영업에 발을 디뎠고 40년을 몸담은 약업인으로 살게 됐습니다.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나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어떻게 제약 영업을 할 수 있었습니까.
“제가 어느 정도로 내성적이었냐면, 고등학생 때도 수업 중에 일어나 책 읽는 것을 어려워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업 실적이 동기 40명 중 39등이었죠. 자신감이 없으니 나아질 리도 만무했고요. 월급 받는 게 미안할 지경까지 오니 그만둬야겠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당시 소장님께 사표를 냈는데 한마디 하시더군요. ‘나는 네가 호랑이 새끼인 줄 알았는데 겨우 고양이 새끼였나. 정 회사를 나가고 싶으면 여기서 1등을 한 번 하고 나가라.’ 이 말을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힘든 상황이 닥칠 때도 이 말을 떠올리며 마인드 컨트롤했습니다. 그 말이 제 인생의 좌표이자 희망이 된 셈입니다.”



성공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소한 습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의식적으로 부정적인 것을 피했습니다. 이를테면 TV를 보다가도 사건 사고 이야기가 나오면 얼른 채널을 돌렸습니다. 이왕이면 기쁘고 희망이 있는 이야기만 보려고 했습니다. 마음을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채우기 위해서였죠. 마음에 긍정이 차오르면 결과는 감사함으로 채워지기 마련입니다. 또 말을 하든, 문자를 보내든 항상 ‘감사합니다’로 끝냅니다. 상대의 나이가 많건 적건, 심지어 대화에서 화를 냈다고 해도 예외는 없죠. 그렇게 하다 보면 하루에 백 번도 넘게 감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긍정과 감사, 이 두 가지가 제 인생에 길라잡이가 돼준 것들입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도움이 됩니까.
“코로나19가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바이러스는 맞지만 모두가 공포에 떠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지금을 기회로 삼기도 하죠. ‘코로나19 때문에 안 된다, 못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준비’입니다. 현재 유니온약품그룹 사옥을 리모델링하고 있는데 전 사원이 1m 이상 떨어져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하기 위해서입니다. 계속해 변이된 코로나19가 발견되고 있고 종식 후에도 제2의 코로나, 제3의 코로나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때를 지금부터 미리 대비하는 셈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죠. 또 이것이 직원과 회사를 지키는 것이 국민으로서 나라에 충성하는 방법이자 나아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숙명’이라며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변화를 준비 중인지요.
“의약업은 상당히 보수적인 업종이지만 스마트 시대의 변화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은 아플 때 아스피린이나 항생제를 먹지만 곧 전자 약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몸에 전자 칩을 넣고 기능적인 부분을 컨트롤하는 방식이죠.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면 유니온약품그룹도 먹는 약이 아닌 전자 약을 파는 기업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전문적인 정보가 일부 소수에게만 공개돼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있습니다. 원한다면 누구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방금 전 언급한 의약업의 변화도 제가 처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넘치는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진짜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사람만이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죠. 신입 사원 시절 소장님의 충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언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조언을 소화해 용기를 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용기를 냈고 꿈을 꾸었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쫓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꿈이 나를 쫓아오는 순간이 오더군요.”


사회 초년생 때부터 꾸준히 그림을 수집해 서울미술관을 연 컬렉터이기도 합니다. 이번 책에서도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라’는 조언도 하셨고요. 미술품이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까.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 미술품 구매를 투자로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값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시작으로 어떤 그림이라도 좋으니 직접 값을 치르고 구입하는 경험을 해 보기를 권합니다. 공짜로 얻은 그림보다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게 될 것입니다. 제가 서울미술관을 설립하고 이중섭 화가의 ‘황소’ 진품을 소장하게 된 것도, 40여 년 전 인사동에서 7000원을 주고 이중섭 화가의 ‘황소’ 복제 작을 구입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림 한 점을 소장한다는 것은 인생에 여유와 여백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una@hankyung.com
안병광 회장 “처음엔 내성적인 꼴찌 영업맨...생각 바꾸니 성공 보였죠”

영업 사원에서 그룹 회장이 되기까지 평생을 영업맨으로 살아온 유니온약품그룹의 안병광 회장. 사업에 실패하고 꼴찌를 도맡던 내성적인 청년이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르며 인연을 만들고 마침내 자수성가를 이루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일대기가 담겨 있다. 안병광 회장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가며 지금의 그를 만들어 준 선배와 은인들에게 감사도 전한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이들을 위해 진솔하고 따뜻한 조언과 책 말미에 부록처럼 ‘내 마음속의 말’이라는 구성을 통해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를 요약해 놓는 등 책 구성도 알차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