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별다른 조치 안 하면 채권 소멸 시효는 10년
-계속 점유하면 소멸 시효 중단돼 [한경비즈니스 칼럼=허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임대차가 종료되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반환해 주면서 임대인에게서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받는다. 그런데 임대차 종료 무렵에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에 피해를 줬으므로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거나 임대인이 임대 목적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지 않았다는 등 다양한 사유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생기곤 한다. 그러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않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 목적물을 반환하지 않게 된다.
◆ 목적물·보증금 반환 의무는 동시 이행 관계
법률적으로 설명하면 임대차 종료 시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 목적물 반환 의무가 있는데 각자의 의무는 서로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 이를 이른바 ‘동시 이행 관계’라고 한다.
이처럼 각자의 의무가 동시 이행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든 임차인이든 한쪽 당사자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상대 당사자도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로 평가된다.
그런데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과 같은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 시효 기간은 10년이므로 임대인이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해서 임차인이 소멸 시효 중단을 위한 별다른 법적 조치 없이 10년을 경과하면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시효로 소멸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 대해 최근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관해 임대인이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임대인에게 반환하지 않았고 무려 14년 만에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우선 원심(2심) 법원은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차가 종료된 때부터 소멸 시효가 진행돼 소 제기 무렵 '이미 소멸 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하면서 임차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반적인 소멸 시효 법리에 따르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채권을 행사해 실현하려는 행위를 하거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행위 모습이 있으면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소멸 시효 제도의 취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임대차 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 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임대차에서 그 기간이 끝난 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소멸 시효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0년 판결).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임차인의 청구를 인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임대차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 시효는 진행되지 않으므로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것이 있다. 이러한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 관계인지 또는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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