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럽 최고 석학 자크 아탈리, 코로나19 비극에서 인류를 구하는 담대한 비전과 전망
팬데믹 이후의 세계, 넓고 깊게 들여다보기 [서평]
생명경제로의 전환
자크 아탈리 지음 | 양영란 역 |
한국경제신문 | 1만8000원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다. 많은 이들이 전문가를 자처하며 여러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했다. 금융과 경제를 중심으로 개별 분야에 집중한 담론이 대부분이었다. 각 영역은 개별적으로 나름의 특수성을 지니지만 사회의 다른 영역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문제의 범위를 좁힌 분석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다. 그리고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통찰로 전 분야를 넘나들고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자크 아탈리 아탈리&아소시에 대표(유럽부흥개발은행 설립자)의 신작이 남다른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아탈리 대표는 ‘살아 있는 유럽 최고 석학’이라는 수식어답게 넓고 깊은 시야로 세계를 조망한다. 그는 인류의 미래의 예측하는 자리의 단골 인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오래전부터 기후 위기, 금융 버블, 디지털 노마드, 공산주의 약화, 테러리즘 확산 등 세계의 변화를 정확하게 꿰뚫어 봤다. 20년 전에 팬데믹(세계적 유행)의 발발을 경고하기도 했다.


어제까지의 세계의 실패,
그리고 다시 쓰는 인류의 성장과 안전

이번 책에서 그는 제일 먼저 코로나19 방역과 세계 질서의 향방을 다룬다. 바이러스 앞에서 중국이 보여준 대처에 대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국민 호도하고 세계를 속였다는 점 때문이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바이러스가 들불 번지듯 퍼져 나가고 말았다. 한편 재난을 틈타 자신의 전제 정치를 강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는데 안전을 이유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방역을 빌미로 선거마저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책에 따르면 60개 이상의 나라 또는 지역이 바이러스를 이유로 크고 작은 선거를 연기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민주주의와 법치의 후퇴, 소수에 의한 권력 독점이다.


둘째는 세계 경제다. 익히 봐왔듯이 생산과 소비가 중지되고 고용이 무너졌다. 보조금으로 인해 국가 채무는 상상을 초월하게 늘어났다. 양극화·불평등·빈곤 문제 역시 악화 일로다. 2020년 3월 이후 미국 인구의 4분의 3이 수입 감소를 겪었고 3분의 1은 2020년 5월 말 각종 요금 청구서조차 제대로 결제하지 못했다. 적극적인 조치가 없다면 가장 가난한 계층이 제일 먼저 대가를 치르고 다음으로는 중산층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약화되는 국가의 권력과 반대로 날로 커지는 다국적 기술 기업의 영향력을 짚는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이 대표적이다. 다국적 기술 기업은 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국가 이상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 거대 도시가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것을 깨달은 다수의 기업이 중소 도시로 옮겨 가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우버·리프트·애플은 각각 댈러스·내슈빌·오스틴으로 본거지를 옮겼다. 유럽 내 중간 규모의 여러 도시도 기술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저자는 또 다른 의미에서 역시 넓고 깊은 시야를 보여준다. 개도국·여성·어린이 등 소외돼 온 영역도 빼놓지 않는다. 2020년 들어 영양실조를 겪는 아프리카의 인구는 2019년에 비해 약 3배 많아졌다. 특히 동부 아프리카 지역은 코로나19로 인해 식량 수급이 불안정해진 데다 자연재해까지 겹쳐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또한 격리로 인해 가사·돌봄의 부담이 더 커진 여성,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 등교가 중단돼 심화되는 교육 격차를 위한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이 때문에 이전과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생명 경제’를 제시한다. 생명 경제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목표로 하며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삶 속에서 중요한 모든 분야, 즉 기후·환경·건강·스포츠·섭생·농업·교육·클린 에너지·디지털·주거·문화·보험 등의 분야를 전부 포함한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넓고 깊게 들여다보기 [서평]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 지음 | 전경아 역 | 리더스북 | 1만7500원


최근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예상치 못한 팬데믹(세계적 유행)에서 비롯됐다고 여기는 시각이 많지만 월가가 인정한 전설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미 2019년 초부터 지난 글로벌 금융 위기를 뛰어넘는 최악의 불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일 뿐 팬데믹 전부터 ‘거품의 궤적’이 세계 경제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몇 번의 굵직한 경제 위기와 세상의 변화를 겪어 온 로저스 회장은 불황기의 투자는 호황기의 투자와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황을 버텨낼 생존 비결로 ‘상식에 대한 의심’과 ‘역발상 마인드’를 제시한다.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 그리고 날카로운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각 경제권에서 나타날 변화를 전망한다. 미국 대선의 영향, 정치적 긴장도가 높아진 홍콩의 경제적 미래 등 글로벌 경제 판세를 바꿀 수 있는 이슈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넓고 깊게 들여다보기 [서평]
필립 코틀러 리테일 4.0
필립 코틀러 외 지음 | 이소영 역 | 더퀘스트 | 1만7800원


기술의 변화는 산업의 변화를 이끌었고 산업의 변화는 마케팅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마케팅 대응 전략을 1.0부터 4.0까지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정리했던 경영 전략가 필립 코틀러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리테일의 변화를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이제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면서 리테일 4.0 시대가 시작됐다. 점점 커져 온 고객 권력이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이 단계에서 가장 경계할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곧 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온라인을 통하든, 오프라인을 통하든 중요한 것은 고객의 경험과 만족도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넓고 깊게 들여다보기 [서평]
트레일블레이저
마크 베니오프 외 지음 | 김정희 역 | 서울문화사 | 1만6800원

세계 최대의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세계 점유율 1위인 세일즈포스의 경영 철학, 가치, 기업 문화를 담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개척자를 의미한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회장은 불과 15세에 게임 회사를 차리고 사업에서 얻은 이익으로 대학 학비를 마련했다. 대학 시절 애플에서 인턴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고 졸업 후 오라클에 입사했다. 하지만 최연소 오라클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제적 부와 탄탄한 지위를 보장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권태감을 느끼고 창업을 결심,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곧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임대 아파트에서 공동 창업한다. 바로 지금의 ‘세일즈포스’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넓고 깊게 들여다보기 [서평]
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라나 포루하 지음 | 김현정 역 | 세종서적 | 2만원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은 공통점이 있다. 국경을 초월해 세계인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 기업, 즉 빅테크라는 점이다. 빅테크가 이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벌어들인 부는 어마어마하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시가총액 합은 프랑스의 전체 경제 규모를 능가한다. 이렇게 서비스 이용이든, 투자의 목적이든 우리 삶 깊숙하게 들어온 이 빅테크는 이제 ‘시장에서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한’ 계획을 실행 중이다. 이에 따라 경제적으로는 독점과 세제 문제, 경제 질서 교란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 불투명성은 주가와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넓고 깊게 들여다보기 [서평]
웨이크업 콜
존 미클스웨이트 외 지음 | 송대원 역 | 따님 | 1만4500원

코로나19는 허리케인처럼 등장해 서구 사회의 지붕을 통째로 걷어내 낱낱이 드러냈고 정부들을 때아닌 시험에 들게 했다. 몇 안 되는 나라만이 이 시험을 통과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구 국가는 실패했다. 이를 형편없는 지도자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누가 백악관과 다우닝가의 주인이었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서구 정부는 이미 196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지나치게 많은 할 일에 짓눌리고 인재는 공급되지 않고 특수 이익 집단들에 끊임없이 휘둘리면서 수십 년에 걸쳐 허물어져 왔다. 코로나19로 든든한 보건 의료 체제와 유능한 관료가 더없이 중요해졌지만 둘 모두를 갖춘 서구 정부는 찾아볼 수 없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