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불안’ 커지면 조직도 흔들려…심리적 안전감·일의 우선순위 정하는 리더 역할이 중요한 시점
2021년 재도약, ‘두려움 없는 조직’을 만들어라 [김광진의 경영전략]
[한경비즈니스 칼럼=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길고 힘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정이 어느덧 1년을 채우고 있다. 긴 시간 동안 사회와 기업에는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점점 커져 왔다. 효용성 있는 백신 소식이 들리고는 있지만 이 여정이 쉽게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죽고 사는, 어느 기업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처절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런 시간 속에서 쌓여 온 피로도와 불안함이다. 그 불안함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리더의 불안, 구성원의 불안, 현장의 불안, 고객의 불안, 성장과 생존의 불안까지 개인 혹은 조직이 느끼는 불안과 불안감이 이제는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게 심리 혹은 사회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일성이다.


불안을 초래하는 원인부터 파악하라

이렇게 장황하게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불안과 불안감이 갖고 있는 특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치유하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비가역적인 성질의 ‘엔트로피’라는 혼돈스러운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한마디로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 또는 리더라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잘 버텨 오긴 했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느끼고 있는 기업의 리더와 구성원들이 많다. 조직이 불안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서로의 불안이 어떻게 다르고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이제 곧 2021년이 온다. 새로운 해에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위축될 시간과 여유가 없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다음의 네 가지를 꼭 챙겨 보길 바란다. 혹시 이미 알고 있는 빤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면 이 네 가지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실천해 본 사람만이 잘 알듯이 사실 만만치 않은 이슈다.


첫째,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살펴보자.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뜻한다. 이런 환경을 갖고 있는 조직을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올해 유난히 이 ‘두려움 없는 조직’과 관련한 교육과 프로젝트가 많았고 내년에도 계속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인적 자원 개발(HRD) 전문 기관의 조사를 보면 올해 기업 HRD 담당자의 60.6%가 조직 문화를 안정화시키고 활성화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노력해 왔다고 한다. 아마도 조직의 불안이라는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직과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챙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이 몰입하고 성과를 내는 가장 큰 동기이자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런 안전감과 신뢰를 토대로 한 도전과 실패는 매우 효과적인 혁신의 자양분이 된다. 도서에서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 조직의 변화 실천과 체질의 변화를 내재화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이것이 조직 문화로 자리잡는 순간 조직은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둘째, 조직 내부에 있는 군살을 뺄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우리 조직은 수없이 많은 일들로 비만한 상태가 많다. 이는 전략에서 쉽게 드러난다. 한 기업의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지 않을 것을 골라내는 것이 전략이라는 말은 진리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 길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을 하는 것이다. 이런 냉철한 판단을 위한 원칙, 즉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보자. 눈앞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정말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충고를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든 경영 환경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눈앞에 일에 함몰돼 대부분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지털로의 이동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정작 큰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뒤로 밀어낸 현재의 일이 그만큼 가치가 없거나 과대 포장돼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군살을 빼는 또 다른 방법은 ‘스킬 갭(skill gap)’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전략적 방향과 임직원의 역량 차이를 줄여 나가기 위해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고 다른 역할로의 전환을 위한 리스킬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디지털 역량을 포함해 보완하고 채워야 할 인사 관리(HR)와 조직 그리고 그 간극을 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을 고민하고 있다.


셋째는 미래 준비의 상시화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미래만을 준비하는 특별 부대를 만들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어느 회사를 막론하고 핵심 인재, 미래 인재라는 이름하에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현재에 갇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미래 인재 그룹은 미래의 이슈를 현재로 가져오고 연결하여 경영진으로서의 시각과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그에 맞는 통찰과 리더십 그리고 미래 역량을 훈련해야 한다. ‘차세대 리더’라는 타이틀을 붙인다면 말 그대로 기업과 조직의 미래를 위한 DNA와 경험을 만들어 내는 역할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디지털’에 올라타야 한다. 디지털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럼에도 많은 디지털 관련 전문가들은 금융·통신 등 몇몇 산업군을 제외하고는 디지털의 ‘옷’을 제대로 입은 기업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쉽지 않다는 말도 덧붙인다. 크고 작은 기업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추진 전략은 산업과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다만 여러 기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2020년이 이제 1개월 남은 현시점에서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리더들의 고민은 참 크다. 다행인 것은 이 위기감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함께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고자 하는 준비는 돼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다. 무엇보다 실행을 위한 ‘트리거’가 필요할 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5호(2020.11.30 ~ 2020.12.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