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전국 경영대 평가]
-배종석 고려대 경영대 학장…“대전환의 시대…경영학의 뿌리 이해하고 미래 상상력 키워야"
배종석 고대 경영대학장 “115년의 역사성, 디지털 전환 등 새로움으로 이어 나갑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교육 환경 역시 급변했다. 1년 사이 모든 수업 비대면으로 이뤄졌고 학생들이 글로벌 역량을 쌓고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줄었다. 대외적인 변화도 존재한다. 인력 시장의 수요자인 기업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고 신입 사원 공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은 감소했다.



기업과 가장 밀접한 경영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내고 있을까. 코로나19 시대를 걷고 있는 경영 교육의 방향은 무엇일까. 한경비즈니스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 1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고려대 경영대학에 그 길을 물었다. 배종석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경영학은 인류가 더불어 좋은 삶을 누리도록 도모하는 학문”이라며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와 지식의 사이클이 짧아지는 사회에서 경영학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변화하는 삶의 양태에 대한 이해 능력”이라고 말했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대학 교육 자체에 큰 전환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산업 대전환에 대한 논의만 이어져 왔는데 대학 환경이 이렇게 급변한 것은 처음입니다. 국제 교류도 줄었고 모든 수업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학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영속적인 조직이 되기 위한 기반 역량을 축적하기에는 지금이 적기예요. 위기이기도 하지만 품격 있는 새로움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학장님이 강조하는 ‘품격 있는 새로움’은 어떤 개념인가요.
“새로움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간적 새로움(neos), 또 다른 하나는 질적인 새로움(kainos)입니다. 고려대 경영대는 지금까지 많은 새로움을 개척해 왔습니다. 1905년 상업학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경영학의 문을 열었고 1955년 한국 최초로 ‘경영학과’를 설립했으며 1963년 경영대학원을 최초로 설립했습니다. 한국 경영학의 선구자로서 수많은 새로움을 이끌어 왔지만 이제 시간적 새로움뿐만 아니라 질적인 새로움을 추구하자는 의미입니다. 대학은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면 안 됩니다. ‘대학다움’을 유지하면서 질적 혁신과 새로운 변화를 이루는 것이 품격 있는 새로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전환이 일어났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등 기업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경영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새로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 중입니다. 경영학 학위 밑에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 경영’, ‘기업가 정신과 혁신’ 등 세 개 트랙을 신설해 디지털 전환, 사회적 가치, 기업가 정신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또 신입생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경영과 사회’ 과목을 통해 1학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SK그룹의 후원을 받아 사회적 가치 기반의 경영학 교육 혁신 사업 역시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래 환경이 급변할수록 경영학에 대한 뿌리를 이해하고 패러다임을 잘 형성해 나가는 게 기술적 변화에 부응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경비즈니스 평가에서 13년째 고려대 경영대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고려대 경영대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역사성입니다. 115년 동안 내려온 고려대 경영대의 DNA는 공선사후 정신입니다. 고려대 경영대 구성원들은 개인의 발전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체의 유익을 함께 도모하는 ‘공동선’을 추구합니다. 이런 정신은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우리의 강점입니다. 여기에 재학생 개인의 뛰어난 역량, 세계적인 수준의 경영 교육이 만나 폭발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 경영대 스타트업연구원이 개원한 지 4년이 흘렀습니다. 올해 학내 창업 분위기는 어떤가요.

“스타트업연구원에서 육성한 기업들이 매년 ‘츄츄데이’라는 행사를 통해 성과를 발표하고 투자 유치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8회 개최된 츄츄데이에서는 총 53개 팀이 발표했고 투자자 440명을 포함한 약 1600명이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학장이 되자마자 행사에 참여했는데 뜨거운 열기에 놀랐습니다. 기업은 인류가 가진 창조의 열망이 녹아 든 곳입니다. 협업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기획에 참여하고자 하는 열망과 좋은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 역시 어우러져 기업이 탄생합니다. 츄츄데이는 그 ‘열망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젊어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도 있지만 무언가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와 인류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겠다고 협업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을 보며 창업에 대한 열정을 실감했습니다. 4년 동안 스타트업 연구원과 츄츄데이를 이어 오면서 외부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의 관심도 커졌습니다.”



-고려대 경영학과 82학번인데, 대학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해에 잠실운동장에서 고연전을 마치고 친구들과 스크럼을 짜고 거리로 나갔는데 갑자기 전경들이 최루탄을 쏘면서 쫓아왔습니다. 우리는 급한 마음에 어느 아파트 문을 두드렸는데 주인이 들어오라면서 물 한잔 주시기에 얻어 마시고 피신한 기억이 납니다.”


-경영 철학과 인적 자원 관리를 전공한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시골에서 자라 당시 경영학이 매우 생경했고 지금도 그런 측면이 있어요. 학부 때 회계학이나 재무관리 혹은 마케팅이 너무 기능적이고 실용적이어서 그런 과목들이 불편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조직이론이나 인사관리 과목들이 그나마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가깝다고 느껴 흥미를 갖게 됐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경영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던 것이 오늘날 존재론·인식론·가치론으로 기업과 경영을 바라보는 경영 철학을 하게 된 계기가 됐고요.”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 한마디 해 주시죠.
“경영학은 남 밑에서 4~5년 일 잘할 사람을 길러내는 학문이 아닙니다. 경영학의 뿌리를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야 미래 먹거리를 찾아낼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경영학은 인류가 더불어 좋은 삶을 누리도록 도모하는 학문입니다. 물론 그 수단은 기업의 가치 창조 활동이죠. 인류의 좋은 삶과 맞닿아 있는 학문인 만큼 경영학의 전공 과목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예견하는 능력입니다.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인류 삶의 양태가 어떻게 변할지 이해하는 능력은 단순히 경영학 지식이나 실증적 지식만으로는 불가한 영역입니다.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관점에서 경영학에 접근해야 합니다.”



대담 = 장승규 편집장, 정리 =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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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