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외교안보팀 전원 오바마 행정부 출신…
경제는 ‘공격적 재정 확대’ 가능성 높아 [한경비즈니스 칼럼=워싱턴(미국)/주용석 한국경제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진용을 갖춰 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백악관 비서실·외교안보팀·공보팀에 이어 경제팀 인선을 일단락 지었다. 인선 결과 ‘오바마 사단’이 화려하게 컴백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신 베테랑들이 바이든 내각의 요직을 꿰차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 중시한 ‘멜팅팟 인사’가 특징
우선 6명의 외교안보팀 전원이 이른바 오바마 사단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는 오바마 정부에서 각각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2인자(부장관)였다.
17개 정보 기관을 총괄할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내정자는 오바마 정부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출신이고 유엔 주재 대사에 낙점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아프리카 차관보를 지냈다.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인 존 케리는 오바마 1기 국무장관을 지낸 중량급 인사다. 43세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도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 비서실장을 거쳤다.
경제팀과 공보팀 등도 예외가 아니다. 재무부 사상 첫 여성 장관에 지명된 재닛 옐런은 오바마 대통령 때 미 중앙은행(Fed) 의장에 임명됐다. 재무부 부장관 후보자 월리 아데예모는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회의에서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을 지냈다. 현재는 오바마재단을 이끌고 있다.
흑인 여성 최초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발탁된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와 인도계 여성 최초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낙점된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소장은 각각 오바마 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과 복지부 장관 자문관을 지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2014년 오바마 정부의 ‘에볼라 차르(에볼라 조정관)’였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는 오바마 백악관 공보국장을 거쳤다.
특히 클레인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의원일 때 인연을 맺은 31년 측근이다. 외교안보 ‘투톱’인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와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부통령 시절 바이든 당선인의 안보보좌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경제자문위원에 발탁된 재러드 번스타인 예산정책우선주의센터 선임연구원과 헤더 보시 워싱턴공정성장센터 소장도 오랜 기간 바이든 당선인의 자문에 응해 온 ‘바이든의 경제 교사’다. 워싱턴에 기반이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 국무장관에 외교 경험이 전무한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사장을 낙점하고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선임보좌관에 기용하는 등 ‘깜짝 인사’를 자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초대 경제팀 6명 중 5명을 여성(4명)이나 흑인 남성(1명)으로 채우고 백악관 공보팀 선임 참모 7명을 모두 여성으로 발탁할 만큼 다양성을 중시하는 ‘멜팅팟(용광로)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후보자는 상원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 측 대변인은 탠든 예산관리국장 지명자에 대해 “상원 인준 가능성은 제로(0)”라는 트윗을 올렸다. 탠든은 오바마케어(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설계자 중 한 명으로 이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과 마찰을 빚었다.
외교안보 라인 인선에 비춰볼 때 대북 정책에선 강경론이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고 부르며 북핵 폐기를 위해 미국·한국·일본은 물론 중국이 강력하게 대북 제재를 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북핵 해법으로 제재 완화와 종전 선언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온도차가 크다. 그는 지난 9월 마이클 모렐 전 CIA 국장대행과의 대담에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실제론 김정은에게 유리한 ‘절도의 기술’로 바뀌었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 세계 무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섰으며 미국은 북한을 달래기 위해 동맹과의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경제 제재의 페달에서 발을 뗐지만 그 결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만 증강됐다는 것이다. 이어 북핵 해법으로 “한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고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진짜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면에 선 대북 강경파들
다만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엔 북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경기 회복, 국민 통합 등 미국 내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새로운 팀을 짜고 정책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북한이 미사일 실험 등으로 새 행정부를 시험하려고 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는 중국에 대해선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미·중 관계는 적대적·경쟁적 측면뿐만 아니라 협력적 측면도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인권 문제 등에선 중국을 압박하겠지만 기후 변화, 코로나19 대응 등에선 중국과 협력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경시한 결과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약해지고 중국이 그 공백을 채웠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동맹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경제 정책에선 공격적 재정 확대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행정부 초대 경제팀에는 진보 또는 중도 성향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다수는 지금은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확대를 걱정할 때가 아니고 경기 회복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것이 돈을 너무 많이 빌려 쓰는 위험보다 더 크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재정 적자 감축에 초점을 맞춘 클린턴·오바마 행정부 시절 민주당과는 다른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공격적 재정 확대 정책을 집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발등의 불’은 코로나19 부양책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공화당은 대선 직전까지 부양책을 놓고 씨름했지만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2조2000억 달러, 트럼프 행정부는 1조9000억 달러, 공화당은 5000억 달러를 고수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부양책엔 사실상 손을 놓았다. 공화당 지도부는 방침 변화가 없다.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은 조속한 부양책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에도 부양책이 나올지 장담하기 힘들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되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JP모간은 “이번 겨울은 암울할 것”이라며 미 경제가 내년 1분기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3분기에 연율 기준 33%(전 분기 대비) 성장한 미 경제가 4분기 2.8%, 내년 1분기 마이너스 1%로 뒷걸음칠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팀 수장을 맡게 될 옐런 재무부장관 지명자가 정치권을 설득해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규모로 부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 그의 협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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