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HMR’, BBQ ‘수제 맥주’ 눈독…BHC는 신규 외식 브랜드 론칭 나서
‘닭만으로는 부족해’…치킨업계 사업다각화 경쟁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배달 수요 증가로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는 주요 치킨 업체들은 최근 사업 다각화 작업이 한창이다.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 계획을 내놓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치킨 사업 못지않은 새로운 ‘캐시카우’를 육성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 내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표다. 그간 신규 점포 출점에 치열한 기싸움을 펼쳐 왔던 이들이 이제는 치킨을 뛰어넘는 ‘사업 다각화 경쟁’에 돌입했다.


◆교촌, 온라인 플랫폼 구축해 HMR 판매


치킨업계 ‘빅3’라고 불리는 교촌에프앤비·BHC·제너시스BBQ의 행보를 보면 이들이 더 이상 단순히 치킨을 파는 기업으로만 각인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경쟁이라도 하듯 잇달아 신사업 계획을 내놓으며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속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기 위해서다. 이들은 치킨 사업 하나만으로 연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다만 치킨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이 문제다. 누구나 창업하기가 쉬워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 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가장 먼저 신사업 전쟁의 포문을 연 곳은 업계 1위 교촌이다. 상장(11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던 지난 10월 매출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히며 다양한 신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교촌은 가정 간편식(HMR) 사업을 강화해 치킨의 뒤를 이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 증가, 물가 상승 등의 경제적 요인 등에 따라 향후에도 HMR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고 HMR 사업에 내부 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교촌은 2018년부터 HMR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유통 사업 부문을 신설해 제품 개발과 라인업 구성을 위한 기반을 다져 왔다. 지난해에는 그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닭을 활용한 볶음밥·주먹밥 등을 출시했고 현재도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 중이다.

다만 상품 수는 총 10여 종에 불과하다. 교촌은 최근 들어 다양한 HMR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향후 제품 라인업 강화에 더욱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를 진행해 나간다.

독자적인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 계획도 갖고 있다. 교촌 관계자는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 등과의 제휴도 이어 가겠지만 교촌만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주문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가공 소스 사업에도 뛰어든다. 교촌이 치킨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간장·마늘·고추·꿀 등 다양한 소스를 입혀 완성해 차별화한 치킨 맛이다. 교촌은 이 소스를 직접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고 판매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업은 교촌의 소스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계열사 비에이치앤바이오가 맡아 진행한다.

이 밖에 치킨과 잘 어울리는 수제 맥주, 닭을 활용한 펫푸드와 건강기능식품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치킨 외 분야에서도 신규 고객들을 유입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BBQ, 내년부터 치킨 외 브랜드 확장에 박차


교촌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BHC도 대대적인 사업 다각화 구상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BHC는 11월 새로운 경영 목표를 공개했다. 바로 ‘종합 외식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그간 BHC는 대표 브랜드인 ‘BHC 치킨’ 외에도 꾸준히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힘써 왔다.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을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2016년 900억원을 들여 순댓국 전문 외식 업체 ‘큰맘원조할매순대국’과 쇠고기 전문점 ‘그램그램’을 손에 넣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올해는 자체적으로 신규 브랜드까지 론칭한 상태다. 지난 8월 족발 전문점인 ‘족발상회’ 1호점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오픈했다. BHC는 치킨업계에서 쌓아 온 가맹 노하우와 경험들을 최대한 살려 이 브랜드들을 제2, 제3의 BHC치킨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BHC 관계자는 “외식 산업 동향과 트렌드 분석 등을 통해 치킨업계 히트작을 지속 출시했던 것처럼 신규 브랜드 사업 분야를 넓히고 내년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 가 종합 외식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닭만으로는 부족해’…치킨업계 사업다각화 경쟁
BBQ도 2021년을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준비 중이다. 사실 BBQ는 그간 치킨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 출점해 왔다. 1999년 ‘닭익는 마을’을 시작으로 ‘시크릿테이스트치킨’, ‘우쿠야(돈가스)’, ‘올떡(떡볶이)’, ‘소신275°C(한우)’, ‘와타미(이자카야)’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이 점포들은 BBQ치킨처럼 가맹 사업에 열중하기보다 직영점 형태로 주로 점포 수를 늘려 왔는데 내년부터는 이 같은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예정이다.

BBQ 관계자는 “치킨 외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가맹 사업 유치에 나설 것”이라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결집해 이 브랜드들을 BBQ급으로 키워 내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교촌과 마찬가지로 수제 맥주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결과물은 교촌보다 한 발 앞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BBQ는 계속 수제 맥주 시장이 커지는 추세를 파악하고 이미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르면 내년 초 공장이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BBQ 관계자는 “현재도 BBQ 브랜드를 단 수제 맥주를 점포에서 판매 중인데 이는 독일 수제 맥주 회사인 마이크로 브루어리와 공동 개발한 제품”이라며 “그쪽 회사에서 맥주를 받아 점포에 공급하는 형태다. 이천에 공장이 완공되면 직접 생산한 맥주를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만든 수제 맥주를 캔 형태로 제작해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직접 판매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주요 치킨업계의 사업 다각화가 성공한다면 그간 이들이 보여 왔던 성장에 날개를 달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패하면 예상보다 큰 리스크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R&D와 시설 투자, 인력 충원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킨업계들의 잇달아 내놓고 있는 사업 다각화 전략들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각각의 기업들에 안겨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6호(2020.12.07 ~ 2020.12.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