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與 “공수처법 등 개혁법 처리로 지지율 회복될 것”
전문가들 “부동산·외교·안보·코로나19 등 반전 카드 안보여”
“대통령 지지율 하락, 개혁 부진 아닌 부동산 때문”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한국경제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는 몇가지 논쟁점을 던져준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무엇이고 레임덕 징후로 볼 수 있는지, 반전이 가능하고 이를 위한 카드는 있는지 등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중요한 것은 국정 동력과 장악력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정 운영 동력을 위한 지지율 마지노선을 40%로 잡는다. 정권 말 대통령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 공직자들과 권력 기관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레임덕 징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콘크리트’로 여겨졌던 40% 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주목 받고 논쟁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취임 초 고공 행진하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필연적 법칙’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17년 5월 30일~6월 1일 실시한 문 대통령의 첫 국정 운영 지지율 조사(전국 유권자 1004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여론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4%, 부정 평가는 7%를 각각 기록했다. 긍정 평가는 상승, 하락을 거듭하다가 지난 12월 8~10일 조사에선 38%를 나타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취임 초인 2017년 5월 3주 차 81.6%였던 지지율은 12월 7~9일 37.1%로 미끄럼을 탔다.

여권이 긴장하는 것은 중도층뿐만 아니라 전통 지지층인 진보에서도 이탈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총선 직후 실시한 지난 4월 4주 차 조사에서 진보층의 대통령 긍정 평가는 90%에 달했으나 12월 2주 조사에선 64%로 내려갔다. 대표적 ‘스윙보터’인 충청·50대의 이탈 현상도 두드러졌다.

“개혁법 처리 부진 때문” “진보 이탈, 부동산 정책 영향”

지지층 이탈 원인을 두고 민주당은 그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비롯한 각종 개혁 입법 과제 추진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과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계로 꼽히는 정청래 의원은 “그간 공수처법 처리가 지지부진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 따른 지지층의 실망감이 표출된 것”이라며 “지지층이 주는 회초리”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한국갤럽의 12월 1주 차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을 22%로 가장 많이 꼽았고 그다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을 들었다”며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만이 보수와 중도층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진보에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30대와 40대 초반 세대는 부동산의 강한 영향권에 있고 ‘영끌’에 나서고 있다”며 “진보 성향이 강한 이 세대에서도 지지율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몇몇 강성 여당 의원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개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해 지지율이 낮아졌다는 해석보다 부동산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정치 평론가인 서성교 건국대 초빙교수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한 부동산 대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서민경제의 추락 등 정책의 실패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과 혼란 방치와 과도한 윤 총장 찍어내기 △대통령 임기 말 국정 추진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원인 등을 꼽았다.

최근 지지율 하락이 레임덕 징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부정하는 측은 30%대 후반인 현재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고 전형적인 레임덕 징후인 대통령 측근 비리와 ‘게이트’라고 할 만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허 이사는 “레임덕의 기준은 대통령의 말이 먹히지 않고 정부 여당의 정책이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레임덕 징후를 △지지율이 하락하고 △여당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며 △관료들이 복지부동하고 말을 듣지 않아 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상황 등을 꼽았다. 그는 “지지율 하락 하나만 갖고는 레임덕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며 “지난해 조국 사태 때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간 적이 있지만 정부는 정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고 추 장관과 같은 강경 장관이 나왔다. 단순 지지율 수치만 갖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했다.

레임덕 놓고 논란…“아니다” vs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개혁 부진 아닌 부동산 때문” [홍영식의 정치판]
하지만 임기 후반 한 번 타기 시작한 지지율 하락세는 되돌리기 쉽지 않아 레임덕이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콘크리트벽이었던 대통령 지지도 40%, 민주당 지지도 30%가 맥없이 무너졌다”며 “윤석열 찍어내기가 돌이킬 수 없는 역풍을 맞고 있다. 문재인 정권도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관건은 지지율 반전 카드가 있을지 여부다. 여권은 공수처법과 기업 규제 3법 등 입법화로 지지율이 반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을 맡고 있는 권칠승 의원은 “추 장관과 윤 총장 사태만 하더라도 지금은 윤 총장이 박해받는 것처럼 돼 있는데 실제로는 반대”라며 “세월이 가면 진실이 드러나고 지지율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무슨 특정한 의도를 갖고 계산해 국정을 운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흔들림 없이 국정 운영을 해 나가면 민심 호응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허 이사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성원을 받은 것은 남북한과 북·미 관계가 진전됐을 때와 K방역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을 때였다”며 “지금 국민들이 다시 한 번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있을지에 대해 개인적 생각으로 의문 부호가 찍힌다”고 했다. 남북한 관계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코로나19 사태도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으며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문제 등도 긍정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반전 카드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남북한 관계에서 진전되기 어려운 이유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초 출범한 뒤 코로나19 극복과 미·중 관계 등에 최우선 초점을 두고 한반도 문제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몇 달밖에 남지 않은 내년 하반기쯤 돼야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울산시장 선거 하명 수사,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우리들병원, 신라젠 사건 등 권력 개입 의혹을 둘러싼 수사 향방에 따라 지지율이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권이 공수처법 등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 조사 전문가는 “여당은 그들이 내세우는 각종 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심사를 건너뛰거나 요식적인 행위로 여겼고 안건조정위원회라는 것도 무력화하는 등 ‘합의 정신’을 강조한 선진화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개혁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절차적 정당성마저 확보하지 못하면서 ‘거여(巨與)’의 힘자랑만 보여준 꼴이 된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여론 조사 전문가는 “이런 강공은 문 대통령의 ‘개혁 법안 처리’ 지시에서 비롯됐고 여당은 군사 작전하듯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였다”며 “이는 집토끼를 결속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중도층의 마음을 떠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