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2010년 LS엠트론 음극재 사업부 인수해 10년 뚝심 투자
-전기차 붐 타고 ‘배터리 소재 잭팟’ 터뜨려
-최정우 미래 먹거리로 낙점…2030년 연 매출 23조원 목표
[프리뷰]LS가 버린 음극재 사업이 포스코의 캐시카우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그룹의 핵심 신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케미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케미칼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8년 11월 포스코의 철강·비철강·신성장 사업의 수익 비율을 ‘40 대 40 대 20’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철강 사업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철강의 뒤를 잇는 강력한 성장 엔진 발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성장 엔진은 전기차 등의 핵심 요소인 2차전지 소재였다.


◆ 2차전지 소재에 1조원 베팅한 최정우 회장

포스코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원료 조달부터 양극재·음극재 생산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완성하기 위해 소재 사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튬·니켈·흑연 등 원료부터 양극재와 음극재까지 2차전지 소재 일괄 공급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차별화된 경쟁 우위에 기반해 2차전지 소재를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앞으로 리튬 22만 톤, 니켈 10만 톤을 자체 공급하고 양극재 40만 톤, 음극재 26만 톤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 매출 23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현재 30조원 규모인 철강 매출에 버금가는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11월 계열사 유상 증자 규모로는 최대 규모인 1조원의 유상 증자도 결정했다. 이런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포스코케미칼은 양산 능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광양공장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증설이 완료되는 2023년부터 한국에서 연 10만 톤의 양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2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체인 완성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포스코는 최근 2018년 인수한 아르헨티나 소금호수 ‘옴브레 무에르토’의 리튬 매장량이 당초 예상보다 6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기차 3억7000만 대 분에 해당한다. 2차전지 음극재에 들어가는 흑연을 확보하기 위해 광산업체 지분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 광산을 보유한 호주 광산업체 블랙록마이닝의 지분 15%를 750만 달러(약 82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포스코는 현재 전량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음극재 원료인 흑연의 수급 다변화를 통해 중국산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뷰]LS가 버린 음극재 사업이 포스코의 캐시카우로


◆ 음극재 사업 인수 계기로 소재사업으로 확장


지난해 포스코케미칼의 매출액은 1조4837억원이었다. 연 매출 64조3668억원의 포스코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2%대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룹 내 위상은 결코 작지 않다. 전기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차전지 소재 사업이 핵심인 포스코케미칼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케미칼이 처음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포스코는 정준양 7대 회장 때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2010년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65억원에 인수하면서 처음 음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2012년 보광그룹 계열의 휘닉스소재와 합작사 포스코ESM을 설립하고 포스코ESM을 통해 양극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차전지 후발 주자였던 포스코ESM은 니켈 함량이 60% 이상인 고용량 양극재 ‘PG(POSCO Gradient)-NCM(니켈·코발트·망간)’ 양산에 성공해 LG화학에 납품하면서 다른 고객사들도 확보하게 됐다. 2019년 3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통합하면서 한국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의 핵심 원료인 음극재·양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이 출범하게 됐다.

포스코케미칼의 2차전지 소재 사업은 LS그룹에서는 매년 적자를 내는 사업부였다. LS그룹은 2004년 LS전선을 통해 27억원을 들여 카보닉스라는 2차전지 음극재 개발 업체 지분 66.7%를 인수하고 음극재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전기차 시장이 지금만큼 만개하지 않아 매년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다 6년 만에 포스코에 넘기게 된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인지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의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꾸준한 투자는 선구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포스코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기까지 전기차 시장의 성숙을 위한 시간은 필요했다. 과거 정준양 회장 때부터 시작된 2차전지 소재 사업이 권오준 전 회장 때의 지속 투자를 거쳐 최정우 회장에 이르러 실적 성장의 본궤도에 오르면서 10년 투자가 이제야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최 회장이 포스코케미칼(구 포스코켐텍) 사장을 지냈고 2차전지 소재가 주목받기 이전부터 이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만큼 포스코케미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최 회장은 2018년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100대 개혁 과제’에 2차전지 소재 사업 집중 육성을 포함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고 실제로도 최 회장 취임 이후 2차전지 소재 사업은 전폭적인 투자와 맞물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12월 21일 발행되는 한경비즈니스 1308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7호(2020.12.14 ~ 2020.12.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