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이경전이 만난 AI 프런티어⑩ 김영빈 파운트 대표]
- 로보어드바이저로 1년 만에 11배 성장…소액 투자자 위한 PB 서비스 대중화 이끌어


[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최근 비대면으로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자산관리사(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고객의 투자 목적과 성향에 맞춰 제공하는 투자 자문 또는 투자 일임 서비스를 말한다.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는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자산 규모가 올해 1조4000억 달러에서 2023년 2조50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파운트(fount)를 만났다.
“2030에게 ‘경제적 자유’를…AI·장기투자에 답 있습니다”
파운트는 올 한 해 가파른 성장세를 그려 왔다. 11월 말 기준 회원 수와 자문 계약 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배 증가했다. 2015년 B2B 사업을 시작하고 2018년 6월 인공지능(AI) 투자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B2C 시장에 진출한 파운트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는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파운트와 같은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은 ‘소액 투자자’들을 끌어안으며 PB 서비스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파운트는 AI 기술을 통한 맞춤형 포트폴리오 자산 관리와 낮은 수수료로 전문적인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파운트는 특히 2030 젊은 층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이들에게는 ‘월급만 믿다가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충실하게 직장 생활만 해서는 노후에 상대적 빈곤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다. 파운트는 ‘장기 투자’를 해답으로 내놓는다.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게 파운트의 원대한 비전이다.
“2030에게 ‘경제적 자유’를…AI·장기투자에 답 있습니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파운트의 헤비 유저는 누구입니까.”


김영빈 대표(이하 김영빈) : “점차 2030 젊은 세대가 유입되면서 현재 30대가 약 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이 지향하는 바는 장기 투자를 통해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여기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고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고객들은 기대 수익률이 높고 투자 기간도 짧았던 데 비해 코로나19 이후 새로 유입된 고객들은 대규모 양적 완화와 현금 가치 하락, 자산 가격 상승을 경험하면서 이제는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깨닫는 것 같습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과의 중요성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핵심 고객을 ‘저축은 아쉽고 투자는 두려운 사람들’이라고 표현합니다.”


이경전 : “파운트가 만든 펀드 상품에 가입하는 개념인가요.”


김영빈 : “우리는 펀드나 다양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조합을 만들어 냅니다. 최소 10만원으로 투자 금액이 적으면 펀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100만원 이상이면 ETF를 조합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직접 자산 운용사를 통해 만든 펀드도 있지만 그보다는 공모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여러 개의 상품을 계좌에 담는 구조입니다. ETF는 주로 지수형 상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은퇴 자금, 개인연금에 가장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자 합니다. 굴지의 기업 노키아가 망한 것처럼 개별 기업은 5년 10년 뒤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코스피200과 같은 지수형 상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그 안에서 교체가 이뤄지면서 상승할 겁니다. 여기에 채권·금·원유 등 대체투자를 활용하면서 위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상품들을 담고 있고 고수익을 제시하기보다 ‘잃지 않는 투자’를 지원합니다. 목표 수익률은 약 4~10% 정도입니다.”


이경전 : “파운트는 많은 펀드 회사의 고객이 될 수 있겠네요.”


김영빈 : “아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자신들의 ETF를 활용해 달라는 의뢰도 들어옵니다. 누군가의 이익에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상품들을 조합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파운트의 직원들도 상품에 많이 가입합니까.”


김영빈 : “연말 기준으로 70%에 가까운 직원들이 파운트에 돈을 맡기고 있습니다. 급여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듯이 넣기도 합니다. 처음엔 많지 않았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하나둘 돈 번 사례가 알려지면서 점차 늘어났습니다. 제 자랑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저의 유동 자산의 전부를 파운트에 맡기고 있고 퇴직연금도 가입한 상태입니다.”


이경전 : “잘되는 회사는 실제 직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죠. 직원들이 안 쓰는 서비스를 만들어 놓고 사업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가령 자사의 챗봇이 없으면서 타사의 챗봇을 만드는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죠. 또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김영빈 : “파운트에 불만이 생겨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고객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폭락장이 오면서 당시 S&P500지수가 한 달 만에 35% 정도 빠진 때였습니다. 우리 포트폴리오도 5% 정도 손실이 났죠. 고객이 해지 절차를 진행했는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시장 상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좁고 이런 상황에서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이익이 날 것이라고 안내했어요. 결국 고객이 추가 납입했고 지금은 만족해합니다. 이때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투자·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AI 투자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가 변경되면 왜 변경됐는지 설명하는 기술을 개발해 내년부터 접목할 계획입니다. 실제 B2B에서 먼저 솔루션을 제공했고 B2C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선보일 겁니다.”


이경전 : “보험사와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김영빈 : “변액보험 펀드 관리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변액 보험은 기본적으로 투자 상품이에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낮습니다. 시장은 계속 변하는데 투자 상품은 가입 시점에 고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고객이 시장 상황에 맞게 꾸준히 변액보험 상품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도록 추천, 리밸런싱(운용 자산 편입 비율 재조정) 등 자문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올해 7월 메트라이프생명에 ‘AI 변액보험 펀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보험사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변액보험은 해결할 문제가 명확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들이 보입니다. 또한 연금을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연금을 관리하지 않고 있죠. 은행과 보험사에서 주로 연금을 판매하는데 과거 금리가 높은 시절에는 무위험 자산이 많이 편입됐습니다. 잠자는 돈이 너무 많은 거죠. 세상이 변했잖아요. 대한민국은 저출산 국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쉽게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사적 연금이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일본에서처럼 노인 파산이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겁니다. 꾸준하게 자산을 불려줘야 하는데 퇴직연금 수익률은 1% 미만을 기록하고 있죠. 이건 투자가 아니에요. 파운트는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과를 올려 은퇴 이후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고자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전 : “금융업으로 등록돼 있나요.”


김영빈 : “모회사인 파운트는 정보기술(IT) 회사이고 자회사인 파운트투자자문을 통해 금융 자문과 투자 일임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파운트자산운용과 파운트랩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금융 서비스는 라이선스가 있는 자회사를 통하고 있고 기술은 모회사를 통해 제공하는 셈입니다. AI 엔진의 로직 설계에는 금융 인력들이 주로 참여했고 기술 파트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대규모 처리를 담당했습니다. 이를 시스템화해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금융회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여러 금융사와 일하고 있겠네요.”


김영빈 : “현재까지 총 20개 금융회사와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흥국생명·메트라이프·유진투자증권·메리츠증권이 대표적입니다. 파운트 솔루션으로 운용되는 자산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입니다. 파운트가 자체 개발한 AI 엔진 ‘블루웨일’은 세계 각국의 경제 데이터와 시장 지표 450여 개를 조합해 5만2000개가 넘는 시나리오 결과로 산출한 ‘파운트 마켓스코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기 흐름에 유기적으로 대응합니다. 변액보험 분야에선 메트라이프에 이어 최근 삼성생명에 AI 추천 펀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경전 : “B2C와 B2B가 섞여 있네요.”


김영빈 : “모회사인 파운트에서는 B2B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파운트투자자문에서 B2C와 기관 자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언젠가는 선택을 해야 되지 않나요. B2C가 너무 강해지면 금융회사에서 견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영빈 : “견제보다 협력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 상품들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데 투자 자문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우리가 고객과 직접 계약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우리가 연금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사와의 협업은 필수적입니다. 또 기존 금융회사를 위협하기에는 우리의 B2C 고객들이 금융회사 시각에서 관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자산이 10억~20억원씩 있는 부자들을 대상으로 주로 PB 서비스가 제공돼 왔죠. 기존 금융회사가 버린 시장에서 전체 자산 관리 시장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2030에게 ‘경제적 자유’를…AI·장기투자에 답 있습니다”
“2030에게 ‘경제적 자유’를…AI·장기투자에 답 있습니다”
이경전 : “매출 비중은 B2B와 B2C가 어느 정도입니까.”


김영빈 : “지금은 B2B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B2C는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에요. 고객들의 신뢰가 쌓이면 회사의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현재는 기관의 자금을 운영해 주거나 B2C 솔루션에서 나오는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B2C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하지 않습니까.”


김영빈 : “실제 드라마틱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고객 수가 11배 늘었죠. B2C에서 매일 신규 계좌가 생성되는데 많게는 하루 700계좌 이상이 등록되기도 합니다. 평균 500계좌씩 매일 가입자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AI로 주식을 찍어준다는 회사들을 보면 ‘최소 수익 40% 보장’과 같은 광고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이경전 :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김영빈 : “기술의 방향성도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이 연계돼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유튜브로 ‘10분 금융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죠.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 공감해야 고객들도 꾸준히 함께할 수 있습니다. 13년간 누적으로 2700%의 수익을 낸 전설의 마젤란 펀드가 있습니다. 매년 플러스 수익을 낸 경이로운 펀드였죠. 그런데 이 펀드에 가입한 고객의 절반은 돈을 잃었습니다. 떨어질 때 바로 팔았기 때문이에요. 2년만 들고 있어도 절대 손해 볼 수 없는 펀드인데 버티지 못한 것이죠. 부동산 시장의 대장주 격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0년 전보다 두 배가 올랐어요. 10년 평균 수익률로는 6.8%입니다. 연 7%의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는 것은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7% 수익률을 말하면 낮다고 하죠. 모두 교육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경전 : “파운트에서 금융과 기술의 비중이 어떻게 됩니까.”


김영빈 : “6 대 4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AI 비중이 더 컸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바뀌었습니다. 각종 학습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델을 썼을 때 크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돌발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AI가 인사이트를 가지고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경전 : “그때의 AI는 무엇입니까. 딥러닝이었습니까.”


김영빈 : “딥러닝을 비롯해 새로 나오는 방법론들을 정제해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것들을 추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고객의 돈으로 실험하지 않는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량적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퀀트 모델들이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60년 넘게 각종 논문을 통해 축적된 이론이고 팩터 모델, 블랙리터만 모델 등 다채로운 투자 전략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런 포트폴리오 이론을 다 버리고 갑자기 새로운 AI 기술로 운영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파운트는 기존 모델들을 현실에서 더 정교하게 쓸 수 있도록 AI 기술을 쓰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글로벌 매크로 데이터를 가져와 시나리오 분석 모델을 만들고 현재의 경기를 최대 5단계로 진단하는데 중·장기로는 꽤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실물 경기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꾸준하고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AI는 공포감이 없죠. 궁극적으로 우리 기술이 지향하는 바는 평균 수익률을 올리는 게 아닙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겁니다. 기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한 금융사에 우리가 처음 제안한 목표 수익률은 3%였습니다. 당시 꽤 큰 금액을 맡겼는데 그 약속을 지키자 금액이 더 늘어났습니다.”


이경전 : “장기적 관점에서 위험 관리를 하고 포트폴리오의 원칙을 지키면서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부분은 AI가 담당한다고 보면 됩니까.”


김영빈 : “타사에서는 가격 데이터 하나만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종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을 고도화해 깊게 파는 것이죠. 우리는 개별 자산의 가격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성장합니다. 그런데 단기적으로는 급락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S&P500과 조합했을 때 누가 수익률을 방어해 줄 수 있는지 관계를 설정하고 포트폴리오 맵을 그립니다. 자산들의 속성을 파악하고 관계를 정의하고 비중을 조정하는 게 우리의 방법론입니다. 이 과정을 모두 보면 저는 투자에도 정답이 있다고 봅니다. 금융에선 공짜 점심이 없다고 하죠. 자신이 지불한 리스크만큼 리턴을 가져옵니다. 그런데 긴 시간을 투입하면 리스크를 상쇄해 거의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믿고 제 전 재산을 맡기게 됐습니다.”


이경전 : “ 제가 이전에 쓴 칼럼에서 ‘인공지능을 야구하듯이 하라’고 했습니다. 누가 갑자기 못할지 모르잖아요. 지금 선발 투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계속 후보 선수를 개발해 내야 합니다. 지금 모델이 계속 맞을 것이라는 가정이 없지 않습니까. 최고경영자(CEO)로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김영빈 : “첫째는 진단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시적 현상인지, 모델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인지 판단하는 진단과 내적 역량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대안 모델들을 병행해 준비해야 하고요. 처음에는 하나의 완벽한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깨달은 것은, 우리가 하는 작업은 일종의 ‘AI 공장’을 짓는 일이라는 겁니다. 미국에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춘 하우스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정제하고 AI를 처리하고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을 담당하는 부서가 각각 따로 있어 일종의 벨트 컨베이어처럼 돌아가는 겁니다. 그 안에서 모델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고객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합니다. 아직 한국에는 대형 자산 운용사도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파운트는 대한민국 최초로 투자 영역에서 AI 기술 공장을 설립하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 계획입니다.”


이경전 : “금융업에서 AI가 도입되면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요.”


김영빈 : “패시브 투자는 AI가 상당 부분 침투할 것으로 보고 액티브 투자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인사이트를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개별 주식 투자의 영역에서 유망 기업을 찾는 데는 사람의 직관이 필요합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면서 비전과 철학을 듣고 직원들의 표정까지 살피면서 투자하죠. AI가 그런 부분까지 다 분석하기에는 데이터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반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이경전 : “시장 환경이 바뀌면 플레이어가 달라지는 일종의 ‘레짐(Regime) 체인지’가 일어납니다. 금융 시장에서 이러한 이슈는 없습니까.”


김영빈 : “과거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장기채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금융 환경이 달라지면서 채권 금리가 너무 떨어졌어요. 채권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된 겁니다. 올해 들어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면서 외인과 개인의 수급 패턴도 달라졌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경전 : “파운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대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김영빈 : “회사의 단단한 미션과 철학을 이어 가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회사의 설립 목적을 설득력 있게 풀어 가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하고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이경전 : “경제적 자유는 어쩌면 큰 꿈인데 가능하다고 봅니까.”


김영빈 :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도달시키고 싶은 거죠. 가난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돈 때문에 삶이 처참해지는 상황은 막아 주고 싶습니다. 지금 30대의 소득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시간은 투자에서 정말 귀중한 자원이 됩니다. 파운트에 시간을 준다면 자본이 쉬지 않고 일하게 만들어 1억원이면 꾸준히 저축한 사람과 8배 차이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30년간 평균 수익률 7%’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방법론이라고 동의합니다. 저 또한 영속한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2030에게 ‘경제적 자유’를…AI·장기투자에 답 있습니다”
“2030에게 ‘경제적 자유’를…AI·장기투자에 답 있습니다”
“2030에게 ‘경제적 자유’를…AI·장기투자에 답 있습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