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선정 ‘2020 올해의 CEO’ 19인
-위기 리더십·실적·ESG 등 평가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예측 불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이 지속된 한 해였다. 전 세계적인 사업장 셧다운과 공급망 붕괴의 경제 충격은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더 큰 기회를 포착해 생존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늘 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쟁자를 압도하는 ‘리질리언스(resilience : 회복 탄력성)’ 역량이다. 한경비즈니스는 2020년을 마무리하며 ‘올해의 CEO’ 19명을 선정했다. 위기 극복 리더십과 경영 실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키워드①
M&A로 초격차 승부 : 정의선·이석희·조원태
경기 침체기는 시장에 매력적인 매물이 많이 나오는 시기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활용해 대규모 인수·합병(M&A) ‘빅딜’을 성사시킨 CEO들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2월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원 규모에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로보틱스·수소 등으로 대표되는 ‘정의선표’ 미래 사업의 또 다른 핵심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2020년 10월 SK하이닉스에서도 ‘빅딜’ 소식이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이끌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퀀텀점프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 사장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여 년간 인텔에 재직한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로, 이번 M&A의 주역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였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 시장점유율은 기존 세계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간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되면서 점유율 확대와 기술력 향상까지 동시에 꾀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주목할 만한 M&A 중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빼놓을 수 없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한국 항공업계 재편의 선봉에 서게 됐다. 조 회장은 지난 30년여 년간 라이벌로 경쟁해 온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키워드②
코로나19 뚫고 호실적 : 김현석·강승수·백복인
코로나19로 실적이 곤두박질한 기업도 있지만 예상 밖의 특수를 누린 기업도 많았다. 비대면 ‘집콕(집에만 있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전업계는 펜트업(pent up : 억눌린) 수요 덕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3분기 매출 14조900억원, 영업이익은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이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소비자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해 2019년 발표한 ‘프로젝트 프리즘’의 성과도 3분기 실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프로젝트 프리즘을 통해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건조기·세탁기,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등을 선보였다.
한샘도 집콕 특수로 2020년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샘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한 5037억원, 영업이익은 232.6% 증가한 23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코노미’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강승수 한샘 회장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토털 리모델링 사업인 리하우스 사업의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강 회장은 홈 인테리어 사업의 역량 위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고효율·고부가 가치의 사업 구조로 혁신하고 한샘을 세계 소비자를 위한 주거 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2020년 하반기에는 KT&G의 선전도 돋보였다. KT&G는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3분기 연결 매출액은 1조4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222억원 대비 10.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3825억원보다 13.6% 늘어난 4346억원을 달성했다. 기존 궐련 담배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과 차세대 사업인 궐련형 전자 담배 사업에서 동시에 우위를 확고히 하는 백복인 KT&G 사장의 ‘양손잡이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
백 사장이 2017년부터 추진 중인 ‘글로벌 톱4’ 전략도 순항하고 있다. 백 사장이 2015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직후부터 실적 개선에 집중하며 펼쳐 온 공격적인 경영에 힘입어 매출액·영업이익·시장점유율 등 주요 재무 지표들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KT&G의 견고한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 2020 올해의 CEO 명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권봉석 LG전자 사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배재훈 HMM 사장
배원복 대림산업 부회장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백복인 KT&G 사장
강승수 한샘 회장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무순)
[자세한 내용은 12월 28일 발행되는 한경비즈니스 1309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8호(2020.12.21 ~ 2020.12.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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