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올해의 CEO’]
-한경비즈니스 선정 ‘2020 올해의 CEO’ 19인
-위기 리더십·실적·ESG 등 종합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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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뚫고 M&A 초격차로 승부…호실적 달성
-미래 사업 성장 궤도에 올리고 디지털 전환 선도한 CEO들
코로나19 충격에도 위기 리더십 빛난 CEO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에 폭풍이 휘몰아치며 주요 경제 지표가 요동쳤다.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이 마비되는 재난이 일상화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리질리언스(resilience : 회복 탄력성)’ 역량이 주목받았다. 리질리언스는 어떤 충격이 가해져 변형됐을 때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뜻한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단순 회복의 의미를 넘어 기업이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 창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한 단계 진화한 리질리언스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2020년을 빛낸 ‘올해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정한 19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상황에서도 리질리언스 역량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지속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킨 CEO들이다.
코로나19 충격에도 위기 리더십 빛난 CEO들


키워드①
M&A로 초격차 승부 : 정의선·이석희·조원태

경기 침체기는 시장에 매력적인 매물이 많이 나오는 시기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활용해 대규모 인수·합병(M&A) ‘빅딜’을 성사시킨 CEO들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2월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원 규모에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로보틱스·수소 등으로 대표되는 ‘정의선표’ 미래 사업의 또 다른 핵심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2020년 10월 SK하이닉스에서도 ‘빅딜’ 소식이 전해졌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이끌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퀀텀점프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 사장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여 년간 인텔에 재직한 인텔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로, 이번 M&A의 주역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였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 시장점유율은 기존 세계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 간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되면서 점유율 확대와 기술력 향상까지 동시에 꾀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주목할 만한 M&A 중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빼놓을 수 없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힌국 항공업계 재편의 선봉에 서게 됐다. 조 회장은 지난 30년여 년간 라이벌로 경쟁해 온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키워드②
코로나19 뚫고 호실적 : 김현석·강승수·백복인

코로나19로 실적이 곤두박질한 기업도 있지만 예상 밖의 특수를 누린 기업도 많았다. 비대면 ‘집콕(집에만 있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전업계는 펜트업(pent up : 억눌린) 수요 덕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3분기 매출 14조900억원, 영업이익은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이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소비자 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해 2019년 발표한 ‘프로젝트 프리즘’의 성과도 3분기 실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은 프로젝트 프리즘을 통해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건조기·세탁기,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등을 선보였다.

한샘도 집콕 특수로 2020년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샘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한 5037억원, 영업이익은 232.6% 증가한 23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코노미’ 소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강승수 한샘 회장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토털 리모델링 사업인 리하우스 사업의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

강 회장은 홈 인테리어 사업의 역량 위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고효율·고부가 가치의 사업 구조로 혁신하고 한샘을 세계 소비자를 위한 주거 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2020년 하반기에는 KT&G의 선전도 돋보였다. KT&G는 3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3분기 연결 매출액은 1조4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3222억원 대비 10.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3825억원보다 13.6% 늘어난 4346억원을 달성했다. 기존 궐련 담배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과 차세대 사업인 궐련형 전자 담배 사업에서 동시에 우위를 확고히 하는 백복인 KT&G 사장의 ‘양손잡이 경영 전략’이 주효했다.

백 사장이 2017년부터 추진 중인 ‘글로벌 톱4’ 전략도 순항하고 있다. 백 사장이 2015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직후부터 실적 개선에 집중하며 펼쳐 온 공격적인 경영에 힘입어 매출액·영업이익·시장점유율 등 주요 재무 지표들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KT&G의 견고한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키워드③
미래 사업 성장 궤도 : 권봉석·최정우·장동현·김종현

권봉석 LG전자 사장
은 전장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와 손잡는 승부수를 띄웠다. LG전자는 2020년 12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로 했다. 권 사장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글로벌 고객사 확장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 사업은 구광모 LG 회장의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역점 사업 분야로 2차전지의 뒤를 잇는 LG그룹의 또 다른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가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LG전자는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ZKW(램프), LG 마그나 합작법인(전기차 파워트레인)으로 이어지는 ‘전장 사업 삼각편대’를 완성하게 됐다. 주요 성장 축인 전장 사업은 그동안 적자를 내 왔지만 2021년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2차전지 소재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철강·비철강·신성장 사업의 수익 비율을 ‘40 대 40 대 20’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철강의 뒤를 잇는 신성장 동력이자 캐시카우로 키우고 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원료 조달부터 양극재·음극재 생산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완성해 2030년까지 연매출 23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수소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최근 2050년까지 500만 톤의 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해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도 발표했다. 나아가 2050년까지 그린 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 환원 제철소’를 구현해 철강 분야에서도 탈탄소·수소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다.

장동현 SK(주) 사장은 SK그룹 신사업 발굴의 ‘선봉장’으로 2020년 SK바이오팜의 성공적인 상장에 이어 바이오·제약과 물류 인프라 분야 투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주)는 유망 사업을 찾아 투자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장 사장은 바이오·제약, 신재생에너지 등 글로벌 고성장 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투자하는 곳마다 지분 가치가 수직 상승하는 성과를 창출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SK(주)는 SK실트론과 SK바이오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K팜테코 등 상장사 못지않은 비상장 우량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2021년 비상장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안정적 수익과 미래 성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LG화학을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1위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LG화학은 2020년 12월 전지사업본부를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김 사장은 2013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부장을 맡아 배터리 기술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들을 고객사로 대거 확보하면서 LG화학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배터리 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12월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키워드④
디지털 전환 선도 : 조용병·허인

코로나19는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던 4차 산업혁명발 산업 구조의 변화 속도를 더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특히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수년에서 수개월로 앞당겨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코로나19로 2년간 일어난 디지털 전환(DT)이 단 2개월 만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디지털 역량 강화는 이제 전 산업 분야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금융권에도 CEO들의 주도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회장은 금융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CEO로 통한다.

조 회장은 2020년 6월 그룹의 주요 디지털 사업 어젠다를 논의하고 실행을 지원하는 회장 직속의 ‘디지로그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10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한 회장 직속의 ‘룬샷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조 회장은 룬샷 조직을 통해 금융뿐만 아니라 비(非)금융 관점의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발굴을 주도할 계획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018년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에 선임되면서 KB금융그룹 전체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이끌어 왔다. 디지털 전환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3연임에 성공했다. 허 행장은 2020년 10월부터 가동한 차세대 전산 시스템 ‘더케이프로젝트’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전환 관련 주요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KB금융그룹 전체에 디지털 DNA를 심고 있다.

허 행장은 전 산업계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ESG 경영 추진 전략에 맞춰 KB국민은행의 ESG 경영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ahnoh05@hankyung.com

[한경비즈니스 선정 ‘2020 올해의 CEO’ 기사 인덱스]
-코로나19 충격에도 위기 리더십 빛난 CEO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양 날개’…기업 가치 100조원 비전 이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 전장사업 ‘신성장 동력’으로…마그나와 손잡고 승부수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삼성 가전’의 부활…비스포크로 시장 트렌드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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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