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올해의 CEO’]
-제약·바이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2021년 창립 95주년을 맞는 유한양행은 ‘신약 강자’로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취임한 이후 추진한 ‘투 트랙 연구·개발(R&D) 전략’의 결실이다. 유한양행은 자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발굴은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장은 2015년 3월 취임과 동시에 R&D 강화와 미래 신사업 발굴 원년을 선포했다. ‘회사 매출에 비해 파이프라인이 취약하다’는 시장의 평가를 바꾸기 위해서였다. 취임 첫해부터 R&D 인력을 확충하는 등 신약 개발을 위한 체질 개선 작업에 집중했다. 2014년 5.7%였던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2020년 3분기 10.8%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 사장은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기 위한 투자에도 공을 들였다. 오스코텍·바이오니어·제넥신·앱클론·파멥신·애드파마·제노스코·네오이뮨텍 등의 바이오벤처에 수천억원을 들이며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2015년 초 9개였던 파이프라인은 2020년 12월 30개로 3배 이상 늘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 연구 과제다.
이 사장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연이은 해외 기술 수출 성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YH14618’을 임상 2상 단계까지 개발한 다음 2018년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했다.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은 2018년 11월 미국 얀센바이오텍에 기술 수출됐다. 유한양행은 전임상 직전 단계였던 레이저티닙을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여 기술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유한양행이 자체 발굴한 파이프라인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1월 길리어드에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전임상을 시작하지 않은 탐색 물질 단계에서 계약을 이끌어 내 주목받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YH25724’는 2019년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됐다. 유한양행의 기술 이전 계약은 2020년에도 이어졌다. 8월 20일 미국 프로세사 파머수티컬에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치료제 ‘YH12852’를 기술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2020년 다소 부진했던 전년 실적을 큰 폭으로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기술료(마일스톤) 수령 등에 따른 결과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0년 12월 23일 기준 유한양행의 2020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602.8% 증가한 879억원이다. 이 사장은 ‘EHS(Environment, Health, Safety)’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등 지속 가능 경영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유한양행은 덕분에 자율적 환경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오염 물질 감축과 자원의 재활용 등을 핵심으로 하는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을 재인증 받았다.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전환 인증도 취득했다.
이 사장은 “혁신 신약 개발 등을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 경영만이 우리 사회를 위해 가야 할 유한양행의 길”이라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벤처 등 외부와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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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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