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바닷물 속에서도 100% 생분해되는 ‘PHA’ 주력 제품으로…
-인도네시아에 대량 생산 체제 구축
신성장 동력으로 ‘화이트 바이오’ 택한 CJ제일제당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CJ제일제당이 신성장 동력으로 ‘화이트 바이오(white bio)’ 사업을 선택했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 등 생물 자원을 원료로 산업용 소재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산업을 뜻한다.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사업 분야로, 최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연구소 등의 자체 기술력을 앞세워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2021년 공장 가동 전 주문 물량 이미 확보

CJ제일제당은 최근 100% 해양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hydroxyl Alkanoate)’를 화이트 바이오 사업의 주력 제품으로 키우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우선 2021년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있는 바이오 공장에 PHA 전용 생산 라인을 신설한다. 연간 5000톤 규모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 공장의 주력 품목인 아미노산을 비롯해 PHA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미생물 발효 기술’이 공통적으로 활용된다. 그만큼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PHA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초기 양산 물량을 뛰어넘는 5000톤 이상을 선주문하는 등 안정적 물량을 확보했다”며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PHA에 대한 높은 수요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으로 ‘화이트 바이오’ 택한 CJ제일제당
PHA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주요 소재다. 특정 미생물이 옥수수의 포도당처럼 먹이가 될 만한 식물 유래 성분을 섭취하고 세포 내에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목적으로 쌓아 놓는 고분자 물질이다.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소재인 만큼 미생물이 존재하는 환경이라면 어디에서든 다시 미생물 상태(생분해)로 돌아간다. 토양과 해양을 비롯한 모든 환경에서 분해되는 특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PHA의 분해 기간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바닷속을 기준으로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수년 정도다. PET를 비롯한 1회용 플라스틱이 바닷속에서 분해되는 기간은 수백년 이상이다.

PHA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에 비해서도 친환경적인 소재로 분류된다. PLA는 특정한 온도(섭씨 58도)와 퇴비화 설비 등 특정한 공정을 거쳐야만 분해된다. 반면 PHA는 바닷물 속에서도 100% 생분해되는 세계 유일의 소재다. 최근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소재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CJ제일제당과 미국 다니머, 일본 카네카가 전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그린 바이오 영역에서 발효 공법을 기반으로 아미노산과 식품 조미 소재를 만들고 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균주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며 “PHA는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성되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과 연결고리가 많았고 그에 따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필요한 균주를 찾고 효율적인 생산 방식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선점 목표

유럽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규제가 증가하고 ‘환경 보호는 곧 인류의 건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친환경 소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재활용 비닐부터 빨대·페트병·포장재·섬유 등에 이르기까지 생분해 소재의 활용도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향후 성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화이트 바이오’ 택한 CJ제일제당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회 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폐기물 대란이 발생했다”며 “유럽연합(EU)과 일본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비율을 각각 100%, 6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한국도 2018년 ‘제1차 자원 순환 기본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폐기물 발생량을 20% 감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PHA 관련 기술력을 앞세워 올해 1조원, 향후 5년 내 약 3배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 기반 확보에 나서면서 향후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도 세웠다.

PHA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강도가 강해 고정된 형태의 플라스틱을 만드는 소재와 유연성이 좋아 비닐이나 필름 등을 만들 수 있는 소재로 구분된다. CJ제일제당은 두 가지 종류의 PHA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 사용처는 빨대나 컵(플라스틱 컵 또는 종이컵 내부 코팅재), 비닐봉지 등으로 다양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전체 페트병의 50%를 친환경 원료로 만들기로 했고 나이키도 친환경 재생 소재로 만든 운동화를 출시하는 등 수백 조원에 이르는 1회용·범용 플라스틱 시장이 친환경 소재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만큼 PHA의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PHA 외의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도 확대해 화이트 바이오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할 계획이다. 바이오 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지속하는 한편 해외 혁신 기업과의 협업도 모색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생분해 소재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CJ제일제당은 비비고와 햇반으로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것처럼 ‘CJ PHA’로 글로벌 산업 소재 시장의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매립과 소각은 온실가스, 토양 오염 등의 환경 문제를 초래하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재화의 ‘생산-소비-폐기’의 기존 선형 구조를 ‘생산-소비-관리-재생’의 순환형 구조로 바꾸는 순환 경제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CJ제일제당 등 관련 사업 비율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서도 투자 유망 종목으로 떠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