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라이벌 경영 맞수 2021년도 달린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vs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한국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양 사는 2019년 상반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기대치를 높였지만 하반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020년으로 기록 달성을 미뤘다. 2020년은 기록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인공은 미래에셋대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 8200억원으로, 1년 전 연간 영업이익 7280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위탁 매매 수수료 부문과 해외 법인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덕분이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2020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40.5% 증가한 1조228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811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1년 전 83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2017년 이후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던 것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2020년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파생상품 평가 손실로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최대 실적 이끈 최현만 수석부회장
최현만 vs 정일문, 엎치락뒤치락 ‘영업이익 1위’ 경쟁…한투, 2021년 선두 탈환 노린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금융그룹 창립 멤버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1999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를 거쳐 같은 해 12월 출범한 미래에셋증권 초대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12년간 CEO 자리를 지키며 미래에셋증권의 성공을 일궜다. 적립식 펀드 등의 투자와 자산 관리 방법을 제시하며 ‘저축’에서 ‘투자’로, ‘직접 투자’에서 ‘간접 투자’로, ‘상품’에서 ‘자산 배분’으로 자산 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정착시켰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6년 11월 주주 총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돼 창업 법인 미래에셋대우를 이끌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2020년 9월 말 기준 9조5000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한국 최대 증권사다. 고객 자산 295조원, 연금 자산 15조5000억원, 해외 주식 잔액 14조3000억원 등 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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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의 대규모 자본력과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국내외 투자 상품과 서비스 개발 역량 등 경쟁사 대비 영업 기반의 격차를 이룬 원동력이다. 주식·펀드·연금·파생상품·IB·트레이딩 등 대부분의 영업 분야에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25년 ‘글로벌 톱 티어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회사의 조직 체계를 정비했다. 권한의 이양과 분산을 통해 독자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IB·트레이딩·홀세일·WM·관리부문의 독자 책임 경영 강화와 함께 WM 점포 대형화를 통해 모바일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에 대응하는 유연한 조직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수석부회장의 경영 코드는 언제나 현장에 닿아 있다. ‘시스템 경영과 현장 경영을 균형의 관점에서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스스로를 ‘고객관계관리(CRM) 최고책임자’로 여긴다. 언제 어떤 고객을 어디에서 만날지 스케줄을 계속 만들고 찾아간다. 전국의 모든 지점이 그의 집무실이나 다름없다. ‘낮에는 고객’을 만나고 ‘밤에는 직원’을 만나 소통하는 것이 공식화됐다.

최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형식적 제스처가 아닌 진정성을 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직원들에게 주인정신을 강조하던 그가 보유하고 있던 거액의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나눠 주고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비록 1대 주주는 아니지만 투철한 주인의식과 한국 자본 시장의 발전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해 온 성과물로 꼽힌다.

최 수석부회장이 CEO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실한 실천’이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체력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매일 아침 이른 시간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약속이나 일 때문에 아침 시간을 놓치면 저녁 무렵 다른 장소에 가기 전이라도 잠깐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은 “아무리 좋은 계획과 전략이 있어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며 “성실하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는 실천만이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2021년 설욕 다짐하는 정일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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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19년 1월 취임 간담회에서 “그동안 국내외 영업 현장을 찾아 누적 거리 300만km를 달려왔다”며 “앞으로 100만km를 더 달려 400만km를 채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 약속을 지켰다. 취임 후 2년간 직접 영업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난관을 극복해 왔다. 각 사업부가 더 조화롭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살피고 조율하며 개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정 사장은 1988년 한신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공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IB 사업 부문에 정통한 이른바 ‘정통 IB맨’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재직 기간 중 27년을 IB본부에서 근무했다. 2004년 LG필립스 LCD 한국 대표 주간사 회사를 맡아 한국과 미국 증권거래소 동시 상장을 이끌었다. 2007년 기업공개(IPO) 선진화 방안 적용 첫 사례인 삼성카드 상장, 2010년 공모 규모 4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급 삼성생명 상장 등도 모두 정 사장이 진두지휘한 IPO 성공 사례다.

정 사장은 IB 시절 영업 현장을 누비며 수백만 km를 달려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늘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고객사가 어려울수록 더 친밀하게 다가가 세심한 부분을 챙겨야 한다’는 지론을 바탕으로 몸을 사리거나 체면을 중시하지 않고 영업 일선에서 뛰었다. 그는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경영 원칙으로 ‘고객 우선 현장 경영’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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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직원들과의 대면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직원들의 자발적 봉사 단체인 ‘참벗나눔 봉사단’의 봉사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소통의 자리로 활용한다. 직원들이 본사 강당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무빙데이’에 참석하거나 분기마다 최우수 지점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 역시 소통 경영의 일환이다.

정 사장의 장점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회사 구내식당의 질을 높이고 본사 대강당과 각 층 화장실, 체력단련실을 뜯어고쳤다. 직원들이 차를 마시며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미팅 공간도 마련했다.

정 사장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디지털 금융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고객 만족과 이용자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10년의 초석을 다져 나간다는 목표다.

정 사장은 진취적이고 호탕한 성격답게 경영 환경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 솔직하고 투명하게 전달한다. 2020년 10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CEO 메시지 사내 방송에서 회사가 당면한 여러 이슈들을 언급했다.

정 사장은 “사업영역이 확대될수록, 다른 회사가 가지 못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갈수록 새로운 이슈와 문제에 봉착하곤 했다”며 “새 길을 개척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난관과 역경이 찾아오지만 어떠한 외풍이 불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동료에 대한 믿음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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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