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AI=이경전이 만난 AI 프런티어⑪ 김정태 오드컨셉 대표]
-비전 AI 기술 활용해 개인별 맞춤 추천…국내외 고객사 400곳, 구매 전환율 26% 올라가

“4년 만에 1000배 성장…‘AI 스타일리스트’로 패션 산업 혁신합니다”
[한경비즈니스=정리=이현주 기자] 패션 전자 상거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상품 추천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패션 AI’ 기업, 오드컨셉은 AI 용어가 생소했던 2012년부터 비전 AI 기술에 집중해 왔다. 한국 B2B 시장을 사로잡고 전 세계인들의 패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드컨셉은 패션 AI 커머스 시장에서 뚜렷하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11월 기준 오드컨셉 AI 상품 추천 서비스 픽셀(PXL)을 이용하는 국내외 패션 이커머스 업체는 400곳을 넘어섰다. 2020년 초 100여 곳에서 1년여 만에 4배 수준으로 대폭 늘어났다. 오드컨셉이 2017년 개발해 사용화한 픽셀은 방문자가 검색한 상품과 유사한 상품, 함께 입으면 어울리는 코디 상품 등을 추천한다.


오드컨셉은 상품 추천 방식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업계에서는 주로 협업 필터링을 활용한 상품 추천 방식을 활용해 왔다. 이 방식은 클릭 기반으로 유사한 구매 패턴을 가진 사용자 집단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유저 개인별 기호에 맞는 상품을 제안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오드컨셉은 보고 있다.


반면 오드컨셉의 픽셀은 사용자 개인별 기호에 맞는 상품 추천이 가능하다. 픽셀은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상품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환경에서 사용자 개인별로 원하는 스타일의 상품과 코디를 찾아 추천한다. 유저가 상품을 구매할 때 거치는 ‘탐색(검색)-발견(클릭)-선택(장바구니 담기)-행동(구매)’ 등 4가지 단계에서 ‘탐색’과 ‘발견’ 과정을 대신 수행해 유저가 원하는 상품을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설명이다.


오드컨셉은 최근 AI 기술을 더욱 고도화했다. 상품 분석부터 추천까지의 정확도와 속도를 더욱 높였고 코디 추천은 기존에 상의와 하의 2종 코디를 추천했던 것에서 아우터·상의·하의·신발·가방 등 총 5종의 스타일링 상품을 추천한다.


김정태 오드컨셉 대표는 “무엇보다 AI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일반 유저들이 실질적인 편의를 느끼고 이것이 패션 이커머스의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탐색(검색)’과 ‘발견(클릭)’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선택(장바구니 담기)’까지 대신하는 단계로 발전시켜 AI가 유저 개인이 원하는 상품을 대신 찾아오고 유저는 구매 여부만 결정하면 되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1000배 성장…‘AI 스타일리스트’로 패션 산업 혁신합니다”
이경전 교수(이하 이경전) : “오드컨셉의 사업 모델은 어떻게 됩니까.”


김정태 대표(이하 김정태) : “기업들에 구독료를 받는 B2B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B2C 서비스처럼 움직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단지 고객사를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화돼 있는 비범용적인 AI 스타일리스트로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범용적인 것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할 수 있다면 오드컨셉은 개인 맞춤형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선호 스타일을 아는 데까지 나아갈 겁니다.”


이경전 : “B2C 부분은 무엇입니까.”


김정태 : “B2C에서 사용자 수를 확보해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도 유저 수를 늘리는 데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그릇 만들기’라고 표현합니다. 매출은 아직 목마르지만 지금은 그릇 만들기에 집중할 때라고 봅니다. 여기에서 그릇은 픽셀이 스타일을 학습한 유저 수를 말합니다. 그릇이 커지면 쇼핑몰로선 신규 유저더라도 픽셀에는 이미 단골손님인 셈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스타일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포화 상태인 이커머스 환경에서 기존의 어떠한 솔루션도 제공하지 못하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가치’를 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는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이경전 : “그게 비즈니스 모델로 전이가 돼야 할 텐데요.”


김정태 : “쇼핑몰로선 신규 유저를 잡는 게 핵심 과제입니다. 문제는 신규 유저를 잡을 수 있는 어떤 솔루션도 없었다는 겁니다. 딱 한 가지, 쿠폰을 뿌리는 방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했죠. 만약 한 쇼핑몰에 신규 방문자가 온다면 오드컨셉은 이미 그 방문자의 히스토리, 즉 시각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호 스타일을 미리 알게 됩니다.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특히 패션 부문은 포화 상태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신규 유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추천 서비스는 생존에 필요한 유일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드컨셉은 B2C 서비스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B2C 서비스를 하는 쇼핑몰들에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게 되는 점이 강점인 것 같습니다.”


이경전 : “오드컨셉의 픽셀 서비스를 쓰기 전과 후, 구매 전환율이 확실히 올라갑니까.”


김정태 : “실제 쇼핑몰 내에서의 전체 구매 전환율이 픽셀 도입 전 대비해 평균 26% 높아졌습니다. 도입 전 1%였다면 도입 후 1.26%가 되는 것이죠. 패션 쇼핑몰에서 여성의 경우 장바구니에 8벌을 담으면 1건의 주문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패션 카테고리에서 우리 서비스의 지향점은 12.5%라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린 26%는 방문한 전체 유저를 의미한다면 우리 픽셀 서비스가 적용된 추천을 받고 구매까지 이르는 데 12.5%까지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장바구니에서처럼 8개를 추천하면 1개를 사게 하는 것이죠. 이때 기존 추천과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기존의 추천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관심사의 전환을 도왔습니다. 우리는 관심사의 구매 전환을 돕습니다. 보통 사용자들이 상품에 한 번 관심을 가졌다가 이탈합니다. 기존에는 쇼핑몰을 떠나지 않도록 불특정 다수의 행동을 기반으로 최대한 클릭이 이어지게 만드는 일을 해 왔습니다. 오드컨셉은 구매까지 이어질 확률을 높이는 겁니다. 사용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불특정 다수의 그룹이 아닌 한 개인에게 집중해 한 쇼핑몰 안에서 구매에 이르도록 돕는 채널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경전 : “유저의 성별·나이·직업 등 정보는 알 필요가 없지만 적어도 어떠한 옷에 반응했는지는 알 수 있는 거죠. 오드컨셉에서 스타일링을 받은 사람은 몇 명입니까.”


김정태 : “2017년 픽셀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유저 수는 지난 4년 동안 한국에서 1000배가 늘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그릇 만들기의 일환으로, 앞으로 해외에서 이 정도의 성장세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입니다.”


이경전 : “해외에도 여러 플레이어가 있는데 어떻게 평가합니까. 패션 분야의 AI 추천에서 오드컨셉이 찾은 것은 무엇인가요.”


김정태 : “스타일을 학습한 유저 수로 보면 오드컨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겁니다. 해외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고부가 가치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스타일을 분석하고 통계를 내 트렌드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트렌드를 대변할 만한 레퍼런스를 가진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데이터의 출처가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입은 옷에 대한 사람들의 ‘좋아요’ 반응을 보는 식이죠. 그런데 많은 경우 동성이 아닌 이성의 사진에 반응합니다. 데이터 측면에서 잘못된 분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실제 유저들을 최대한 많이 케어하는 ‘AI 스타일리스트’가 되면, 그때는 우리가 말하는 게 곧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경전 : “직원들 가운데 패션 전문가는 몇 명입니까.”


김정태 : “2019년 중순에 18명에서 현재 40명으로 직원 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중 패션 전문가는 세 명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저를 포함해 모두가 패션 테러리스트들뿐이었어요. 대부분이 개발자들로 패션의 카테고리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상·하의 구분을 시작으로 하나씩 부딪치면서 배워 왔습니다.”


이경전 : “AI 회사에는 도메인 전문가가 얼마나 필요할까에 대해 힌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오드컨셉도 패션을 하고 싶어 한 게 아니라 시각적 통계를 기반으로 접근한 것이였죠. 패션 이외에 어떤 분야로 더 확장할 예정인가요.”


김정태 : “디자인 관여도가 높은 카테고리입니다. 홈리빙데코·주얼리·뷰티와 같은 영역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초창기에는 전체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전개한 바 있습니다. 이미 경험이 축적돼 있죠. 다만 현재는 패션 부문에 집중한 상태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큰 폭으로 성장하는 데 역량을 모을 겁니다.”
“4년 만에 1000배 성장…‘AI 스타일리스트’로 패션 산업 혁신합니다”
이경전 : “최근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연구 논문을 발표한 것은 어떤 내용입니까.”


김정태 : “자연어 처리 분야 국제 학회 'EMNLP(Empirical Methods in Natural Language Processing)의 정규 세션에 채택됐습니다. 첫째 논문은 ‘기학습 BERT(구글 딥러닝 알고리즘)의 사전(Dictionary) 개선을 통한 전이학습 개선 방법론(PatchBERT)’에 대한 것으로, BERT의 성능 향상을 위한 여러 기법을 제안·검증합니다. 한국어·일본어·중국어 등의 문자가 대량으로 필요한 언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둘째 논문은 서울대·인하대와 합동 연구한 내용으로 비정형 지시문의 의도 파악에 관한 것입니다. 기계가 인간 수준에 가깝게 대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어 학습 데이터와 구축 방법론을 제안합니다.”


이경전 : “최근 영상 인식 분야에서도 자연어 처리를 많이 연구하는 흐름이 보입니다. 패션에서도 말로 설득하는 게 중요하죠.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습니까.”


김정태 : “지금까지 9개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첫 투자를 받기 전까지 제가 받았던 명함이 70개였습니다. 69번째까지 투자를 받지 못한 거죠. 그러고 나서 첫 투자를 받았을 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이경전 : “오드컨셉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김정태 : “한국에서 4년간 1000배 성장한 것처럼 해외에서도 같은 속도를 내는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0년 초 싱가포르의 응용 머신러닝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약 10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아·태 시장 내에 각 지역(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일본)에서의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픽셀 덕분에 매출이 늘어났다는 것을 저절로 압니까, 고객사가 알려줘야 합니까.”


김정태 : “처음에는 고객사에서 알려줬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동의한 곳에 우리가 분석해 줍니다. 구글 애널리틱스 수준으로 상세한 분석을 하는데 우리가 유일하게 배제하는 핵심성과지표(KPI)가 있습니다. 바로 체류 시간입니다. 보통 이커머스들은 방문자가 쇼핑몰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게 하면 매출이 올라간다는 공식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 추천해 보면 우리 서비스를 통한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은 고객들보다 구매에 이르는 시간이 17% 더 짧습니다. 과거의 검색 엔진의 히스토리를 보면 라이코스와 야후 등이 최대한 검색 결과를 늦게 찾으면서 오래 머무르게 하는 전략을 폈죠. 첫 페이지에서 검색이 되는 구글이 나오는 순간 게임이 바뀌었습니다. 이커머스는 그런 관점에서 아직 원시적인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더 빨리 결정하고 떠나게 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재방문율을 높인다고 믿습니다.”


이경전 : “오드컨셉이 패션 쇼핑몰의 비즈니스 오퍼레이션을 어떻게 바꿨습니까. 직업과 직능 등 산업에 변화를 일으킨 적이 있었나요.”


김정태 : “온라인상에 스타일리스트가 상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에 보면 스타일리스트나 그 역할을 대신 하는 점원이 있죠. 온라인상에서 수 많은 동시 접속자들을 대상으로 실시간으로 전체 상품을 머릿속에 기억한 채 상품을 추천해 준다는 것은 기존의 스타일리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비범용적이면서 전 세계적인 규모의 고객 수를 가진 스타일리스트가 되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온라인상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이경전 : “오드컨셉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새롭게 가능하게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죠. 기존에 누군가 하던 일을 AI가 없앤 게 아니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패션 사업에 AI를 접목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김정태 : “고객사를 예를 들면 부서 간 경쟁이 있습니다. 상품 기획자(MD)를 위시한 디자이너 조직, 마케팅 조직 간의 경쟁이 대표적입니다. 디자이너 조직에서 기획하면 마케팅 조직에선 잘 팔릴 수 있는 근거를 찾곤 합니다. 그런데 예상 매출의 근거는 올해의 컬러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많이 회자되는 컬러 등과 같이 추상적인 것들이죠. 그래서 생기는 갈등에 기계가 총대를 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트렌드의 출처가 달라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릇 만들기’가 잘되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경전 : “럭셔리 브랜드를 보면 가장 비싼 제품은 가방이 아닌 옷이죠. 옷이 비싼 이유는 유행에 맞지 않으면 다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자라와 같은 패스트패션이 등장했잖아요. 그게 패션 산업에서 2단계 이노베이션이라면 오드컨셉과 같은 AI 회사가 전 세계인들의 개인별 취향을 파악하면서 또 한 번 패션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김정태 : “그동안 패션 산업은 공급자 중심으로 흘러 왔습니다. 전문가가 생각하고 기획하는 바를 올해의 트렌드로 일방적으로 제안했죠. 패션쇼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데이터 인텔리전스가 들어가는 겁니다. 지금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 먼저 이와 같은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지만 큰 기업일수록 언젠가 이러한 플랫폼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AI 스타일리스트’를 넘어 ‘AI MD’의 역할을 수행할 겁니다.”


이경전 : “향후 포부에 대해 한말씀 부탁합니다.”


김정태 : “앞으로 전 세계 온라인 패션 커머스에는 AI 스타일리스트가 존재할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일 거예요. 지난 4년간 크게 성장해 왔지만 아직 전체 시장에서 보면 작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패션 AI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될 겁니다.”
“4년 만에 1000배 성장…‘AI 스타일리스트’로 패션 산업 혁신합니다”
“4년 만에 1000배 성장…‘AI 스타일리스트’로 패션 산업 혁신합니다”
“4년 만에 1000배 성장…‘AI 스타일리스트’로 패션 산업 혁신합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