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대선 패배에도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서 인기…조지아 주 결선 투표일인 1월 5일 ‘주목’
트럼프, 4년 뒤 대선 재도전하나 [글로벌 현장]
[한경비즈니스 칼럼=워싱턴(미국) 주용석 한국경제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물러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진 뒤에도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최근 대선 불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양책, 국방수권법(국방 예산 관련 법)을 두고 친정인 공화당과 공개적으로 충돌한 점도 부담이다.
트럼프, 4년 뒤 대선 재도전하나 [글로벌 현장]
트럼프, 공화당 내 지지율 압도적


미 CNN은 최근 갤럽 여론 조사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 독보적으로 강력한 위상을 갖고 있다”며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선두 주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갤럽은 미 대선(2020년 11월 3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등에 대해 두 차례 여론 조사를 했다. 한 번은 2020년 11월 5~19일, 다른 한 번은 12월 1~17일이었다.


대선 패배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2020년 12월 조사에서 39%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화당 유권자만 보면 얘기가 다르다. 2020년 11월 여론 조사에선 90%, 12월 여론 조사에선 87%의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대선에서 패한 대통령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높은 지지율이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다만 출마 선언을 언제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020년 12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1월 20일)에 맞춰 재선 출마를 선언하는 아이디어를 고려했지만 포기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재선 도전을 선언하는 것이 대선 불복 투쟁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 재출마를 공식화하길 미루는 이유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2020년 11월 5일 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정치에 관여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패하면 2024년에 틀림없이 재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두 번으로 제한돼 있다. 연임이 아니더라도 재출마가 가능하다. 미국 역사상 연임에 실패한 뒤 다시 출마해 대통령이 된 인물은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는 22대(1885~ 1889년) 대통령을 지낸 뒤 23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4년 뒤 재출마해 24대(1893~ 189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클리블랜드’를 노려볼 수 있는 배경은 열성 지지층과 강력한 득표력이다. 비록 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7420만 표 이상을 얻었다. 득표수로 따지면 바이든 당선인(8120만 표 이상)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하지만 변수가 많다. 우선 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뒤 78세가 된다. 2020년 바이든 당선인(77세)보다 많은 나이에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면 역대 최고령 후보가 된다. ‘공화당 잠룡’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2024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으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유력 후보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4년간 ‘트럼프의 충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 밖에 2016년 공화당 경선 때 트럼프 대통령과 경합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호시탐탐 대권 후보 자리를 노릴 수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 사이 틀어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최근 대선 불복, 코로나19 부양책, 국방수권법을 둘러싸고 사이가 틀어진 점은 또 다른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2월 26일 트윗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작으로 선거를 도둑맞았다면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를 전쟁 행위로 간주하고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미치(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공화당원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이 일이 그냥 지나가길 원한다. (그들은) 싸우길 원하지 않는다”고 공화당을 비난했다. 또 이어진 트윗에서 “포기하지 말라”며 “모두, 1월 6일 워싱턴D.C.에서 보자”고 했다.


미 상·하원은 2021년 1월 6일 합동 회의를 열고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대통령 당선인을 공식 확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대선 결과를 뒤집길 원하고 있다. 상·하원이 각각 표결을 통해 특정 주의 선거인단 투표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면 그 주의 선거인단은 최종 집계에서 빠진다.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반면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다. 이 때문에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2020년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나오자 조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에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공화당 지도부의 이런 방침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른 트윗에선 상·하원이 통과시킨 미국인 1인당 최대 600달러의 현금 지원(재난 지원금)을 2000달러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찬성했지만 공화당은 재정 적자 증가를 이유로 반대해 왔는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방침과 상반된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2월 23일 상·하원을 통과한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 국방수권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반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는 이유였다. 12월 28일 저녁 기준,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미국민에 대한 현금 지원을 2000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국방수권법을 재의결해 상원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관계의 분수령은 일단 2021년 1월 5일 예정된 조지아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 주는 2020년 11월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1월 5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현재 상원 100석 중 공화당은 50석, 민주당은 48석이다. 공화당은 조지아 주에 걸린 상원의원 2명 중 최소 1석 이상을 가져오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 반면 민주당에 2석 모두를 내주면 상원은 50 대 50이 되고 부통령(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원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조지아 주 결선 투표는 대선 열기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여론 조사는 박빙이다. 정치 전문 웹사이트 ‘파이브 서티 에이트(538)’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2월 28일 현재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후보와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7.9%와 47.8%로 0.1%포인트 차이다. 또 공화당 켈리 뢰플러 후보와 민주당 라파엘 워녹 후보의 대결은 각각 47.3% 대 48.3%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이다. 공화당 후보는 모두 현역 상원의원이다. 조지아 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당선인이 1만2000여 표 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꺾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조지아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해야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한 차례 조지아 주에서 직접 상원의원 선거 지지 유세를 한데 이어 투표 하루 전인 2021년 1월 4일에도 다시 조지아 주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도 대선 승리 후 직접 조지아 주를 찾아 유세했다. 공화당도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 조지아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해 의회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적어도 조지아 주 선거 때까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지아 주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호흡을 맞출지는 미지수다. 공화당이 중도층까지 지지세를 확대하는 데 ‘트럼프의 그림자’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